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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9일 오늘 퇴사 당일 소감

이제 나로 가볍게 살거야

by 조용한성장

6월 19일, 오늘 퇴사를 했고 이 기분을 남기기 위해 글을 쓴다오눌 아침 가방 없이 출근했다.

전날 모든 짐을 미리 정리해 두었고, 그저 빈손으로 들어가 빈손으로 나오고 싶었다. 뭔가를 들고 나오는 건, 아직 마음이 덜 정리된 사람처럼 느껴질 것 같아서.


오전엔 반납해야 할 물품들을 하나씩 정리했다. 그 전에 마주하고 싶었던 몇몇 동료들과 잠시 담소를 나눴다. 퇴사 인사라기보다, 남아 있는 사람들의 고민을 듣는 시간이 되었다. 4년간 함께 고생했던 그 시간이 조금 짠했다.


일찍 도착한 사무실에서 이 회사에서 17년간 근무한 언니가 물었다. 나는 퇴사한 적이 없어서 그런데 기분이 어때요.


기분, 글쎄, 어제 회식때도 다들 물었지만 후련하지도 떨리지도 불안하지도 않다. 오랜시간 고민하고 내린 결정이니까.

대기업이고 워라밸도 좋았기에 그냥 버티고 싶어서 잘못된 업무분장, 그로인한 사람들과의 갈등을 참우려고 한다면 문제가 되고 문제는 병이 된다는 걸 알았으니. 적어도 나에게는.

그러니 여기까지 해야지


팀장님과는 조용히 인사를 나눴다. 직접 인사를 드리지 못한 실장님은 따뜻한 문자로 마음을 전해주셨다. 전날 회식을 했기에 그날은 조용히, 물건만 반납하고 오전에 퇴근했다.

다들 나보다 연배가 있는 언니, 오빠들 덕분에 마지막 배웅도 따뜻했다.


이상하게 외롭지 않았다.

그저 ‘잘 끝냈다’는 생각만 들었다. 마음이 오히려 단단하고 평온했다.


이제 정말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려 한다.

우선은 다친 다리의 회복에 집중하고, 그동안 놓고 있었던 영상 편집도 다시 손에 잡을 예정이다. 그리고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차근차근 만들어볼 생각이다.


새로운 전장을 향해 다시 나아가려면, 우선 충분한 에너지를 채워야 한다. 총알도 준비해야 하고, 마음도 몸도 단단히 다져야 한다.

그동안은 그저 ‘대기업에서 살아남자’는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이젠 다르다. 다시 내가 하고 싶운 일을 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대기업의 타이틀, 나의 소속이 어디인지가 중요한 것이었다면 이젠 내가 뭘 하는지가 더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확실이 알았으니까.


할수있는 만큼 하나씩 나아가자.

준비는 충분히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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