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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뭉클 Jan 19. 2024

1월의 언니

뭉클북클럽 마지막 미션레터를 보내고

뭉클북클럽은 티쳐보단 코치, 멘토보다는 언니 같은 멘티가 상주하는 공간이다. 1월은 방학 중이라 온라인이지만 머지않아 오프라인도 가능하길 꿈꾼다. 2024년 1월 1일, 책 <Be Your Future Self Now> 함께 읽기 인증 안내를 기점으로 2일부터 미션 레터를 보냈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종의 읽기 가이드였다. 핵심 문장을 고르고 파트 1, 2의 마지막엔 미션 질문을 적었다. 단어에 막혀 더 중요한 내용의 길을 잃지 않도록 연어장도 만들어 넣었다. 본격 실천 파트인 3은 7단계로 나뉘어 있는데 각 단계가 끝날 때마다 본인의 삶에 적용해 볼 수 있도록 간단한 코너를 만들었다.



아이들은 처음엔 시큰둥했지만 하나둘 미션 레터를 읽어보고 생각해 보긴 했다는 반응부터 워크북구체적인 답변을 적기까지 조금씩 반응했다. 워크북을 인증하는 일이 민망하고 어색했는지 누군가 호기롭게 자기 몫을 올리고 나면 어딘가 숨어 지켜봤다는 듯이 주르륵 인증 올리곤 했다.


떤 아이들은 문장과 질문에 집중했고, 어떤 아이들은 확언에 진심이었다. 질문만큼 자주 강조한 것이 아웃풋이었는데 내가 유도한 아웃풋을 복습하는 수준이었지만 처음치곤 잘 적응했다.



원서만 읽은 것은 아니었고, 기출문제의 문제 주인을 정해주면 미리 공부해서 채팅방에 올리도록 하고 수업 중엔 친구에게 설명하기 활동을 했다.



발표를 하려고 앞에만 서면 '에? 어?'라며 어버버 하는 아이도 있었고, 완전히 등지고 칠판과 이야기하는 아이도 있었고, ASMR이라 불리던 아이는 점차 꽈배기처럼 몸을 비틀었다. 나는 요즘 예전보다 더 잘 견딘다. 침묵을 견디고, 설명하고 싶은 수다 본능을 누르고, 모든 걸 설명해야 한다는 강박에 초연하다. 여전히 수다스럽지만.



매일 아침 일어나 어제 만든 미션 레터를 보내고, 계획된 분량을 읽은 후 다음 날 미션 레터를 작성하는 것이 1월 중 이른 아침의 일과였다. 최대 수혜자는 나일 거라고 짐작했다. 그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가르치는 사람이 언제나 제일 많이 배우니까. 



어떤 날은 너무 당연한 말 같아 후루룩 읽어버리고 싶고 파트 3의 중간쯤 가니 끝이 보여 책을 덮고 싶기도 했다. 읽는 속도는 언제나 실천으로 가는 속도보다 빠르고, 앎과 실천의 거리는 입술과 심장과의 거리만큼 가깝고도 멀다. 하지 않으면 결국 모르는 것이라지만.



살면서 원하는 걸 이루는데 필요한 건 꿈이나 진로가 아니라 목표와 태도였다. 뚜렷한 목표가 있으면 시스템(루틴)을 만들 수 있는 태도가 자라났다. 아이들에게 매일 편지를 보내는 행위가 나에겐 목표와 시스템 그리고 태도 3종 세트 그 자체였다.  



그러던 와중에 놓치는 것도 있었다. 뭔가를 잘한다는 건, 그것을 더 잘하기 위한 목표도 잘 잡는다는 뜻이기도 했다. 모르면 질문도 제대로 할 수 없고 목표도 엉뚱하게 잡았다. 실천해도 성과가 없으니 억지로 붙들어 놓은 태도도 지치게 마련이다.



일단 민낯의 성적표를 봐야 한다. 기출문제 수백 번 풀어본들, 시간 재고 실전 모의고사 번 보는 것만 못하다. 그 긴장감과 공포, 불안을 이겨내고 집중력을 끌어다 풀어낸 문제만이 나의 것이다. 퓨쳐 셀프 발목 잡는 과거의 서사를 다시 써야 하는 이유도 그래서였다. 자신에게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아이들의 시간은 더디고 산만하게 흘러갔다.



예전엔 아이들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왜 본인이 아니라 나에게 묻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뭉클북클럽에선 친구 가르치기 활동, 루틴을 만들 수 있는 공동체 외에도 질문하는 태도를 강조해 왔다. 그러면서 알게 됐다. 



질문을 안 해서 모르기도 하지만, 몰라서 질문을 못하기도 한다는 걸. 실천 없이 계속 질문해봐야 그 답은 별로 새롭지 않아서 나조차도 나에게 호기심을 느끼지 않게 된다는 것도.



40대가 되어도 50대에 뭐가 될지, 60대에 뭘 할지 궁금한 삶을 살고 싶은데, 아이들은 가끔 나보다 더 늙은이 같다. 새파람이든, 호시절이든 사라져 버린 후에 느끼는 것. 언제나 시간이 이기니까 그걸 느끼게 해 줄 자신은 없지만, 아이들을 좀 많이 웃긴 거 같아 그게 젤 뿌듯하다.



이번 주말까지 후기를 받고 있는데, 사실 좀 떨린다. 그래도 1기를 잘 마친 것 같아 후련하다. 1월의 언니가 너무 열심이어서 부담스럽진 않았지. 언제나 안부가 궁금한 사람들로 남고 싶다. 총 16편의 미션 레터를 짓고 보내는 마음에 대해 오래 생각하는 밤이다.   


40%




60%




80%


*레터 일부를 남겨본다. 미래의 나도 들러서 보려고.

(주저하는)100%보다 행동하는 80%의 법칙을 지켰으니 이제 또 다른 80%를 만들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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