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충전하는 날
남편은 한 달에 한 번, 어린 막내를 데리고 동네 문구점에 갔다.
“아빠 월급날 이런 추억이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
아기자기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남편이 이런 이벤트를 생각해 내다니.
이후 막내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초인종이 울리면 거실에서 곧장 뛰어나가, 막 들어온 아빠의 팔에 매달렸다. 남편은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막내 손을 잡고 문구점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천 원짜리 플라스틱 반지, 공기놀이 세트, 알록달록 색종이, 캐릭터 인형, 비눗방울 같은 값싼 장난감들이 가득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진열대는 그야말로 작은 천국이었다. 비싼 장난감이 즐비한 마트가 아니어서 어찌나 다행인지.
문구점에 들어서자 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여태 잡고 있던 아빠손을 놓고 이리저리 구경하기 바빴다.
“하나만 고르는 거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이것도 맘에 들고 저것도 맘에 들었다. 아이의 두 손에는 마음이 기우는 물건들이 동시에 번갈아 바뀌었다. 주인아저씨께 민망할 정도로 작은 가게 안을 오래 머물렀다.
결국 아이는 진열대에 아쉬운 눈길을 남기고, 작은 장난감을 손에 쥐었다. 제 딴에는 아주 어려운 결정을 한 셈이다. 한 손은 아빠, 다른 손은 선물을 쥐고 신나게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온 가족 앞에서 한참을 자랑했다. 그 모습을 남편은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이제 10대가 된 막내의 방에는 그때의 장난감이 남아 있지 않지만, 그 기억만큼은 오래도록 남아 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아버지가 떠올랐다. 친정아버지는 가끔 통닭이나 샌드위치빵을 한 봉지 가득 사 오셨다. 엄마가 만들어준 술빵만 먹던 우리 삼 남매에게 부드러운 식빵 사이의 크림은 환상의 맛이었다. 어떤 날은 용돈을 주셨고, 어떤 날은 핫도그를 잔뜩 사 오셨다.
술에 기분 좋게 취해 돌아와 우리를 끌어안고 까끌한 턱수염으로 비비시던 기억도 난다. 그때는 싫었는데 이제 와 돌이켜보면 다 아련한 추억이고 사랑의 표현이었다. 피곤한 하루 끝에서 우리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시는 아버지의 눈빛이 떠오른다.
그날은 아버지께 어떤 의미였을까. 우리처럼 한 달의 고단함을 잊을 만큼 기분 좋은 월급날이셨을까? 아니면 그저 자식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싶은 날이셨을까. 간식이 귀하던 그 시절, 아버지가 사주신 그 음식들을 먹으며 마냥 좋았던 기억이 난다.
이젠 알 것 같다. 월급날은 단순히 한 달의 고단함을 잊는 날이 아니었다. 우리를 바라보며 충전하던 아빠의 사랑이 깃든 시간이었다. 그때는 알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 따스한 마음을 우리도 느끼고 싶을 때가 되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