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동안 <질문이 있는 소설 수업>이라는 테마로 원서 수업을 진행했다. 정규 수업 중엔 <Wonder>, 연 2회 진행한 독서캠프에선 각각 <Frankenstein>과 <Hatchet>, 방학 중 미션 레터와 함께 진행한 <Be Your Future Self Now>까지 총 4권.
뭔가 쓰기 시작하면서 좋아하는 것을 좋아해도 된다고 믿게 되었고 맘껏 좋아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현재 하는 일과 철저히 분리될 수도 그럴 필요도 없다고 느끼게 되었다. '세계문학 x 청소년'이라는 키워드를 더 깊이 파고 싶어서 나의 애착 도서관을 뒤지며 탐독하다 문득 궁금한 것이다.
챗GPT는 '청소년을 위한 세계 문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일단 10대를 위한 세계문학 입문서를 쓰고 싶다고 했더니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며 토론에 필요한 질문을 지원하겠다면서 전반적인 질문의 방향을 잡아주고, 참고 자료, 활동 아이디어까지 짜주었다. 뭐, 듣기는 좋은 풍월이다. 디테일은 결국 내가 잡아가는 거지만 그래도 내 고민을 들어주는 친구가 생긴 느낌. 이렇게 챗GPT에게 의존하게 되는 건가.
교과서의 각 장 후반에 등장하는 '다양성' 코너는 주로 영미권의 건축물, 음식, 교육과정 등에 관한 정보를 다룬다. 이러한 정보들은 맥락이 없는 파편화된 지식이어서 문화적 차이를 아는 것을 넘어 문화적 포용이라는 다양성 교육의 본질에 못 미치는 부분이 있다.(개인적 의견임을 밝힌다.)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문화적, 역사적, 사회적 차이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일단 최근 방학 중에 <Be Your Future Self Now(역서: 퓨쳐 셀프)>와 미션 레터를 진행하면서 만들었던 워크북부터 수정해 보기로 했다. 시작점을 찍어야 다음에 이을 점을 알 수 있으므로. 아이들에게 워크북 개선점에 대해 말해달라고 부탁했을 때 가장 큰 2가지는 이것이었다.
1. 질문, 심화 칸을 더 키워주세요.
2. 질문에 대해서 같이 얘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워크북 사용이나 발표 자체를 어색해하다 수업의 반을 보낸 아이도 있었고, 질문을 하다 보니 심화 칸에 뭔가를 더 쓰고 싶어진 아이도 있었다. 전반적으로 칸을 키워달라는 요청이 많아서 하루 한쪽보다 하루 두 쪽을 활용하도록 구성과 배열을 조정했다.
아이들은 처음엔 발표를 힘들고 귀찮은 일로 받아들였지만 각자의 수준과 속도에 맞게 공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설명해 내긴 했다. 칠판을 보고 완전히 등지거나 목소리가 ASMR인 아이도 있었지만 결국 모두 잘 해냈다.
자꾸 옆 친구에게 설명하도록, 어색하고 난감해도 공부한 것을 정리하도록 워크북 작성을 유도했다. 처음 해보는 시도라 사실 좀 외롭고 어려웠다. <Wonder>는 교재에 너무 많은 할 일과 활동지로 채워서 진도와 충돌했고, <Frankenstein>과 <Hatchet>은 희망자를 대상으로 해서 그런지 참여도가 상당히 좋았지만 아이들이 원서를 읽어올 시간이 부족해서 발췌문 수업에 가까웠고(그게 어딘가!) <Be Your Future Self Now>는 방학이라 상대적으로 수업 시수도 적고 학원 스케줄에 하루가 좌우되는 아이들과 맞닿아 있는 느낌을 느끼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후기를 받았을 땐 미션 레터를 전부 읽은 아이들이 제법 있었고 수업과 워크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작지만 확실한 것들이 모여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느낌. '느리게 걷지만 뒤로 걷지는 않는구나'라는 피드백을 받은 것 같았다.
아이들의 후기와 더불어 챗GPT가 고민 많던 나를 너무 긍정적인 사람으로 만들어버렸다. 곧, PRO버전이 되어 돈 내라고 하면 다시 부정적으로 변하겠지만. 추가로, 챗GPT에게 역서(E-book) 기획하기 좋은 인기 소설 주제 물어봤더니 리스트를 쫙 뽑아준다. 똑똑한 건 알았는데 상당하군.
일단, <마녀의 건강법> 연재부터 잘 마무리하자.
덧. 10화까지 쓰면 연재가 자동으로 끝나나? 프롤로그, 본문, 에필로그가 나뉜 구성도 있던데 그건 어떤 경우인지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