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떠오르는 얼굴은 무슨 색인가요
내게서 어떤 색이 느껴지냐고 물었을 때 스무 명 중 열다섯 명이 노랑이라고 답한다. 노랑은 밝음의 본성을 담고 있다던 글이 생각나, 내가 많이 밝아 보이는구나 싶으면서도 그것보다 좀 더 특별한 이유를 바라게 된다. 나머지 다섯 명의 가까운 지인들은 갈색, 초록색이라고 말한다. 내가 스스로를 '소나무'라고 입이 달도록 말하고 다녀서 일지도 모른다. 나를 보면 무지개가 떠오른다고 말해준 친구는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예전에 어떤 분이 내게 옛 친구 얘기를 들려주면서 같이 있는 내내 직장 상사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혹시 색으로 비유하자면 분홍 계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분이냐고 묻자 책상을 탁 치며 맞는다고, '회색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다.
회색이라고 했을 뿐인데 그것이 가진 삭막함과 사랑이 결여된 듯한 느낌을 서로가 알아차리는 게 신기했다. 세상 복잡한 인간이 색으로 표현될 때면, 단일하다고 느꼈던 색도 입체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고유한 색은 지나치기 힘들다. 그건 퍼스널 컬러를 찾듯 색을 그 사람의 이미지(외형)에 대입한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게 아니다. 그 사람의 말, 생각, 가치관이 겉으로 드러났을 때 주는 느낌과 이미지의 결합이다. 겉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더라도 색이 가지는 고유함은 바뀌지 않는다.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들의 색을 읊고 싶어졌다. 잔향과도 같은 기억들을 되새겨본다. 찬 바람에 굳어버린 낙엽을 사부작사부작 만지는 모습, 서울 밤하늘에 별자리 앱을 비추며 보이지 않는 별자리를 가리키는 모습...
예상치 못한 기억들도 하나씩 반가워하다
언젠가 예뻐서 사진 찍었던 연보라 꽃잎 색
별들을 수놓고 싶은 남색
동남아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노을 색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색
뭐라도 쓰고 싶은 흰색
물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