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자를 위한 일곱 장의 요리 카드

by 뭉클

첫 번째 카드. 나의 몸을 타인처럼

내 몸은 내 것이지만 몸속 사정에 대해 다 알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하지만 살다 보니 그건 자기기만이다. 모른다는 걸 '안다'는 기만.


사람은 미래의 자신을 옆집 아주머니(그러니까 현대적인 의미에서 '전혀 관심 없는 남')로 생각한다고 한다. 책 <퓨쳐 future 셀프>은 사실 <프레즌트 present 셀프>이다. 미래에 대해 말하는 것 같지만, 현재의 나를 말하는 것. 아주 멀리 있어 상관없는 지경에 이른 나의 미래, 나의 몸이 사실은 아주 가까이에 눈먼 채 놓여있다면?

버섯 달걀 토스트

1. 양파 잘게 썰고, 느타리버섯은 듬성듬성, 양배추는 얇게 썰어 둔다.

2. 볼에 달걀 1개 풀고 1번도 넣고 잘 섞은 후 후추, 카레가루, 가쓰오액(요리책엔 일상의 조미료로 대체 가능한 생소한 액체들이 가득하다) 넣고 섞는다.

3. 2번을 굽는다.

4. 구운 곡물빵 한 면에 머스터드를 바르고 달걀을 올린 다음 케첩을 바르고 치즈를 얹어 곡물빵으로 덮는다.

라고 되어있는데 아침 식사로 빵 두 쪽은 과해서 오픈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는다. 케첩도 너무 자극적이야. 지난날 이토록 주관이 뚜렷했다면 요리책을 마구 사들이진 않았을 것이다.


내 몸이지만 옆집 아주머니에게 인사 생략하고 모른 체하지 말고, 자주 들여다볼 필요는 있다.



두 번째 카드. 확언은 진화

"나에겐 모닝 3세트가 있어."

짝꿍은 내 말을 듣고 묻는다.

"그럼 해시브라운은 뭐야?"

"뭐?"

"세트면 버거, 콜라, 그다음에 포테이토나 해시브라운이잖아!"


해시브라운 먼저 물어볼 줄은 몰랐다. 역시 남다르신 분.

아침 뉴스보기(이건 아직도 가끔 깜빡), 아침 독서/글 초안 쓰기(모닝페이지 포함)에 이은 해시브라운은 긍정확언이다. 몇 번 하다 보니 효과가 있는 듯하여 아이들에게 샘플 예시까지 줘가면서 같이 했는데 정작 어느 시점에 오니 꽂히는 확언을 찾지 못했다. 중언부언. 아, 쓸 게 없다.


몇 가지 확언을 정해서 루틴 삼아 해 보기로 했다. 맞춤형 확언 같지만, 누구든 해도 좋은 확언들!


1. 나는 인복이 많다.

2.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해내고 싶은 일이 생기면 구체적으로 바꿔 적는다.)

3. 나는 사랑받는 사람이다. (사랑받지 못해도 상관없다,라고 적기도 한다.)

4.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5. 나는 항상 기분이 좋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확언)

6. 나는 다른 사람의 것을 부러워하지 않고 내 것이 아닌 것을 욕심내지 않고 내 목소리를 내며 산다. (세 문장으로 쪼갤까 하다가 그냥 둔다.)


블랙 와플

1. (검은콩을 갈아놓은 게 있다!) 검은콩, 검은깨, 식물성 두유 1컵을 넣고 부드럽게 갈아요.

2. 통밀가루, 현미가루를 넣고 두유 남은 것, 기름, 설탕, 소금을 넣고 섞는다. 걸쭉해질 때까지.

3. 반죽에 토핑용 검은콩과 검은깨를 얹는다. (저런, 다 갈아버렸는데...)

4. 와플 팬에 구워 메이플 시럽이나 과일잼, 요구르트와 함께 먹는다.


나는 이제 사소한 것들에 신경 쓴다. 단순하고 사소한 것들이 반복되면 어떻게 되는지 그 경이로움을 알아버렸다. 문제도 문제 삼지 않고, 크다고 느끼는 일에 '~일 뿐이다'라고 말하는 건 내일도 출근할 시지프스에게 약이 된다.


'내일은 분명 힘든 날이 될 거야' 맞다, 분명 그럴 것이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 내일은 힘든 날이 될 테지만 수많은 날들 가운데 하루일 뿐이다. 우리는 삶의 고통을 직면해야 하지만 삶에 고통만 있는 것은 아니며, 분명히 힘들겠지만 그것은 상대적일 뿐이다. 우리에게는 괜찮은 것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사유 식탁>, 알랭 드 보통&인생학교



세 번째 카드. 나 좋을 대로 생각하려고 해

나 좋을 대로 생각하려고 한다. 그렇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으므로. 착각일지라도 재능이란 생각도 든다.


채식 스뫼레브뢰

1. 구운 호밀빵에 버터와 크림치즈를 차례로 바른다. 그 위에 래디시, 치즈, 레몬 겉껍질과 딜을 올린다.

2. 소금, 후추로 간하면 완성.



네 번째 카드. 디폴트값

기준점을 어디에 두느냐가 대부분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어떤 걸 고를지, 어떤 감정을 느낄지, 저 인간을 어떻게 바라볼지 등등. 혹은 잠들지 못하는 밤에 대해서도.


버섯 구이 절임

1. 만가닥버섯, 잎새 버섯(너네들은 누구냐!)은 먹기 좋은 크기로 찢어준다. 표고버섯은 먹고 싶은 모양대로 썰고 생강은 채 썬다.

2. 버섯들 넣고 소금 살짝 뿌리고 강불에 볶는다.

3. 보울에 육수, 간장, 설탕, 식초, 소금을 넣고 섞는다. (육수, 간장 베이스의 짭조름함에 새콤달콤함이 더해지니 맛이 없을 수 없다.) 볶은 버섯들과 생강을 넣고 마무리!

구운 닭고기 위에 데운 버섯 구이 절임을 올려 먹으면 꿀맛!


'왜 항상 즐거워야만 할까?' 식탁에서 즐거움을 찾는 일은 제법 괜찮게 들린다. 하지만 인간 생활에는 즐거움만이 아니라 비통함, 두려움, 회한 같은 감정도 있다. 좋은 식사는 언제나 밝고 즐거워야 한다는 생각은 도리어 적절한 환대를 제공하는데 방해가 될 공산이 크다. <사유 식탁>, 알랭 드 보통&인생학교


항상 즐겁지 않아도 괜찮은 일상은 얼마나 즐거운지. 아Q의 정신승리와 우리의 무심은 다른 것이다.



다섯 번째 카드. 긴장과 피로에 예민해질 것

긴장은 공포에서, 피로는 욕심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그 욕심 또한 공포에서 생겨나는 것이므로 나는 공포연구에 심취해 있다. 인생연구란 결국 공포연구 아닐까 생각하면서.


머위 겉절이

1. 머위는 받아놓은 물에 씻는데, 여린 잎을 흐르는 물에 씻으면 멍들기 쉽기 때문이다.

2. 양념장(간장, 고춧가루, 설탕, 식초, 물, 통깨)에 1을 넣어 무친다.


멋진 성취와 좋은 습관들이 있었지만 생각해 보면 상황이 아주 좋기만 했던 적은 별로 없었다. 여전히 그런 날들을 상상하는 모양이 어처구니없지만 계절이 오면 그 계절의 음식을 먹는 것이 행복한 사람의 의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봄이 오면 달래, 냉이, 두릅, 머위 같은 봄나물을 먹고, 여름엔 네모나게 잘라 놓은 수박, 가을엔 뭐든 입에 침이 고이고, 겨울엔 겨울잠 자는 동물들처럼 먹고 싶은 것들을 쟁여놓는다. 따뜻한 국물요리나 뱅쇼도 겨울이라 더 몸속 깊이 스며든다.


흐르는 마음엔 이끼가 끼지 않는다.



여섯 번째 카드. 투자자 마인드

투자자는 오직 투입 대비 산출이 높은 쪽으로 움직인다. 삶의 태도를 생각할 때 남는 장사란 베푸는 것일 때도 있고 어떤 투자는 자기 계발처럼 그 성과가 한눈에 드러나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시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할 때 SNS 때문에 산만해져서 우선순위를 잊어버리거나, 산출 따위에는 관심 없는 사람처럼 지나치게 투입만 하는 사람은 되지 않기로 했다.


구운 두부 무말랭이 김밥

1. 두부는 소금 간하고, 표고버섯은 얇게 썬다. 시금치는 데쳐서 준비.

2. 표고버섯이랑 시금치는 소금, 참기름(혹은 들기름)을 넣고 조물조물.

3. 김에 깻잎 올리고 만들어 둔 것 하나하나 올린다. 짭조름한 무말랭이 무침 올려서 돌돌 말아주면 완성!


이라고 쓰여있지만 이 레시피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돌돌'이며 짝꿍은 김밥말이가 없어도 김밥을 돌돌 만다(!).



마지막 카드. 가만 보면 네가 제일 못 됐어

비난이나 조롱의 말을 들었어도 받지 않으면 그 '선물'은 내 것이 아니다. 사물을 대하는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그 사물이란 돈이나 물건을 의미하기도 하고, 내게 다가오는 말이나 상황을 '선물'에 비유한 것이기도 하다. (모태 카톨릭 신자는 때때로 지혜를 스님에게 배운다.)


거절 못하고 모두 받아, 버리지도 못하고 쌓아두면서 '내 방은 왜 이렇게 좁고 답답한지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건 아닌지. '다들 너무 못 됐어. 근데 네가 제일 못 됐어.' 내가 나에게 문득 던진 말이었다.


나 자신을 타인처럼 대해야 할 것이다. 매일 아침 낯설고 무지한 존재로.


따뜻하게 찐 채소 플래터

1. 찜솥에 물을 넣고 끓이는 동안 채소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썹니다.

2. 단단한 뿌리채소(연근, 감자, 고구마, 당근, 밤 등)를 먼저 올리세요.

3. 꽃 채소 또는 버섯류(양파, 옥수수, 버섯, 아스파라거스,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등)를 5분 후에 올리세요.

4. 깨소스(검은깨 가루에 소금, 후추, 올리브유, 레몬즙, 발사믹 식초 등을 넣은 소스)와 함께 내면 끝!



번외. 양치스쿼트

"자기야, 나 스쿼트 습관 들이고 싶은데 매일 하는 일 뒤에 붙여서 하면 습관이 된대! 양치할 때마다 스쿼트 100개씩 어때?"

"음... 양치하다 숨 막힐 거 같은데? 그냥 양치를 더 오래 하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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