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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빛 Feb 29. 2020

힘이 들 땐 청춘 방앗간에서
수다 한 접시

세종시 전통시장 청춘 방앗간

  우르르르 요란한 방앗간의 기계가 돌아가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수증기 사이로 끌밋한 가래떡이 쉬지 않고 나왔다. 가래떡은 길게 뽑아낸 모양 때문에 ‘복(福)을 늘리고 오래 산다.’는 기원을 담고 있다. 어릴 적, 명절을 앞두고 어머니께서 방앗간에 다녀오시면 그 앞으로 온 가족이 모여들었다. 너 나할 것 없이 뜨거운 가래떡을 손으로 쭉쭉 끊어서 배가 부를 때까지 먹었다.     



  세종시 조치원의 전통시장에는 청춘 방앗간이 있다. 시장 한편으로 길게 늘어선 줄은 방앗간으로 이어진다. 안에는 쌀 포대가 층층이 쌓여있고 그 옆으로 가래떡을 뽑는 기계가 있다. 이곳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방앗간은 아니다. 직접 뽑은 가래떡으로 떡볶이를 만들어 파는 분식점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주요 메뉴는 청춘 세트, 방앗간 세트이다. 청춘 세트는 떡볶이와 김밥, 튀김, 순대를 기본으로 한다. 달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은 고추장 소스가 쫄깃한 가래떡을 섬으로 만들었다. 세트메뉴의 양은 두 명이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만큼 많은 양이지만 젊은 청춘들이라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      



  비빔만두는 새콤한 초장에 비빈 야채와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두툼하게 잘 튀겨진 납작 만두를 싹둑싹둑 잘라서 양배추 등의 신선한 야채와 섞어먹으니, 서로 다른 식감으로 입안이 즐겁다. 달고 짭조름하며 맵고 새콤한 맛에 시원함까지 한 그릇에 담았다.     


시원한 야채와 비벼먹는 비빔만두


  청춘 방앗간에 오는 손님들은 문턱을 넘는 순간, 모두가 청춘이 된다. 힘이 들 땐 이곳에 들려 배를 채우고 큰 소리 한 번 지르고 다시 시작한다. 남녀노소가 방앗간의 참새가 되어 수다를 하며 청춘 메뉴 한 접시를 비우고 사장님의 힘찬 응원도 받는다. 젊은 사장님은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좋은 재료와 맛으로 단골들이 꽤 많다.      


직접 뽑은 떡으로 만든 떡볶이


좋은 재료로 만든 튀김


  예전의 마을방앗간은 동네 어르신들의 모임 장소였다. 떡을 뽑거나 기름 한 병을 얻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는데 어르신들의 수다 꽃은 그 시간들을 지루하지 않게 했다. 가끔 추임새를 넣어주는 넉살 좋은 방앗간 주인의 역할도 있었다. 청춘 방앗간에서 기름을 얻을 수는 없지만 그 이름처럼 많은 사람들이 편히 수다하고 힘을 얻어가는 동네 방앗간이 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바쁜 젊은 사장님과 청춘들이 힘차게 웃을 수 있는 그날까지 응원하련다.     



[도움 주신 분]     


  세종시 조치원의 전통시장에는 관광객들과 지여주민들이 많이 찾는 시장이다. 이곳에서 박우영 씨는 이른 아침부터 청춘 방앗간의 문을 열고 직접 가래떡을 뽑아 떡볶이와 튀김을 준비한다. 


* 위 글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지역N문화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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