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의 위로

먹는 생활

by 소박하며화려한

엄밀히 말하자면 매끼 먹는 반찬에도 적든 많든 고기는 섞여있다. 하지만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클 때일수록 고기를 구워 먹고 싶은 마음도 커져간다. 요즘 같으면 특별히 마음이 상하는 일은 없었는데 지인이 고기를 사주며 누군가를 위로해주었다는 이야기는 나도 그런 마음이 있는데라는 발견을 하게 해 주었다. 사람 마음은 다 같다.

친구가 보내준 세 컷짜리 만화에는 위로를 할 때 차라리 돈을 주고 고기를 사주라고 했다. 우리가 먹는 육류는 종류가 많은데 나의 경우에는 모든 육류를 다 사랑하는 편이다. 그리고 위로를 받고 싶을 때는 소고기가 특히 좋다. 소가 주는 야들함 사이에 담백한 맛은 별거 아닌 소금 기름장이 빛을 내준다. 구운 소고기는 따뜻하고 기분이 좋아지게 만들어준다. 그런 심플한 구성으로도 한없이 먹을 수 있는 고기는 소고기가 유일할 것이다. 소금과 고기라니. 이 얼마나 원초적인 만남인지.

연기가 뿌옇게 이는 사이사이로 지글지글 구워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그것 때문에 고기를 구워 먹을 때는 식당을 이용한다. 특별히 가족들이 원해서 갑자기 고기를 먹을 때만 집에서 굽는다. 숯불이 들어간 화로를 마주하고 먹는 기분이 진정한 고기를 먹는 기분이다. 옷에 배는 냄새 따위는 상관하지 않는다. 고기 굽는 냄새는 최고급 향수에 비할 데가 없다는 나의 이야기를 신랑은 비웃고는 했었는데 농담으로 한말은 아니었다. 아침의 고깃집 냄새는 전날 저녁의 치열함을 보여주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고 얼마큼의 영업실적을 올렸는지를 냄새로 보여준다. 그 눅눅한 기름진 냄새가 배어있는 것만으로도 미각을 자극하곤 한다. 주말 저녁 음식 쓰레기를 비우러 나가면 아파트 단지를 채우는 고기 냄새를 느낄 때가 있다. 일주일의 마무리를 특별한 메뉴로 했노라, 가족 간의 휴식의 시간을 가졌노라라고 알리는 냄새다. 의미가 있고 미각이 자극되는 냄새라면 그것이 향기이지 무엇이겠는가.

한때는 영화이 '옥자'를 보면서 눈물 꽤나 흘리며 채식을 결심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욕망으로 똘똘 가득 찬 인간이라 마음만큼 의지가 따라가지 못했었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감사한 마음으로 가급적 아껴가며 귀하게 먹는 일뿐이다.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모든 생명은 가엾다. 하지만 먹고사는 숙명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으니 그저 감사한 마음만 가져본다. 그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삶의 위로도 기쁨도 가져보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도 식탁 위에 오르는 모든 '존재'였던 것들은 다 위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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