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은 방학의 달. 틈틈이 학교에 출근해도 방학은 방학이었다. 학교 달력에서 진짜(?)새해는 3월부터이므로 그 새해를 본격 준비하는 2월이 오기 전인 1월은 방구석 재질인 나에게 읽고 쓰고 만들고 사유하는 공간적 시간이었다. 작년 이맘때는 '질문이 있는 소설수업' 교재 초안을 인쇄소에 넘겼고, 북큐레이션 자격증 강의를 신청하기도 했다.
올해 1월은 좀 다르다. 열기는커녕 다 타버린 잿더미 같았다. 나를 그렇게 타오르다 못해태워버린 건 무엇일까? 새해 종이 울리고도 한동안 직시할 용기가 나지 않았었다. 재에도 아직 온기가 묻어 있었다. 헛된 희망을 또 품고, 다시 '착실한' 일꾼이 되어있을까 봐두려웠다.
적어도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반드시 변하고 싶었다.
첫 번째 질문, 왜 그리 화가 났을까?
일단,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아야겠다고 느꼈다. 사람에 대해, 선택에 대해, 이해할 수 없지만 자꾸 나를 선택하는 운명에 대해. 복잡한 게 유쾌할리 없고, 유쾌하지 않은 게 답이 될 리 없다고. 답도 없는 세계에서 구태여 문제를 재생산하고 싶지는 않다고.
-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생각하기
- 유한한 에너지 집중할 곳 찾기
- 판단 아닌 팩트에 분노를 표현하기
두 번째 질문, 책 속엔 과연 길이 있는가?
작년 한 해 책과 사람을 연결하고, 새벽 5시에 일어나 읽고 쓰면서 흔히 받는 질문들이 있었다.
- 책을 읽는다고 (인간관계가) 해결이 돼요?
- 매일 일찍 일어난다고 다 부자 되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인생 살 것도 아니고.
- 잠 적게 자면 뇌 질환 걸린대(...)(생각해 보니 이건 내가 한 말 같다...)
이런 질문들은 대부분 답이 정해져 있었다. (안 읽겠음, 안 하겠음 따위가 있다.) 어떤 질문은 더 나은 질문으로 대체해야 했다.
어찌 되었든, 한 해를 지나가면서 얻은 '일시적인' 결론은 이것이다.
책 속엔 길이 없다. 길은 책을 읽는 '사람'에게 있다. '질문하며 책을 읽는 사람'에게 있다. 그래서 '책 한 권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을 아는 사람'에게 있다.
시간을 번다. 일단 의자에 앉는 엉덩이의 힘을 길러두면 내가 공부할 것들을 찾자마자 몸이 알아서 시동을 건다. 몸을 데우는 일만으로 에너지를 낭비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준비작업일 뿐이니 그 자체에 도취되는 일은 허망하다. 아이들이 상담할 때 눈물 뚝뚝 흘리면서 다음 날 해맑게 어떤 변화도 보여주지 않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열정적이며 고민하는 자신에게 도취되지 말 것.
일어나자마자 할 일을 정해두고 자는 일은 새벽을 맞는 나를 위해 미리 부친 택배와 같다. 일어나는 일은 나에게 '일어나는 일'을 받아들인다는 마음가짐이다.
세 번째 질문, '계속 그렇게' 살 건가?
어떤 톤으로 읽냐에 따라 정곡을 찌르는 질문이기도, 성공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패닉은 언제나 기회였다. 내달리다 멈춰서는 자비의 구간엔 언제나 고통과 마비가 도사리고 있었다. 문득 내 머릿속엔이상적인 조직의3요소가 답처럼 담겨있었음을 깨달았다. '허리'를 응원하는 조직 문화, 업무량, 보수. '적정한'이라는 형용사를 붙이지 않은 건, '적정함'이 개별 요소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세 가지가 맞물려 적정에 '가까워'지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나를 움직이는 바퀴가 작년 이맘때처럼 쌩쌩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기대를 낮춰야 해. 자책은 없애야 해. 포기는 선택적으로.
오히려 잘 되었다. 이 틈에서 전념의 방향과 정도를 배웠다.
감당할 수 없는 불만과 피해의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여전히 툴툴대는 내 모습을 통제하기 어려워 버거울 때가 있지만 글을 쓰고부터는 좀 다르게 질문해 보기로 했다.
일의 조건과 환경, 문화를 바꾸는 작은 질문을 하자. 여기서 작은 질문이란, 계란으로 바위를 치지 않고 '바위가 되려고 하는 나'에게 던지는 질문.
누가 대신 말해주고, 나서서 바꿔주고, 먼저 멋지기를 기대하지 말자. 나도 못했던 걸 선배들에게 기대하지 말고, 내가 할 줄 안다고 후배들에게 당연시하지 말자.
사람은 본디제 그릇과 능력치만큼만 숨 쉬고 말하고 먹고 일하고 표현하고 배설하며 사는 법. 판단의 영역이 아니다. 상황은 판단을 뒤집기도 한다.
'선생님?그거 좋아. 얼른 해.'라고 말하는 사람으로 살자.
멋진 교사들, 낯선 사람을 부러워하며 기죽지 말고 관찰하면서 영감을 얻으면 바로 실천하자.원하면 내가 그냥 하고, 바꿀 수 없으면 에너지를 바꿀 수 있는 것에 쓰자.
재테크를 시작하면서 우선 일에 대한 마인드부터 갈아 끼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공부도 함께 시작되었다. 잘 쓰는 게 잘 사는 비법이라고. 그게 감정이든, 돈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