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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론 Nov 27. 2023

말하기 대회 도전기 1

또 다른 도전

말을 많이 하는 직업이면서도 나는 생각보다 대중 앞에서 말을 할 때면 참 많이 긴장한다. 아이들 앞에서야  직업적인 책임과 수년간의 경험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농담까지 써가며 자신 있게 수업을 한다. 하지만 정작 내 생각을 전달해야 하는 자리에서는 망설이기 일쑤다.


머릿속에 생각은 많다. 발표해야 하는 자리에서는 내 차례가 다가오면 머릿속에서 해야 할 말들을 빠르게 정리한다. 그러면서도 그 다가오는 긴장감으로 발표하는 동안 말을 길게 하거나 옆길로 새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래서 말보다 글이 편하다고 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말을 차분하고 조리 있게 잘하고 싶었다.


그러다 우연히 SNS에서 스피치 강의 글을 보았다. 원데이 강의를 덜컥 신청했다. 적은 금액도 아니었지만 새로운 자극을 받고도 싶었다. 그렇게 참여한 강의. 강의는 발표 지원자의 예시를 보며 스피치의 기본에 대해 즉각적인 피드백으로 정리하는 형식으로 이어졌다. 발표 주제를 보면서 나도 열심히 머릿속으로 내용을 정리해 본다. 발표자를 요청하는 말에 여기저기 용기를 낸 사람들의 지원이 이어진다.


결국 나는 끝까지 발표하지 못했다. 참 아쉬웠다. 이렇게 망설이다 여러 기회를 놓치기도 했는데 정말 용기가 안 나는 경우는 이렇게 여러 사람 앞에서 말을 하는 경우였다. 내내 용기 없었던 내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그 손들기가 어찌나 무거운지.


그러다 그 강사선생님이 주최하시는 말하기 콘테스트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또 다른 말하기 기회일까 싶어 눈여겨보았다. 마음이 조금 기울어졌다.

‘하고 싶긴 한데… ’

‘내가 뭘 그렇게까지…’

‘그래도 시도해 볼까?’

‘11월 말이면 한창 바쁠 때인데 연습하고 강남까지 가서 참여하려면 귀찮지 않을까?’

마음속은 두 마음으로 내내 갈팡질팡했다.


그때 떠오른 니체의 말.

‘네가 닿지 않는 것에 선의를 가지고 대하면 언젠가 그것이 네 것이 될 것이다.‘

내가 망설이는 무언가가 있을 때마다 등을 떠밀어 주었던 나의 등불 같은 명언. 나는 바로 신청했다.


다음 날부터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되었다.

‘어떤 내용으로 하지? 3분 내에 나의 어떤 생각을 전달할까?’

‘말하기가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가 큰 주제인데 나에게 진짜 말하기는 어떤 의미지?’

‘어떻게 이야기를 이어가야 하지?’

무엇을 말해야 할지부터가 막막했다.


뭔가 답답할 때면 산책을 간다. 나는 산책을 하면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우선 말하기를 배우고 싶은 내 생각을 주절거리며 혼자 떠들었다. 마치 발표하듯이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보일 때마다 부끄러워 말을 멈추기도 했다. 그렇게 말할 거리를 두서없이 말하다 보니 산책길이 길어졌다. 그래도 뭔가 줄기가 잡히는 듯했다.


다음날, 어제 혼자 떠들었던 내용을 무작정 적기 시작했다. 글로 쓴 내용을 다시 말로 읽어보았다. 말로 표현하기 어색한 부분을 수정한다. 비문이나 길어진 말은 정돈한다. 그리고 다시 읽어보았다. 어느 정도 내용을 썼다 싶었을 때 읽으면서 시간을 재어 보았다. 아뿔싸, 5분이 넘어간다. 말하기 대회의 기준은 3분인데 너무 길다. 다시 수정에 들어간다.


그렇게 며칠에 걸쳐서 글을 수정했다. 쓸데없이 늘어놓았던 글들이 간결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제에 크게 관련 없는 내용들은 지웠다. 그렇게 A4용지 한 장 짜리 원고가 나왔다. 타이머를 켜고 읽어보니 딱 3분. 그래 이 글을 기본으로 연습하자.


완성이라고는 말 못 한다. 그 이후로도 지금까지 계속 조금씩 수정 중이다. 연결하는 문구 하나, 부사어 하나, 문장 하나 하나를 다시 읽고 고치고 좀더 자연스러운 말하기에 더 어울릴 법한 표현으로 열심히 수정하고 있다.


발표하기 전 이렇게 글로 표현하는 단계를 거치니 나 같은 사람은 조금 안심이 된다. 우선 머릿속에 부유하던 생각들을 붙잡아 눈에 보이게 만드니 말할 내용이 또렷해진다. 글을 계속 손을 보고 읽으면서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정돈이 된다. 외운다기보다 흐름이 잡힌다.


말하기 대회는 이번주 금요일이다.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자리에서 하는 말하기 대회는 나에게 새로운 도전이다. 누구한테도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배우고 대회를 해낸 것만으로 준비하는 나 스스로 기특해할 것이란 걸 나는 안다. 준비가 되니 조금 기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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