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바닷가는 무엇인가요
몇 년 전, 우리 동네에 24시간 운영하는 패스트푸드점이 들어섰다. 어둠이 일찍 내려앉는 동네에서 유일하게 밤새 깨어 있는 공간. 늦은 밤을 좋아하는 나에게 그것은 작은 바닷가 같았다.
주말이면 새벽 산책을 마친 뒤 늘 그곳에 들렀다. 산책길에서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닿을 수 있었다. 두꺼운 유리문을 밀고 들어서면 백색소음 같은 소리들이 반겼다. 사람들의 대화, 포장지 바스락거림, 빨대를 빠는 소리, 주문 완료를 알리는 기계음까지. 소리는 백 가지였지만, 어느 하나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무심한 소리들이 내 마음을 편안히 감싸주었다.
올 초 건강검진에서 위가 좋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커피를 끊어야 한다는 말에 멍해졌다. 그 순간 떠오른 건 커피 자체보다, 모처럼 찾은 나만의 공간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상실감이었다.
정호승 시인은 ‘누구든 자기만의 바닷가 하나쯤은 있는 게 좋다’고 했다. 순간, 나에겐 어디인지 선명하게 떠올랐다. 위로받고, 나 자신으로 돌아와 온전히 머물 수 있는 곳. 감정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곳. 의무와 기대에서 잠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는 곳. 패스트푸드점은 나에게 바닷가였다.
늘 고민과 힘듦을 혼자 감당했다. 자매도 없고, 친정엄마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기보다 스스로 다스렸다. 그래도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건 나만의 바닷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받았고, 그냥 나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었다.
누군가의 바닷가는 친구일 수도, 음악일 수도, 일이 될 수도 있다. 혹은 전망 좋은 카페, 따끈한 해장국집, 책 한 권, 집 앞 놀이터일 수도 있다. 어떤 이에게는 버스 창가 자리일 수도, 나를 보고 웃어주는 아이일 수도, 형제의 말 한마디일 수도 있다.
바닷가는 꼭 바다에만 있지 않다.
우리 모두에게는 파도처럼 등을 토닥여 주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필요하다.
그러니 당신도 잠시 멈춰, 당신만의 바닷가를 찾아보자.
당신만의 바닷가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