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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론 Dec 29. 2023

2024년 청룡처럼

2024년 새해가 2일 남았다.  


매년 초가 되면 그림과 함께 새해인사를 담아 여기저기 나누었다. 그런데 요즘 한동안 그림을 못 그리고 있던 차라 망설이던 중이었다. 멀티가 안 되는 체질이라 요즘 글을 쓰다 보니 한꺼번에 둘 다 하기가 쉽지 않았다.


나 같은 사람은 침체기가 올 때 그 흐름을 끊는 무언가가 있지 않으면 방향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럴 때 새해나 명절 등 기념일에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그림 그리기가 딱이었다. 텍스트로만 인사를 나누어 아쉬웠던 마음에 그리기 시작한 그림들이 흐름의 방향을 바꾸는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다. 근 몇 달 동안 드로잉북에 손을 못 대고 있었다. 바쁘기도 했고 글 쓰는 데 정신이 팔려있으니 그림과 글을 병행한다는 것이 나는 잘 안 됐다. 이 흐름을 끊을 무언가가 필요했다.


직장 다니는 딸이 오늘 점심때 끝난다고 연락이 왔다.

“오후 연차 낸 거야?”

“오늘 종무식 하고 일찍 끝났어.”

아, 종무식. 진짜 한 해가 지났구나. 달력을 보니 정말 이틀밖에 남지 않은 2023년. 실감이 난다. 2023년의 마지막 금요일에 퇴근하는 남편도 길이 평소와 달리 무척이나 막힌다고 전화를 했다.


그제야 내년이 떠오른다. 2024년이 무슨 해더라? 검색해 보니 청룡의 해란다. 푸른 용. 내가 좋아하는 푸른색이라니 끌리는데? 한 번 그려볼까?


우선 서양의 용과 우리나라의 용이 다르니 우리 용의 이미지를 검색한다. 뭔가 웅장하고 멋지게 뻗어있는 우리나라 용 이미지를 한동안 살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그림의 형태를 떠올린다. 그렇게 의식의 흐름대로 이것저것 보다가 드디어 수채화물감과 종이를 꺼낸다.


청룡, 푸른 용은 단순히 표현해 보자. 푸른색? 코발트블루가 좋겠다. 가장 청량하게 푸른색. 용이 승천하듯 하늘로 솟구치는 모습을 한 번에 그리기 위해 물을 많이 먹일 수 있는 동양화 붓도 준비했다. 푸른 물감을 풀어 붓에 한껏 머금게 한다. 수채화 종이 위에 머릿속에서 휘리릭 용의 형태를 대강 생각하고 그대로 붓을 종이 위에서 올린다. 그리고 머뭇거림이 들어오지 않도록 느낌대로 휘익. 그런 후 용의 눈, 코, 수염, 뿔, 발톱 등 세부적인 표현을 했다. 주변에 가볍게 구름도 그려 넣는다.


시간이 들여 충분한 그림은 아니어도 다시 시작했다는 뿌듯함이 몰려온다. 뱀 같은 용이 되었지만 나에겐 충분히 다시 그림을 그릴 마중물이 된 듯하다.


2024년 새해.

청룡처럼 각자의 희망으로 솟아 향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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