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Untitled>

by 뭉클



[ ]


희망도 다정도 없는 사람이었다

J는


희망과 다정을 보고 데려왔다

Y는


나를 믿어요?

믿고 싶어요


거울을 씹어서 그의 얼굴에 뱉었다

입에서 딸기향도 나고

눈물맛도 났다


낯섦은 나의 환상적인 국적

꽃과 죄수복 사이에는 어떤 라포도 없다*

*장 주네,《도둑 일기》차용




-



자연는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유희의 말에 찾아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찾아본 적은 있냐고 대꾸할 뻔했지만 조사 하나로 질문은 순식간에 질타가 될 수 있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으니까. 찾아봤는데 결국 못 찾았다는 말을 들어도, "계속 찾아야죠. 찾을 때까지."라고 말하다가 생각한다. 누구든 그러고 싶다. 그래서 듣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니라는 걸.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계속 찾는다면요."


유희는 눈물을 글썽인다. 어제 읽은 책에 이런 구절이 나와요. '내 마음의 명령에 따라 내가 만족하는 우주를 골랐다면, 적어도 그 안에서 내가 원하는 의미를 찾아낼 힘이 내게 있었을까?' 왜 마침표가 아니고 물음표일까요. 왜 확답이 아니고 또 열린 질문이냐고요.


"유희 씨, 불안하구나."


마음의 명령과 만족하는 우주깊이 묻어두고 싶어서 열린 질문 운운하는 유희 씨의 마음을 모를 리 없다. 고약한 선배들 사이에서 남성의 언어폭력과 여성의 언어폭력을 모두 경험하는 80년대생과 90년대생 사이에는 어떤 빛의 시간이 존재할까. 오늘의 임연수는 보드랍고 고소하다. 여기서 끝이어야 하는데 왜 밥 먹는 공간에서도 미어캣처럼 고개를 휘익 휘익 사방을 돌아보는지, 후배나 동료들과의 시간은 왜 연설로 보이고 마는지, 책임 없는 자유는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서도 생각하다 기침이 심해 본인만 쫄면이 기분 나쁘게 맵다고 느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한층 더 나빠진다. 묘한 안도감.


"단테는 《신곡》을 쓰려고 사회생활을 해봤을 거고 그러고 나선 그걸로 책 한 권 뚝딱 쓰겠다 생각했을 거예요."

"푸하하.. 유희 씨 왜 이렇게 웃겨?"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우리는 눈물이 채 마르지도 않은 유희 씨의 유머에 긴장이 풀려버린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글감이 없다고? 완전 러키비키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