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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남우 Feb 04. 2022

뭐라도 쓰고 싶은 흰색

지금 떠오르는 얼굴은 무슨 색인가요

   내게서 어떤 색이 느껴지냐고 물었을 때 스무 명 중 열다섯 명이 노랑이라고 답한다. 노랑은 밝음의 본성을 담고 있다던 글이 생각나, 내가 많이 밝아 보이는구나 싶으면서도 그것보다 좀 더 특별한 이유를 바라게 된다. 나머지 다섯 명의 가까운 지인들은 갈색, 초록색이라고 말한다. 내가 스스로를 '소나무'라고 입이 달도록 말하고 다녀서 일지도 모른다. 나를 보면 무지개가 떠오른다고 말해준 친구는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예전에 어떤 분이 내게 옛 친구 얘기를 들려주면서 같이 있는 내내 직장 상사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혹시 색으로 비유하자면 분홍 계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분이냐고 묻자 책상을 탁 치며 맞는다고, '회색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회색이라고 했을 뿐인데 그것이 가진 삭막함과 사랑이 결여된 듯한 느낌을 서로가 알아차리는  신기했다. 세상 복잡한 인간이 색으로 표현될 때면, 단일하다고 느꼈던 색도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같다.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고유한 색은 지나치기 힘들다. 그건 퍼스널 컬러를 찾듯 색을 그 사람의 이미지(외형)에 대입한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사람의 말, 생각, 가치관이 겉으로 드러났을 때 주는 느낌과 이미지의 결합이다. 겉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더라도 색이 가지는 고유함은 바뀌지 않는다.​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들의 색을 읊고 싶어졌다.  잔향과도 같은 기억들을 되새겨본다. 찬 바람에 굳어버린 낙엽을 사부작사부작 만지는 모습, 서울 밤하늘에 별자리 앱을 비추며 보이지 않는 별자리를 가리키는 모습...

예상치 못한 기억들도 하나씩 반가워하다​


언젠가 예뻐서 사진 찍었던 연보라 꽃잎 색

별들을 수놓고 싶은 남색

동남아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노을 색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색

뭐라도 쓰고 싶은 흰색​


물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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