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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인연이 내게 필연이기를

개강 준비글

by 작가

결국 서울로 오게 됐다. 결국이라는 말이 약간은 어색하겠다. 겨울방학이 끝나가며 자연스레 서울로 와야만 하는 상황이 다가온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겐 개강이 기피대상일 수 있다. 방학을 좀 더 누리고 싶고, 집의 편안함을 하루라도 더 즐기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난 전혀 아니지만 말이다.


하루빨리 기숙사에 입주하는 순간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개강 후 매일매일을 고대해 왔다. 정확히 3일 뒤에 개강이다. 개강 이후 3월은 웃을 일이 가득할 것만 같다.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사실 이번 주는 쓸 얘기가, 주제가 있었다.


"흥분되지 않는 일상은 내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하지만 이 주제는 조금 아껴놓으려 한다. 계획 중인 또 하나의 브런치북으로 담길 예정이라, 미리 풀기에는 아쉽다고 생각한다.


대신, 한결 편안한 주제인 인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살면서 정말 많은 인연이 오고, 가고.. 반복한다.

나는 정이 많지만, 가는 인연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배웅해 주기를 잘한다.

물론, 정말 사랑하는 인연을 떠나보낸 경험이 많지 않은 나의 착오일 가능성 또한 있다.

초등학교 5학년, 할아버지를 떠나보내야만 했을 때 흘린 눈물은 지금까지 살아오며 흘린 눈물을 다 합친 것보다 많았다.


점차 커가면서 내 눈물이 메마른 듯했다. 원체 남들 앞에서는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아 했기에, 학창 시절을 보내며 속마음과 반하는 표정을 지을 때가 많았다. 성인이 된 뒤로는 딱히 그럴 생각이 없었다. 눈물이 나면 흘릴 텐데, 남들 앞에서 눈물 흘릴 일이 없다.


아마 내가 앞으로의 시간 동안 눈물이라고 할만한 것을 흘릴 때는 어떤 인연과의 관계가 그 형태를 달리할 때일 것이다. 그 어떤 인연은 내가 사랑한, 사랑하는 인연이겠다. 앞서 말했듯 정은 많지만, 남에게 의존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보내줄 때가 된 인연은 자유로이 흘려보낸다. 상대는 서운하게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게 있어서 인연은 플러스알파 그 이상 이하의 존재도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인연은 어쩌면 내겐 인연이라고 부르기엔 너무 가치 있는 존재다. 우연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놓아주고 인연은 한 손 꼭 붙잡고 있으며 필연은 굳게 안으려 한다. 내가 사랑하는 인연이 필연이었으면 하는 나의 이기적인 바람.


이 글이 언젠가 그 필연에게 닿을 것이다. 난 필연은 쉽게 놓아주지 못할 것이다. 2025년, 내게 얼마나 많은 필연이 다가올지 모르겠다. 2024년에는 다가온 필연 모두를 놓치지 않았다. 올해도 마찬가지였으면 한다. 내가 앞으로 흘릴 첫 눈물이 감사함과 행복감으로 짙게 칠해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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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은 표시가 저는

확신인지 그저 반응인지


상상 속의 그런 존재가 있다

글자로만 접했지만 생생히 그려지는


감사하게도,

올해 벚꽃은 예쁘게 필 예정이라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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