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방조제를 걷다
지난 시화방조제 걷던 날.
시화나래조력공원에서 대부도쪽으로 걸었다. 4킬로 정도 되는 길이 밋밋하게 뻗어 있다. 그 단조로운 길을 걸어간다. 걷는 행위 자체가 좋다가도 조금 지루해질 즈음 바닥을 본다.
가로수와 분리대가 박혀있는 곳은 예외없이 인도의 콘크리트가 갈라져 있다. 그 틈새를 이름모를 풀들이 빼곡히 채우고 있다. 그렇게 길 내내 있던 풀들의 작은 결승선. 저 멀리 방조제 건너를 보면 느껴지는 까마득함을 이 작은 결승선들을 보며 걸었다. 그래, 저기까지, 저기까지만, 조금만 더, 다 왔다, 다시 저기까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그러다보니 어느새 다 걸었다.
삶을 너무 멀리보면 도저히 다다를 것 같지 않아 힘들다. 때로는 원대한 꿈도 좋겠지만 힘에 부칠 때는 그저 바로 앞 풀들의 선처럼 가까이를 보면 좋겠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그 선을 넘다보면 어느새 내가 저멀리 바라보았던 그 어딘가에 닿아있지 않을까.
힘들 땐 출근해 점심을 기다리고 퇴근을 기다리고 침대에 누울 수 있는 순간을 기다리고 주말을 기다리고 방학을 기다린다. 조금 기운을 차릴 때까지 뭐 그렇게 흘러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번엔 8킬로를 걸었지만 다음번엔 방조제의 끝과 끝, 왕복 24킬로를 모두 그렇게 조금 앞의 작은 결승점을 보며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