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크리스마스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

by 작가

크리스마스였다. 크리스마스 기념 그동안 잘 살아온 나에게 선물도 줄 겸 화려하게 즐겨보라고 해운대를 가기로 했다. 내가 가는 곳들 중 가장 입장료가 비싼 장소였다. 물론 감사하게도 수험생 할인 혜택을 받고 반값으로 즐길 수 있었다!

KakaoTalk_20240114_172135133.jpg 2호선의 끝까지!

오늘은 야경 중심으로 살펴볼 거였기 때문에 여유롭게 준비했다. 옷을 차려입고 이젠 익숙해진 2호선에 탑승했다. 오늘은 종점까지 가야 해서 아주 길고 긴 여정이 될 거다. 그만큼 좋은 걸 보고 좋은 걸 느끼고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하철에 사람이 서면역전까지 진짜 많았다. 아무래도 크리스마스라서 다들 놀러 가는 것처럼 보였다. 다행히도 해운대를 가려는 사람들보다 서면에서 놀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 보였다.

KakaoTalk_20240114_172135133_01.jpg 청사포역 근처 길목

청사포역에서 내려서 정류장으로 기차가 지나가는 사진을 찍으려고 했지만 워낙에 유명한 장소라서 도저히 사람들이 빠질 틈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일찍이 포기하고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바다는 이번 여행에서 많이 봤기 때문에 별로 감흥이 없어진 나는 해운대 시장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길 찾기를 했다. 근데 버스 정류장이 어딘지 찾을 수도 없었고 애초에 마을버스밖에 운행하는 게 없어서 운행이 굉장히 불규칙적이었다. 큰일 났다고 생각했다. 걸어가려면 1시간이 걸리는 거리였다. 그래서 난 최대한 방법을 찾다가 결국 지쿠터라는 최초의 수단을 사용해 보기로 하고 즉석에서 얼마 안 되는 데이터로 다운로드한 뒤 무료쿠폰으로 아주 알차게 칼바람을 맞으며 해운대에 도착했다.

KakaoTalk_20240114_172135133_02.jpg 크리스마스의 해운대

시장을 가려고 했지만 바로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엑스 더스카이 전망대로 향했다.

KakaoTalk_20240114_172135133_03.jpg 엑스 더스카이 전망대 건물 입구

오후 2시쯤 도착한 전망대였기 때문에 야경을 보려면 4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했던 일정이었기 때문에 그 정도는 충분히 기다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입장했다. 13500원으로 반값 할인을 받고 입장했다. 솔직히 입장 전까지는 약간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되새겨보면 입장료가 2배였어도 충분히 다시 선택할 일정이었다.

KakaoTalk_20240114_172135133_04.jpg 100층으로 처음 올라가고 마주한 해운대 전경

비록 오후 2시여서 쨍쨍한 해와 바다 말고는 볼 게 없었지만, 그마저도 충분했다.

KakaoTalk_20240114_172135133_05.jpg 고급 레스토랑

솔직히 잠깐, 용돈이 충분했었던 상태여서 여기서 밥을 먹을까도 생각해 봤지만 과도한 사치라고 판단하고 패스했다. 꼭 소중한 사람과 다음에 와서는 여기서 밥을 먹을 것이다.

KakaoTalk_20240114_172135133_06.jpg 세계 최고 높이에 위치한 스타벅스

일정을 짤 때 원래 이 스타벅스에 자리를 잡고 오랫동안 사색에 빠져있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예상했듯이, 내가 원하는 자리는 이미 꽉 차 있었다. 그래도 난 동반으로 오거나 일정이 있는 사람들과 달리 아주 여유로운 자유 혼자 여행이었기 때문에 어딘가 서두르는 사람들을 보고 그 순간만큼은 내가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스타벅스 매장 안에 자리를 잡진 못했지만 한층 아래의 통유리 바로 앞에 자리를 별로 힘들이지 않고 잡을 수 있었다.

KakaoTalk_20240114_172135133_08.jpg 샌드위치, 케이크, 콜드브루

그리고 쿠폰으로 내가 먹고 싶은 걸 가득 주문하고 왔다. 그냥 뭐에 씨인 걸까. 너무 맛있었고 지금 순간이 너무 좋았다. 약간 빨개지는 하늘과 목으로 넘어가는 기분 좋은 콜드브루. 난 이 장소에서 결심했다.

KakaoTalk_20240114_172135133_09.jpg 초저녁 노을

지는 해는 빨개졌다. 오렌지와 사과의 중간색이랄까. 눈에 잔상이 남을 정도로 바라본다 해를. 해가 붉게 잘 익었다. 해는 질수록 빨갛게 익어간다. 오렌지에서 사과색으로.

KakaoTalk_20240114_172135133_10.jpg 노을+빌딩 숲의 야경
KakaoTalk_20240114_172135133_11.jpg 완벽한 야경 그 자체

돈을 많이 벌거다. 난 이런 여유가 너무 좋다. 고급진 장소와 돈으로 살 수 있는 좋은 경험들. 합리적인 소비는 당연히 하되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제약이 걸리지 않았으면 한다. 재수와 대학교로 직행 중 뭐가 더 이를 위해 나은 선택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뭘 하든 지금의 경험을 기반으로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나의 수능 끝나고 고3 생활과 겹쳐서 생각해 보면, 돈을 버는 것과 동시에 남을 위한 일을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고 그 속에서 누릴 수 있는 여유와 사색을 충분히 누려준다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여유와 사색으로만 넘치는 삶은 분명 괴로울 것이기 때문에, 여유와 사색을 누리기 위해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고, 그 삶 속에서 잠깐씩 이런 걸 누려주는 거다. 어떤 일을 해야 될지는 나도 아직 모른다. 그럼에도 무슨 일을 하든 최선을 다해 걱정할 여유 없이 바쁘게 살아가라. 열심히 하는 게 안 하는 거보단 낫고 그럼 당연히 좋은 결과를 불러일으킬 확률도 높아지니까.


쉽진 않겠지. 뭐 근데 시작 전부터 겁먹을 필요 있나. 항상 나에게는 엄격하게, 남에게는 관대하게. 양보하고 배려하면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대체할 수 없는 감정이니 꼭 잘 간직할 것이다. 꼭 성공해서 옆에 누군가와 같이 오겠다는 결심을 굳게 맺고. 이번 여행에서 나에게 최고의 경험을 선사해 준 엑스 더스카이 전망대를 뒤로한다.

KakaoTalk_20240114_172135133_12.jpg 더베이 101

전망대에서 약 5시간 정도를 만족스럽게 보내고 난 뒤에는 더 베이 101까지 걸어갔다. 해운대 해변을 따라 걸어갔는데 가는 내내 기분 좋은 미소가 내 입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참 행복했다. 사람이 많은 걸 싫어하는 나였지만 주변에 몰린 많은 인파들 조차 그리 신경 쓰이지 않았다. 참 부산을 혼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보람된 크리스마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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