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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남우 Jan 20. 2022

묵인이 아니라 '묵과'

드라마 <태종 이방원>에서 드러난 동물 학대

출처_ @동물자유연대 인스타그램


   차마 두 번은 못 보겠어서 말이 넘어지는 장면이 나오기 전에 공유하기 버튼을 빨리 눌렀다. TV매체는 지배적 담론의 결과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화면으로 송출되기까지 영상은 수많은 조작을 거친다. 시청자들은 거르고 걸러진 최종 결과물만을 보게 된다. 일반 대중들이 드라마를 보면서 배우의 연기에 감탄하기는 쉬워도 촬영 방식에 진심으로 의문을 갖기는 어렵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쪽은 항상 정해져 있고, 그 부분이 억울했던 방송 관계자들은 여러 방송, 시상식에서 한 컷에 들어가는 스태프들의 노고를 언급한다. 하지만 저렇게 동물이 엑스트라는커녕 촬영 소품 취급을 받는 사실에 대해선 모두가 묵과하는 분위기이다. ​


    말에서 떨어지는 한 컷을 위해 말의 다리를 나무에 묶어놓고 넘어지게 한다. 속력을 내며 달리던 말은 땅에 처박혔다는 표현 그대로 넘어진 정도를 넘어 목이 꺾인 듯 보인다. 감독이 '컷'을 외치는 동시에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이 다가가 배우의 상태를 살핀다. 말은 저 뒤에서 쓰러진 채 못 일어난다. 이런 식의 비인간적인 촬영 방식이 과연 <태종 이방인>에서만 있었을까. 죄의식 없이 저런 식으로 촬영하는 사람들이 과연 말을 치료해주긴 했을까, 저대로 영영 일어나지 못하면 안락사당하는 건 아닐까, 하는 온갖 추측이 머릿속에서 뒤엉켰다. 그동안 이런 식으로 오락을 위해 '소비'된 동물들이 얼마나 많았을까를 생각하면 가슴이 철렁하다. 이번 사태는 커질 수 있을 정도까지 계속 확대됐으면 좋겠다. 나아가 동물보호법 위반 시 관계자에 대한 중대한 처벌이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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