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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빛 Mar 11. 2020

친구야, 오늘 밤에
야시장(夜市場) 구경 가자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과 순천 아랫장 야시장

  선풍기마저 귀했던 시절이었다. 최저기온이 섭씨 25도를 웃도는 열대야(熱帶夜)는 여름 동안 3,4일씩 몇 번이나 반복되었다. 별이 총총 박힌 무더운 밤이면 더위를 참지 못해 집을 뛰쳐나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낮 동안 달아오른 벽과 지붕은 밤이 찾아와도 식을 줄 몰랐고 골목마다 문 앞에 돗자리를 펴고 모기를 쫓으며 밤새 수다 꽃을 피웠다. 그것도 안 되겠다 싶으면 한강변이나 밤거리를 거닐며 더위를 잊으려 했다. 


  한밤중의 종로는 낮과 달랐다. 밤에 열리는 야시(夜市) 혹은 야시장(夜市場)에서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과 먹을 것, 옷가지 등을 팔았고 길가 양옆으로 포장을 친 상인들로 북적였다. 손부채를 들고 나온 어떤 사람은 상인과 물건 값을 흥정하느라 옥신각신 하기도 했다. 오십 년 전의 이야기이다.       


  

  최근, 추억의 야시장이 다시 나타났다. 지역의 관광문화자원으로 특화되면서 시장경제를 살리는 효자가 되고 있다. 지역 예술가의 공연과 향토음식 등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부하고 주변 전통시장의 특산품도 살 수 있다니 여행자라면 들려볼 만하다.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         


  밤에 활동하는 도깨비처럼 밤에만 열리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2015년부터 시작하였고 여의도 한강공원과 반포 한강공원, 청계광장, DDP, 문화비축기지 등에서 4월부터 10월 말까지 열리고 있다. 야외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비가 오거나 추운 날씨에는 운영하지 않는다. 밤도깨비 야시장에는 젊은 상인들이 대부분이다. 음식을 판매하는 푸드트럭과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핸드메이드 존이 있고 이 외에 다양한 체험존과 버스킹 공연도 진행한다. 


  한국 음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국가의 전통음식과 국적을 알 수 없는 음식, 색다른 아이디어로 만든 음식도 있어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특히 젊은이들의 감각이 돋보이는 푸드 트럭의 상호와 차림표의 이름, 재미있는 트럭 디자인을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것을 잊게 된다. 게다가 울긋불긋한 조명과 흥겨운 음악은 한밤의 소풍에 불을 지필 것이다. 교통수단은 개인차량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지혜로운 방법이다.     


       

순천 아랫장 야시장           


  순천시 풍덕동에 있는 아랫장은 매달 2와 7로 끝나는 날에만 열리는 5일장이다. 1949년부터 지금까지 지역의 경제와 문화를 책임져왔다. 현재는 점포의 수가 약 200여 개, 노점이 1,400개에 달한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은 야시장이 열리는 날이다. 



  야시장의 먹거리 중에는 순천 앞바다에서 건져온 해산물이 주로 많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조개구이 불쇼를 보여주고 있는 상점 앞에는 젊은 연인들이 모여 있다. 나무젓가락에 돌돌 말린 낙지호롱으로 호객을 하는 주인장의 구수한 사투리도 재미있다. 이 정도라면 누군가 부르는 트로트에 맞춰 흔들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순천 아랫장 야시장은 시장 내에 대형 천막을 설치하여 실내와 다름이 없는 공간이다. 사계절 운영이 가능하며 비바람이 몰아쳐도 안전할 것 같다. 순천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아랫장이나 야시장이 열리는 날에 맞춰 일정을 잡아야 한다. 만약 장날과 야시장이 열리는 날이 딱 겹치는 일정에 순천을 방문한다면 흔치 않은 행운을 얻은 셈이다.        


  예전의 야시장은 하얀 포장, 푸른 포장 등 비슷한 모양의 포장마차가 줄지어 있었다. 지금은 트럭이나 트레일러 등으로 판매수단을 개선하였고 시장운영도 시스템화 되었다. 그리고 각설이 타령 대신 멋진 무대와 버스킹 공연을 구경할 수 있고 야바위 게임 대신 공예품 만들기와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흥청거리던 야시장의 모습은 지역을 대표하는 아름다운 관광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온양온천역 전통시장 야시장

 

  다시, 무더운 여름이 되면 집 근처에 사는 친구를 불러 야시장 나들이를 할 생각이다. 나무 아래 어딘가에 돗자리를 펴고 근사한 야식과 술 한 잔을 기울여 평범했던 하루를 예찬해야지. 



위의 글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원연합회 지역N문화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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