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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돋을볕 Nov 13. 2021

인생의 사계절

단풍나무의 탈모가 심상치 않습니다

2021.11.10


햇볕이 아까워 서둘러 빨래를 널던 계절은 가고

살짝 열린 창문에도 코끝이 찡해지는 겨울이 왔습니다.


단풍나무의 탈모가 심상치 않습니다.


싱그러운 여름이 가고

화려했던 가을도 지나갑니다


파커 파머는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라는 책에서 인생을 사계절에 비유합니다.


푸름이 절정에 달하고 축제를 즐기는 여름

단풍이 타오르는 아름다운 가을, 그 이면의 쇠락

모든 게 다 끝나버린 것 같은 가혹한 겨울


파커 파머가 사는 지역에서는 겨울이 어찌나 혹독한지 “겨울 속으로 뛰어들지 않으면 겨울 때문에 미쳐버릴 겁니다.”라는 이야기도 있다고 합니다



봄이 온다고 금방 달라지나요

눈이 녹으면 진흙이 신발에 달라붙습니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얼음이 녹으며 살얼음판이 됩니다

차라리 겨울이 나았어, 하소연을 하게 됩니다

신발도 옷도 진흙탕 물이 튀어서 금세 더러워집니다


그래도 봄은 시작되었습니다

죽은 줄 알았던 나무에서 새순이 돋습니다

다시 겨울 옷을 꺼내 입어야 할 것 같은

잎샘 바람과 꽃샘바람이 지나야 비로소

꽃이 틉니다


꽃보라 이는 봄이 옵니다


그리고 다시 계절은 반복되지요


가끔 지금 나의 인생은 어디쯤인가 짚어봅니다

분명한 한 계절만 나더라도 좀 나을 텐데

여러 계절이 겹쳐 흐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행복한 아침 끝에 절망하는 저녁이 찾아오니까요



프란츠 카프카는 “초조해하는 것은 죄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늘 죄를 짓고 사는 것 같습니다.


괴로운 생각이 들 때마다

봄이 시작되는 언저리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진흙탕이 질퍽거리고

잎샘 바람이 휘몰아치고

목비가 내리고

살얼음판이 비로소 다 녹으면


진정한 봄이 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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