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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뭉클 Mar 18. 2024

연재에 대한 소회

여기에 새벽 5시를 곁들여...



1월 1일이 시작되기 며칠 전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연재 버튼을 눌렀다.


고 있거나 쓸 거리를 고민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낸 지 한 달째 되던 즈음 브런치를 시작했다. 하지만 연재는 여전히 망설였다. 1월 1일을 앞두지 않았다면 도통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글은 주 1회로 매주 일요일에 발행했지만 연재를 안 하는 날도 쓰고 발행하고 있었으므로 내겐 사실상 매일이 연재일이었다. 엄마 생신날, 그래서 온전히 엄마에게 시간을 쓰고 싶었던 날빼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 썼는데 쓰레기를 썼는지 작품을 썼는지는 몰라도 어느 쪽이든 쉬운 쪽은 없었다. 야근이 있는 날은 다이어트 겸 저녁밥을 거르고 한 시간 동안 집중해서 썼고, 글감이 없는 날은 한 시간 정도 걷고 오면 떠오르는 것들을 썼고, 그도 아니면 수업한 내용을 쓰고 수업할 내용을 썼다.


사실 쓰는 이유를 딱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조지 오웰처럼 책 한 권의 분량으로 멋들어지게 그 이유를 설명할 재량은 없다. 지금 당장 내일부터 한 자도 안 쓰고 살아도 별 문제는 없을지도 모른다. 작년 초만 해도 난 그냥 답답할 때 몇 자 적는 것으로 마음을 풀고 독서 중 메모를 하거나 SNS에 리뷰 올리는 정도의 글밥을 가진 사람이었으니까.


연재를 끝낸 직후엔 솔직히 뿌듯함보다 허탈함과 함께 울컥했다. 좀 놀랐다. 이 기분은 뭘까. 3개월 넘게 우직하게 써온 시간이 밀려와서인가.  글을 쓰는 지금도 여전히 그 감정의 근원은 알 수 없다.


울고 싶을 때, 버리기 아까운 생각이 났을 때, 어떤 날은 의무감으로 한 줄씩 썼는데 그게 일상이 되어서 브런치는 내 보물 창고가 되었다. 어쩌다 한 편 썼다면 글 자체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느라 더 나아가지 못했을 텐데 매일 쓰니 '아, 오늘도 한 편 썼다. 근데 내일은 뭐 쓰지?'라는 생각 때문에 글에 자의식을 가질 여유조차 없었다. 하루에 한 편씩 쓰려고 하면 조각글 하나만 쓰려고 해도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가는 느낌이라 밤 12시란 숫자를 초조하게 확인하는 신데렐라의 마음이 되었다.


어쨌든 이 알 수 없는 마음으로 이틀 즈음 보내고 니 그 감정을 모르는 채로가만히 바라볼 수 있게 되어서 다시 쓴다.


'앞으로 나아가자. 앞으로만 나아가자.'


생생하게 연결하 글을 쓰자. 아이들을 더 세세하게 관찰하고 좋아하는 책을 재밌게 소개하자. 누가 뭐래도 내가 재밌어서 재밌는 사람이 되자. 그러면서 나부터 행복해지자.


오늘은 실장의 리더십에 감탄했고 질문하는 습관이 업무를 얼마나 간결하게 만드는지 실감했다. 특강반 아이들의 성실함, 짝꿍이 만영혼을 달래는 저녁 식사, 영혼 없는 수업 기계가 되지 않으려는 나의 섬세한 노력에 대해 기록하는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 생각한다.


내일의 엉망은 두렵지만 누군가 말했듯이 학교에선 자잘한 일은 많이 일어나도 큰 일은 잘 일어나지 않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자, 나여. 연재의 기세만을 떠올리며 하루를 살기.



새벽 5시에 일어나면 삶이 달라지나요?

새벽 5시에 일어나면 주어진 시간을 배로 쓸 수 있다. 새벽의 집중력과 아침에 차오르는 긍정의 샘과 선물처럼 받는 아침 해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이다.


다만, 내겐 새벽 5시에 일어나기보다 어려운 일이 있는데 그렇게 배로 늘려놓은 시간들이 나를 동그란 눈으로 빤히 쳐다보고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는 점이다. 일단 새벽부터 아침까지 아주 알차게 보내고 나면 점심을 먹고 난 후에는 하루를 통째로 다시 얻은 기분이 드는데 이 늘어난 시간을 잘 활용할 능력이 내게 있을까? 어느 정도까지 시간을 채우고 비워야 할까?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새벽 4시나 5시에 꾸준히 일어나고 불어난 시간도 극복해본 사람들게 조언을 구하고 싶다.


다들 점심 이후와 저녁을 어떻게 보내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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