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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론 Nov 16. 2023

어깨 펴고 당당하게

“자세가 많이 좋지 않네요.”

엑스레이를 보시던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일자목이란다. 게다가 좋지 않은 자세로 근육이 잘 뭉치고 풀어주지 않아서 승모근도 단단하게 굳었고 등 모양도 바르지 않단다. 컴퓨터로 업무를 보고 수시로 휴대폰을 들여다보면서 거북목처럼 중심이 앞으로 쏠려 어느새 통증으로 왔다. 결국 어깨와 등이 아파 병원에 오게 된 것이다. 결국 mri까지 찍고 도수치료도 받게 되었다.


어느 날, 우연히 막내딸이 찍어준 내 모습에서 좋지 않은 자세가 더 잘 보였다.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쓸 때뿐만 아니라 동영상을 보거나 책을 읽을 때도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편안하지 않은 듯 한 모습이 보였다. 그 순간 문득 의식하면서 바른 자세를 하려고 노력했지만 무의식 속에 습관으로 잡힌 모습은 변하기 힘들었다.


문제가 생기면 자신이 없어지고 주눅이 들었다. 누구에게도 비난을 받는 것도 아닌데 내 안에서 검열이 심하게 들어가 더욱 자신이 없어지기도 했다. 긴장하거나 집중할 때도 등은 구부러지고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화가 나도 힘이 들어갔다. 푸는 방법을 모르니 더욱 어깨에 힘이 들어갔고 바르지 않은 자세로 굳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대로 습관으로 몸의 모습으로 굳었다.


그러던 어느 겨울, 한 연수를 갔다. 심리극을 진행하시는 선생님의 강의였다. 여러 이유로 오그라드는 자아를 스스로 안아주고 다독여주라는 메시지였다. 당당하게 어깨를 펴라고 하셨다. 내 등 뒤에서 나를 응원하는 많은 사람들을 느끼라고 하셨다. 의식적으로 어깨를 열고 등을 펴보았다. 한층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었다.


강의 내용이 한동안 여운이 길어 그림으로 그렸다. 슈퍼맨의 모습처럼 손을 허리에 올리고 당당히 정면을 바라보는 모습을 표현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자신감이 생기는 자세였다. 모습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니 참 멋진 일이다.

사회 심리학자 에이미 커디는 사람의 자세가 호르몬 수치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자세에 따라 마음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우리의 비언어적인 행동이 자신에 대한 느낌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마음이 아프면 몸이 아프듯이 반대로 몸의 자세가 마음에 영향을 준다. 우리는 의식적으로 몸의 자세를 통해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참 지난 요즘, 멋진 자세로 바뀌지는 못했지만 어깨와 허리를 바르게 하려고 노력한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다시 한번 내 자세를 가다듬는다. 보이지 않지만 내 뒤에 있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를 응원해 주는 사람들의 따스함을 느끼며, 스스로 당당하게 서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나를 바르게 사랑하는 나를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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