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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론 Nov 14. 2023

선생님 헌정방송

“자, 오늘 신청곡은 누구지?”

“영서요!”

음악시간 끝나기 5분 전,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추천받아 들려주는 신청곡 코너를 운영한다. 예전보다 교과서의 음악들이 창작곡으로 많이 바뀌긴 했지만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들은 훨씬 다양하다. 흔한 아이돌 노래부터 피아노 연주곡, 어떻게 알았을까 하는 옛날 노래들, 영화음악, 때로는 게임타이틀 음악까지. 아이들의 관심분야는 참 다양했다.

신청하는 방법은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 중에서 친구들과 함께 들었으면 하는 곡을 쪽지에 적어 신청곡 상자에 넣는다. 그리고 그걸 무작위로 뽑아 들려주곤 했다. 그러면 아이들은 누구 신청곡이냐며 때로는 친구의 음향 취향에 놀라기도 했다. 아이들이 요즘 좋아하는 음악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어 좋았다. 나도 함께 즐기며 들었다. 물론 내 신청곡도 포함이다. 그래서 우리 반 아이들은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인지 다 알았다.


몇 년 전 나의 교직 20년이 되던 날이었다. 신랑이 축하한다면 학교로 꽃바구니를 보냈다. 아이들이 주위로 몰려들었다.

“와! 선생님 오늘 선생님 되신 지 20년 되셨어요?”

“우리도 축하해 드릴게요!”

그러더니 쉬는 시간 아이들이 복도로 우르르 몰려가서 뭔가 쑥덕거린다.


점심시간. 급식을 마친 아이들이 내 자리 주변으로 몰려온다.

“선생님, 잠깐만 기다려보세요!”

그러더니 갑자기 모두들 조용해진다.  

갑자기 교실 스피커에서 우렁차게 들리는 우리 반 방송부 아이 목소리!

“오늘, 6학년 1반 ***선생님께서 선생님이 되신 지 20년이 되셨습니다. 기념해서 오늘은 ***선생님 헌정 뮤직방송이 있겠습니다!”

그러더니 내가 좋아하는 그룹 마마무의 ‘넌 is 뭔들’ 노래가 신나게 나온다.

“야~ 나왔다!”

어리둥절한 나와 달리 아이들이 더 들떴다.

“선생님! 오늘 **이가 방송담당이라 선생님 헌정 뮤직방송 틀어준다고 했어요!”

그렇게  그날 점심시간에는 내내 마마무 노래만 나왔다. 내가 평소에 마마무, 이하이 가수를 좋아한다고 음악시간 신청곡도 틀고 했더니 그걸 기억했던 모양이다. 점심시간 동안 아이들도 신나게 듣고 나도 흥겨워서 흥얼흥얼 아이들의 축하방송을 기분 좋게 들었다.


요즘도 마마무 노래를 들으면 그때 그 아이들이 생각난다. 나의 잊지 못할 교직 20주년 헌정방송을 해 주었던 그 아이들. 지금은 딱 20살 성인이 되었을 아이들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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