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것들이 궁금한 이유
단순한 것들이 제일 궁금하다. 단순한 걸 이해하려다 보면 당연한 걸 의심하게 된다.
지난번에 계좌이체를 하다가 문득 기기에 갇힌 숫자들이 낯설게 느껴졌었다. 가상 세계에 떠도는 숫자들이 돈이고 재산이 된다는 게 뭔가 이상했고, 종이 쪼가리에 인간이 가치를 부여해서 거래 수단이 되는 지폐를 보며 무언가 잘못된 것 같았다.
사랑에서도 같은 느낌을 받는다. 어느 형태로든 사랑에 그 끝이 있다는 걸 아는데 그걸 지속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이미 세상에 그러하도록 짜인 단순한 것들을 의심하면 할수록 부질없음과 허무함이 든다.
그러면서도 월급날 통장에 늘어나는 숫자에 세상 행복해하고 사랑하는 과정 속 의미를 찾아 성장하는 연인들을 보면, 이미 세상에 그러하도록 짜인 단순한 것들에 물음을 가지는 것은 허무함을 느끼지 않기 위한 저항 같다. 문학을 접하고 얘기를 나누고 경험을 해야 하는 것도 마찬가지, 마치 이 세상에 단순한 모든 것들이 그 깨달음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