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다시 데이트

어쩌면 가장 잘 맞는 여행메이트

by 케이론

“오늘 날씨 너무 좋은데 어디 바람이나 쐬러 갈까?”

주말이면 컴퓨터 앞에서 떠나지 않던 남편이 먼저 말을 꺼냈다. 평소엔 각자 회복하는 시간이라 여겨 굳이 방해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반가운 가을날에는 마음이 달라진다.​

“좋아, 어디 갈까?”

“오랜만에 제부도 갈까?”

차창밖에서 스며드는 바람마저 너무나 가을빛이었다.

“오늘 같은 날은 어디든 좋겠다.”

“그러게, 진짜 날씨 한 번 끝내준다!”

​1시간 반정도 걸린다는 내비게이션의 정보를 보며 청명한 하늘을 가르듯 고속도로를 달렸다. 아이들 없이 둘이서만 가는 길이라 더 여행 같았다. 남편도 모처럼 신이 난 눈치였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서해로 자주 놀러 갔다. 대부도, 제부도, 전곡항, 궁평항, 안면도까지. 두 시간 남짓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이라 주말마다 찾곤 했다. 시간을 잘 맞추면 멋진 노을도 볼 수 있었다.

이제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 각자의 시간을 보내기 바쁘다. 그에 비해 우리는 생활반경이 좁아졌다. 주말이면 거의 집콕이다. 나는 그나마 친구도 만나고 모임도 여기저기 기웃거렸지만 오래가진 않았다. 요즘엔 친구보다 남편과 함께 다니는 게 더 편하다. 여행하는 스타일이 잘 맞아서인지, 함께해 온 세월 덕분인지 모르지만 이제는 남편이 친구보다 더 가깝게 느껴진다.

”내가 요즘에 친구도 잘 안 만나잖아. 그냥 별일 없어도 당신이랑 이렇게 다니는 게 제일 편한 것 같아. “

”그래서 그런가, 나도 요즘에 낚시 갈 마음이 잘 안 생기더라고.”​

한때 주말이면 낚시로 살던 남편이었는데 요즘은 확실히 달라졌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전곡항에 도착했다. 하얀 요트들이 줄지어 서있는 이국적인 풍경을 바라보며 선착장을 거닐고, 등대가 보이는 방파제도 산책했다. 옆에서 낚싯대를 드리우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특별한 볼거리가 없어도 함께 걷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충분히 좋았다. 게다가 날씨까지 이토록 좋으니 더 바랄 게 없었다.

​“새우가 제철이라는 데, 제부도로 먹으러 갈까?”

“좋지!”

제부도는 하루에 두 번, 바닷길이 열려 육기와 연결되는 섬이다. 섬 안은 바닷가를 주변으로 둘레길처럼 해안도로와 산책로가 있어 바다를 보며 걷기 딱 좋은 곳이다. ​마침 물이 빠진 때라 뻘을 가로지르는 도로로 제부도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익숙한 바닷가 산책길을 걷고, 예전에 아이들과 왔던 추억을 나누며 메뉴 고민도 했다. 새우를 먹을까, 해물칼국수를 먹을까.

어느새 푸른 하늘이 붉은 기운으로 물들어 갔고, 우리는 바다가 훤히 보이는 식당에 앉았다. 주인이 새우를 잘 까는 법을 알려주었고, 우리는 바다와 석양을 보면 여유 있는 시간을 보냈다. 기분 좋은 남편은 소주도 주문했다.​

“야, 참 좋다. 진짜 주말느낌이다.”

잔을 기울일수록 남편의 얼굴은 해가 지는 서쪽 하늘만큼 붉게 물들어갔다. 충만한 이 시간이 아쉬워, 우리는 어둑해질 때까지 바닷가를 걸었다.

둘만의 여행은 온 가족이 함께했던 시간과는 또 다른 감동이었다.

“다음에도 이렇게 다니자.”

짧은 하루 여행이 마음에 들었던지, 남편은 벌써 다음 목적지를 고민한다. 며칠간의 여행도 괜찮겠다 싶다.

겨울엔 눈꽃 보러 당일치기 여행을, 또 마음이 내키면 새벽에 강원도 동해바다로 떠나기로 했다. 아이들이 각자의 시간을 경험으로 채워가는 동안, 우리 부부도 우리만의 편안함으로 함께 시간을 채워갈 것이다.


전곡항. /. 제부도 새우구이


제부도에서 찍은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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