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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절망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묻습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by 작가

이번 주도 약속대로, 정해진 매주 토요일의 연재 일정을 어기지 않았다.


_ _ 멋없다.

멋있다. 나는 멋있음을 추구한다. 멋있어 보이는 것과는 다르다. 내게 멋이라는 건 한평생에 걸쳐 스스로 정의해야 할 개념이겠지만, 생활하면서는 대강 지금까지 내 안에 자리 잡은 멋의 불확실한 기준을 충족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이번 주, 나는 멋이 없었다.


차선이라는 면죄부에 뒤에 숨어 아쉬움과 분함을 느낄 수 없는 내가,

심히 멋없이 느껴졌다. 사실 이 이야기는 '솔직하게' 다루고 싶지 않았다. 좀 포장해서 다루고 싶다. 하지만 꾹 참고 있는 그대로 다루어 보겠다.


살다 보면 무언가에 대한 결과가 나올 일이 수두룩하다. 본인이 원하는 것이든, 아니든, 무언가를 하고 그것에 대한 결과가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다. 내겐 이 과정과 결과가, 내 가슴을 뛰게 하는 것이라면 도전과 증명의 일부로 자리 잡는 것이고 그저 그런 것이라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대충 한다.

그래서 나는 선제적인 판단을 통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고, 결과에 대해 절망하지 않았다. 나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건 최선을 다하지 않은 과거를 바라보며 하는 반성과 같은 거룩한 일이 아니다. 어쭙잖은 가림막에 눈만 가리고 그 뒤에 숨어 마음만 편히 간수하려는 소인배 같은 짓거리다.


어떤 일이 내게 쓸모 있고 없고를 사전에 판단하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머리로는 그렇게 판단하여 내 노력과 의지의 정도를 처음부터 정하고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쉽지가 않다.

그래서 나의 올해 모토는, 매사에 최선을 다하기다. 흔하디 흔한 격언이지만 정말 매사에 최선을 다하기란 쉽지 않다.


운동을 하러 간다면, 근육이 찢어질 것 같아도 자신과의 타협은 없다. 정해진 양의 오늘 할 일이 있다면, 그날 안에 꼭 해치우도록 한다. 친구들과 여행을 간다면, 가장 행복하고 즐겁게 친구들과 좋은 추억을 쌓으려 노력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면, 이성과 감성을 총동원하여 그녀의 마음을 얻을 수 있게 노력한다.


이렇게 말을 해도 소인배 같은 면모를 보일 것 같은 나지만, 아직은 내가 쉽지 않은 것에 대해선 평생에 걸쳐 노력한다는 무른 사상을 가지고 있기에 이쯤에서 접어두겠다.


난 왜 매사에 최선을 다하지 않았는가


장려상을 받은 것에 화가 났다.

작년 12월에 학교에서 진행한 서평 공모전이 있었다. 당시 두세 시간 정도 집중하여 상당히 만족스러운 글을 써서 제출했다.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을 받을 수 있었다. 난 최우수상을 노렸다. 하지만 한참 못 미쳤나 보다. 이건 내가 글에 제목을 붙이지 않아서인지, 아직 갈 길이 멀어서 그런 것인지, 심사위원들의 주관이 섞인 건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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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앞으로의 내 글쓰기에 힘을 보태준 것이라고 생각하고, 정진하겠다.


꿈은 좇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루기 위해 있는 것이다.

요즘 즐겨보는 애니 '블루록'의 대사다. 동감한다. 꿈은, 우리가 막연하게 바라보며 동경하고 좇을 무언가가 되어선 안된다. 꿈을 정했다면 필사적으로 이루기 위해 달리자. 실패를 통해 절망하고, 절망 속에서 배우자. 절망하는 능력이라는 대사가 참 좋았다.


나는 잘 절망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과연 꿈을 어떤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됐다. 사실 나 또한 꿈을 하나의 방향키 정도로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부끄러울 뿐이다. 이룰 생각이 없다면 꿈꾸지 않겠다.


그래서 난 어쭙잖은 감성팔이가 싫은 것이다. 감동적이고 소중한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은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절망의 방패막으로 감성을 내세우지 마라. 그런 곳에 허비하라고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가치가 아니다. 절망은 필히 느껴야 할 것 중 하나다. 절망 속 스스로를 두 눈 똑바로 뜨고 바라볼 수 있는 기개. 마치 태양과 눈을 맞대는 것이다.


이번 글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신내림을 받기엔 좀 부족했다. 시간적으로든 공간적으로든.


함께 한 그 모든 시간이 행복했다

왜 보조개가 위험하다고 한 지 알게 됐다


넌 내게 달이 되어

밝게 비추었지만


동시에 어둠으로 흐릿한 시야가

눈이 부시게 하얘져서


밤을 지새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넌 태양이 아니다

그리 뜨겁지 않았다


되려 차가웠지만

건조하지만 부드러운 하이얀 이불처럼

감싸준 것이 좋았다


너를 보면

설레지 않는다

아프다


시작하지도 않은 끝이 떠올라서

그래서 난 너와 찍은 사진을 보지 않았다


만에 하나 네가

저의를 품고 있다 하더라도


아니,

네 보조개는 거짓말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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