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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미향 Jan 27. 2021

"아이를 믿고 기다릴 뿐”

방학 내  노는 아이

동료 교수 중 한 명이 어느 날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이 세상에서 공부가 가장 싫어요. 대학 졸업 때까지 과외를 받아서 공부라면 이제 징글징글합니다.”
당시 나는 그 말을 듣고 살짝 놀랐다. 아마 그분은 부잣집 자녀였던지, 나와 비슷한 또래인데도 평생 과외라고는 경험한 바 없는 나와 달리 대학까지 과외를 받았으니 말이다. 아무튼 공부가 질색인 그가 대학 교수라니, 나는 그의 인생이 참 딱해 보였다.
부모가 자녀를 교수로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교수가 되고 나서는? 스스로 원하지 않은 삶의 자리에 서게 된 일에서 본인이 자기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어차피 인생은 스스로 해결해가야 할 마라톤 시합 같은 것이다.

나는 엄마에게 공부하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엄마는 늘 공부하겠다는 내 결심과 다짐을 수용만 해주었을 뿐이다. 고등학교 때 나는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엄마는 성적이 별로라며 나를 혼낸 적도 없었다. 열심히 하는데 성적이 안 오른다고 오히려 안타까워하기만 했다. 엄마의 이런 태도는  오히려 내가 공부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되었다. 나는 대학에서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게 되었고, 공부에 대한 나의 재능을 발견하게 되었다. 석사, 박사 그 후 교수가 되고 수십 년이 흘렀으나 나의 열정은 식지 않았다. 만약 엄마가 공부하라고 했다면 나는 그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공부를 더 안 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도 내 딸을 믿고 기다려주었다. 딸은 중학교 입학 후, 공부에 대해 뭔가를 깨달았는지 공부를 열심히 하기 시작했고, 당연히 성적은 순식간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것은 엄마의 아이에 대한 마음 비움, 즉 아이의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는 자세, 스스로 알아서 잘할 것이라는 강한 신뢰 속에서만 가능하다.
나는 아이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믿음’과 더불어 아이와 대화할 때 ‘질문’과 ‘인정’을 염두에 두고 말한다.
“딸,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어?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해?” 그러면 딸은 이렇게 말한다.
“엄마, 또 코칭하는구나?”
“맞아! 코칭하는 중이야!”
“야! 대단하다. 그런 멋진 생각을 하다니, 엄마는 우리 딸이 정말 자랑스럽다.”

반면, 나의 늦둥이 아들은 어떤가?
이제 중3이 되는데 방학 내 공부를 안 하고 있다. 자율적으로 할 것이라고 한다. 학원은 토요일에만 한번 가고, 일어나서 게임하고, 책 조금 읽고, 공부 조금 하고, 잠자고, T.V 보고... 를 반복한다. 딸 때와는 다르게 내 마음에 조바심이 일어난다. 다른 아이들과 상대적 비교도 하게 되고... 그래서 뭔가 아들에게 대화를 시도해보면 다 실패다. 결국 잔소리이고,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의 통제이고.. 쉽지 않다.

나는 기다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들은 책을 읽기 시작했다. 비문학, 문학 관계없이 관심 가는 대로 읽고 있다. 국어는 독서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러다 운동을 하겠다고 헬스를 시작하고, 헬스 트레이너에게 개인지도를 받아보니 뭔가 새로움 배움이 있어서 너무 좋다고 신나 한다. 지난 학기에 하다만 피아노를 하고... 요즈음 요리를 배워볼까 하고 있다.

이것으로 충분한 듯하다. 물론 아이가 코로나 속에서도 학원을 날마다 가고, 공부만 하고 바른생활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만은..
언제나, 모든 아이들이 다 그럴 수는 없다. 아이들이 스스로 자체 동력으로 움직여야 한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은 아이가 찾아낸 흥미와 관심, 새로운 학습에 박수를 쳐주고, 성장을 지원하는 일이다.
인생은 마라톤과 같다.
재촉보다는 기다림이 아이와 부모를 좀 더 지속적으로 성장시킬 것이다.  

성찰 질문:
1. 당신은 재촉하는 부모인가? 기다려주는 부모인가?
2. 아이에 대한 신뢰도 점수는 몇 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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