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 메이트

그녀의 삶을 응원하다

by 케이론

​덕질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혼자 좋아하는 것도 좋지만, 함께 좋아할 누군가가 있을 때 세상이 훨씬 환해진다는 걸.

이른 주말 아침, 산책을 마친 나는 맥도널드에 갔다. BTS 피규어를 받으러 가기 위해서다. BTS 팬은 아니지만, 굳이 간 이유는 나의 덕질 메이트 때문이었다.

퇴근길을 함께 걸어가던 00 씨와 대화를 하다가 우연히 아이돌 이야기가 나왔다. 힘들었던 일들을 털어놓으며 한숨을 쉬던 그녀는 좋아하는 아이돌 이야기가 나오자 눈빛부터 달라졌다. 목소리 톤도 한층 밝아졌다.

“전 BTS 좋아해요!”

“어머, 그래요? 저도 좋아하는 아이돌 있어요!”

“어머, 세상에!”

우리는 두 손을 맞잡고, 소녀로 돌아간 듯 흥분하며 웃었다. 좋아하는 무언가를 말한다는 건 이렇게 신나는 일이다. 우리는 걸어서 퇴근하는 30분 동안 쉬지 않고 각자 좋아하는 아이돌에 대해 쏟아냈다.

“우리 저기 카페에서 더 얘기하다 갈래요?”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세계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콘서트 예매의 고통, 굿즈 전쟁, 밤새 기다리던 신곡 발매… 대화는 끝이 없었다.

그녀가 반짝이는 눈으로 이야기를 이어갈 때면, 그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나 또한 누군가 나의 덕질에 대해 들어준다는 것에 감격했다. 어린아이처럼 신난 서로의 에너지가 그대로 공간을 가득 채웠다.

옆 테이블의 남학생이 우리를 힐끗 보았다.

‘아줌아 둘이서 너무 푼수처럼 아이돌 얘기해서 그런가?’

대화의 내용 때문일까, 들뜬 목소리 때문일까. 소리를 죽여 조곤조곤 이야기했지만, 눈치가 보이다가도 금세 다시 신이 났다.

‘뭐 어때,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데.‘

비슷한 나이의 우리는, 나이든 후에 하는 덕질의 특별함이 너무나 닮아 있었다. 나의 아이돌이 오랫동안 마음고생도 하고 열심히 살아왔다는 것을 알기에, 좋아하는 마음과 함께 응원하는 마음이 더 컸다. 이모라고 불릴 법한 나이에서 누군가에게 자신의 덕질을 맘껏 이야기한다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녀와 함께일 땐, 나이를 잊고 좋아하는 마음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었다.

콘서트 이야기를 신나게 이어가던 순간, 그녀의 말 한마디가 마음 아프게 들어왔다.

“몸이 좀 안 좋아서… 콘서트는 포기했어요.”

순간, 들뜨던 공기가 스르르 가라앉았다.

그녀는 해외 콘서트까지 알아보았지만 건강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안타까웠다.

“언젠가 갈 수 있어요. 그러니 얼른 기운내고 건강해져요.”

우리는 지금도 가끔 만나서 덕질 이야기를 한다. 대상은 달라도 덕질의 마음은 하나였다. ‘덕질‘이라는 행위와 그로 인해 위로받고 행복을 느끼는 마음만큼은 같은 ‘메이트’였다. 게다가 좋아하는 마음으로 힘든 나를 이겨내고 변화하는 모습까지 닮았다.

이후로 어딘가에서 BTS가 나오면 늘 그녀가 생각났다. 우연히 들른 맥도널드 해피밀 세트에 BTS 피규어가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이들이나 고를 법한 장난감과 세트인 메뉴를 서둘러 주문하고, 그녀가 좋아하는 피규어를 골랐다. 그녀는 특히 ’ 진‘을 좋아한다.

득템한 두 종류의 ‘진‘ 피큐어를 들고 그녀를 만나러 갔다. 당신 생각이 나서 샀다고, 이제 BTS를 보면 당신 생각이 난다고, 당신의 덕질을 응원한다고 전하며. 함박웃음을 지으며 그녀는 피규어를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두었다.

맘껏 즐기는 게 쉽지 않은 그녀지만, 나는 알고 있다. 덕질이 그녀에게 얼마나 큰 위로였는지를. 나 또한 덕질로 우울을 이겨냈으니까. 그녀가 최애를 응원하듯 나도 그녀를 응원한다. 서로의 삶을 든든하게 응원하는 진정한 덕질 메이트로서.

00 씨, 얼른 건강해져서 언젠가 당신이 가고 싶은 콘서트에 함께 가요.

나의 최애는 아니지만, 당신의 그 멋진 마음을 위해 기꺼이 함께 응원봉을 흔들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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