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轉)과(科)자(者)
2024년 1학년 2학기부터 줄곧 고대해 왔던 전과에 성공했다. 이전의 글에서도 밝힌 적이 있었지만, 이미 마음이 떠난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은 참으로 못할 짓임에 틀림이 없다. 아마 전과를 애초의 목표로 설정하고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면, 지금 수준의 학점에는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원래는 3학기를 마무리한 뒤, 미국으로 거취를 옮겨 학업을 이어나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우연찮게 전공 선택과목에서 만난 교수님의 조언으로 급진적인 변화를 꾀하게 되었다. 컴퓨터공학과로 선정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컴퓨터공학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 느낌 있어서 선택했다. 그렇게 논리적인 과정을 거친 것은 아니지만 이과 계열과 관련해선 그 어떤 기본기 또는 선호도의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마음 가는 대로 정하고, 전과 신청을 했다.
그렇게 머나먼 미래를 바라보고 전과 신청을 한 것이 아니다. 그 순간에 집중해서 선택했고 후회는 없다 아직까지는. 전과를 한 뒤 내가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기초학문에 대한 수학일 것이다. 미적분과 물리.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나와는 평생 관계없을 과목이라고 생각했던 수학과 과학. 이젠 더 이상 떼어내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남은 방학을 미적분과 물리를 향해 바쳐야 한다. 비록 명확히 넘어야 할 선이 보이지가 않아서, 도전과 증명이라는 틀 안에 넣기에는 조금 애매해져 버렸다.
기본적으로 왜 전과 신청을 한 것일까. 일단 더 이상은 경영학과에 가슴이 뛰지 않았다. 앞으로의 여생동안 경영과목에 시간을 더 투자하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내 인생의 최종 목표를 이루기 위한 길을 더 효과적으로 뒷바라지해줄 수 있다는 판단에 기반하여 문과에서 이과로 대대적인 변화를 결정했다. 약 몇 년 뒤에는 전과한 것을 후회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과 신청은 이제 돌이킬 수 없고, 완전히 주체적인 나의 결정이었기 때문에 책임도 내가 져야 한다. 미래에 내가 죽을 만큼 컴퓨터공학이 싫어진다 해도, 안고 간다. 크게 상관없다. 싫어져도, 같이 갈 자신은 있다. 물론 웬만하면 이 학문에 깊숙이 빠져들기를 희망하지만, 현재의 내가 관여할 수 없는 사항이니 저 멀리 던져두겠다.
앞으로의 대학 일기가 기대가 됩니다. 수많은 이야기를 담아낼 것이라,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담길지 기대가 한가득입니다. 2025년도 수많은 도전과 증명을 해낼 나 자신을 바라보며 오늘은 이만 여기에서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