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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남우 Jan 08. 2023

조건 없는 사랑은 여기에 있다

매번 정립해가는 글을 쓰는 이유

매번 새로 정립해간다. 글을 쓰는 것 말이다. 혼잣말이 되어 버리는 이야기들이 아까워 기록을 시작했는데 글을 쓰면 쓸수록 글을 쓰는 이유가 늘어난다. 글은 글을 써야만 하는 이유를 낳는다.

이제껏 책을 매개로 반성하고 다짐한 것들은 다 무엇이었나,라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아무리 배워도 한참 모자란 것이다. 나의 그릇을 알아챈 순간과 함께 다가오는 건 증(憎)이었다.


가장 가깝고 소중한 가족도 서로가 서로에게 타인이기에 ‘사랑하는 동시에 미운’이라는 복잡한 감정을 수반한다. 나와 다른 독립된 개체라는 사실이 동물에겐 적용되지 않는지, 우리 집 강아지들과 나 사이엔 오직 애(爱)만 있다.


그러다 문득 나는 나 자신과 애증에 놓여있음을 알았다. 마음속에 자기 신뢰와 자기혐오가 공존하는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존재이다가도 분별력 없이 어리석은 생각을 하는 내가 밉다. 나는 이것이 옳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어떤 상황이든 자신과는 ’애‘만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나는 나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유일한 존재이기에 조건 없는 사랑이 가능해야 한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바로 여기 있었다.

평생 무언갈 읽고 배워도 배우지 못한 것들이 훨씬 많을 게 분명한 세상에서, 스스로를 탓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났을 때 절대 자기혐오로 이어지지 않기 위함. 이렇게 끄적이고 나면 새로운 숨구멍 하나가 생기는 듯하다. 구멍을 통과하면 나를 신뢰하는 길이 있다. 글은 그곳으로 나를 이끄는 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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