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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뭉클 Jul 31. 2024

내 이름은 노바디 I am Nobody

내가 누구든, 그게 뭐라고


"난 왜 사서가 안 되고 영어 교사가 됐을까?"

"북큐레이션 1, 2급을 땄어요. 자격증은 필요 없고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서요."

"시를 쓰려는 건 아니고, 제 글이 저도 지긋지긋해지던 참이라.... 틀을 깨면서 살고 싶기도 하고요."


짝꿍에게, 책 Q 큐레이터들에게, 시 친구들에게 했던 말들을 돌아보면서 내 외연이 확장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리 막히고 저리 막혀 아직 무언가 되지 못한 사람, 그러니까 충분하지 않은 사람인 것처럼 느낄 때있었다. (지금도 틈틈이 그런 생각이 고개를 들긴 한다.) 그런데 꾸준히 읽고 쓰다 보니 나는 노바디 Nobody이면서 에브리바디 Everybody가 된 것 같았다. 눈에 밟혔던 경계선들을 하나씩 지워나가고 있었다. 원래 그런 건 없었겠지. 숨통을 조여온 거겠지.



책 Q 서포터

전주 책방 잘 익은 언어들에서 큐레이터 전시를 시작으로 현재는 7월 29일 월요일부터 재개관한 전주 시립 완산 도서관에서 책 Q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다 부지런한 책방 대표님 덕분이다. 직접적으로 돈이 되는 일도, 누가 칭찬해 주는 일도 아니지만, 책에 애정을 진 사람들을 만나고 또 그 마음을 잠재적 독자에게 전달하는 일은 함께 하면서 그 의미가 증폭되었다. 함께의 힘을 느꼈다. 혼자 교실에서 고독하게 큐레이션 하던 1년의 시간 덕분에 이번 활동은 더욱 즐겁다.

전주시립완산도서관 책Q 전시



시 쓰기 워크숍에서 영시 수업 워크북 쓰기로

벌써 두 번째 시 워크숍이 오늘로 끝이 난다. 시인이 되려던 건 아니었고 소설의 언어보다 시의 언어가 더 맞는다거나 하는 확신도 없었다. 뭔가에 홀린 듯 나도 모르게 신청하게 된 것에 가까운데 나는 창의적 글쓰기 그러니까, 글쓰기가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인 글쓰기를 하고 싶었다는 걸 알게 됐다. 글을 꾸준히 써온 덕분에 시를 읽고 쓰는 일에 거부감도 없었다. 시를 사랑했던 10대의 기억이 종종 떠올랐고 잃어버린 물건을 찾은 것 같았다. 두 번째 워크숍을 듣기 시작할 때즈음 자연스럽게 시 수업을 기획하게 되었다. 적어도 매 학기 말마다 진행하는 자율적 교육과정에 나는 시수업을 하고 있을 거라고. 그 시들은 해를 거듭하면서 불어나고 깊어질 거라고 믿게 되었다.


시 콜라주 수업


내가 누구든, 그게 뭐라고. 직업이 나 자신인 것도 아니고. 낯섦을 국적 삼아 외연을 넓히는 사람. 그게 나라면 나일 것이다. 그냥 우당탕당 엉망진창이어도 재밌게 사는데 진심이라는 뜻. 그 재미는 아직 연구 중이지만.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았는데, 어느 순간 모든 것이 되어 버린 기분을 붙잡아 두기 위해 여기 적어둔다. 이런 기분은 태도가 되어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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