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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박하며화려한 Feb 14. 2019

버린다는 건

먹는 생활

 금지된 탐욕은 언제나 강렬한 법. 걷기 운동을 끝내고 오니 사발면 냄새가 문을 열어준다. 방학이라 늦게까지 잠들지 못하는 큰아이의 야식이었다. 얌체같이 불어나고 있는 몸무게를 모른 척 하기에는 과거로 돌아갈 것 같아 꾹 참아본다.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찌른다는 표현은 찰떡같은 이럴 때 찰떡같은 말이었구나. 라면수프의 구수한 냄새는 언제나 유혹적이지만 밤 열시가 지나가면 매력의 정점을 찍는다. 다이어터들이 강조하는 열 시 이후로 드시면 안 된다라는 야식의 기준 때문인지는 몰라도 심리적으로 그렇다. 음식 냄새는 그때를 지나면 배가 더해져 다가온다.

 예전에 한창 다이어트를 열심히 한 적이 있었다. 밤에 무언가 먹고 싶거나 누가 먹는 것을 봤을 때는 다음날 먹어야지를 결심하고 잠자리에 들었었다. 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수록 다음날 아침 메뉴로 정했다. 신기한 인체는 아침에 일어나면 무얼 먹고 싶었었는지 싹 잊어버린다. 어젯밤 나만 사랑해주겠다던 맹세는 다 어디로 갔나요. 삼류 스토리의 카사노바 남자 주인공처럼 뜨거웠던 열정은 일순간에 식어버린다.

 오늘 아침도 그렇다. 결심했던 대로 사발면 한 개를 뜯어 뜨거운 물을 부었다. 면이 익는 삼분 간 커피 한 모금으로 속을 달랜 게 전부지만 한 젓가락 먹는 순간 어제의 간절함은 없다. 느끼해서 그런가. 국물과 먹어본다. 먹고 있지만 양이 늘어나고 있는 기분이다. 남겨야겠다. 며칠 전 얹혀서 엄청난 두통에 시달렸기 때문에 아깝지만 여기서 그만두어야 한다. 밤이 돌아오면 지금의 선택을 땅을 치며 후회할지라도.

 사람 마음이 그렇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 하고 싶은 것도 소유에 대한 모든 갈망도 갖지 못하는 빈곤감에서 나온다. 비단 남보다 어느 정도 더 가졌다 해도. 욕망은 상당히 주관적이고 우리 사이에 덜 가졌든 조금 더 있든 간에 상관하지 않고 찾아온다. 식욕이 가장 강렬하다고 느낄 때는 먹지 못하게 자신을 제어할 때였다.

 사발면을 국물채 버리면서 헛된 욕망이 만드는 음식물 쓰레기를 목격한다. 아침을 많이 먹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먹고 싶은 건 언제든 먹을 수 있다는 작은 허락이 나를 자유롭게 해 줄까. 적어도 쓰레기를 줄이는 데에는 일조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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