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자연스럽게 나는 힘들게

by 케이론

큰 딸 생일날을 맞이하여 온 가족이 오랜만에 외식을 하러 갔다. 각자 입맛이 다른 우리 가족이 만장일치로 선택한 초밥집이다. 다섯이나 되는 가족이라 넓은 자리로 안내받았다. 눈앞에서 요리사들이 초밥을 연신 만들고 있었다. 때늦은 저녁이라 꿀꺽 침이 고였다.

드디어 나왔다. 아빠는 특선, 큰 딸은 스페셜로, 연어를 좋아하는 둘째 딸은 연어초밥, 광어를 좋아하는 막내는 광어초밥, 그리고 나는 기본 초밥. 각자의 입맛에 맞는 접시들이 식탁을 한가득 채웠다.

”와! 맛있겠다! “

”나랑 나눠 먹을래? 나도 오늘은 다른 거 먹어보고 싶어. “

아이들은 자기의 메뉴에서 서로 바꾸느라 분주했다.

”어아, 어우 마이어”

입 한가득 초밥 하나를 넣은 10살짜리 막내가 제대로 말도 못 하면서도 연신 감탄을 한다. 맛있다는 표현을 얼굴표정으로 하면 딱 이럴까? 온 얼굴의 근육이 어쩔 줄 모른다는 듯이 춤을 춘다. 광어초밥 하나 먹고 오물오물 만족스러운 입을 모으고, 새우초밥 하나 먹고 눈을 감으며 손을 모으고, 소고기초밥 하나에 덩달아 온몸이 춤추듯 따라간다.

내 아이 입에 먹을 것이 들어가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흐뭇했다. 하지만 나는 다른 의미로 참 좋아 보였다. 맛난 걸 맛나다고 감탄하고 온몸으로 표현하고 오로지 맛에만 집중하는 아이의 행복한 그 표정. 자기의 감정을 솔직하고 온전하게 내보이는 모습.

어려서부터 나는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 것이 힘들었다. 좋아도 티도 잘 못 내고 싫어도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혼자 슬픈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목으로 끅끅거리며 울음을 참는 내 모습을 기억한다. 슬퍼 울면서도 은연중에 참느라 일그러지는 얼굴이 떠올랐다. 기뻐도 슬며시 미소 지을 뿐 크게 웃거나 팔다리를 흔들며 환호성 지은 적도 없다.

막내는 그런 면에서 참 나와 달랐다. 까르르 터지는 웃음과 애교도 많았고, 표정도 해서 참 다양하게 조잘조잘 잘도 떠들었다. 무뚝뚝한 딸이 이런 애교쟁이를 낳았으니 친정엄마는 연신 신기하다 하셨다. 시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남편도 나와 별다르지 않은 모습이었으니까. 아이 앞에서 무장해제되는 내 모습이 싫진 않았다. 아니, 좋았다. 물론 막내 앞에서 만이었지만. 까르르 웃는 표정을 따라 하기도 하고 함께 얼굴을 우스쾅스럽게 찡그리면서 사진도 찍곤 했다. 어디서도 못 보는 온갖 얼굴을 꼬맹이 앞에서는 했다.

온몸으로 춤추며 먹던 초밥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쉬운 막내의 표정이 보인다. 케이크에 초도 켜면서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준다. 생일 맞은 큰 딸은 쑥스러워하고 손뼉을 치며 신나게 부르는 막내의 노랫소리가 큼지막하다. 집에 가는 길에 한 손은 언니, 다른 손은 아빠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가는 막내의 어깨가, 팔이, 엉덩이가, 무게가 사라진 듯 뛰어오르며 걷는 발이 덩실덩실 신이 났다.

순간을 온몸으로 사는 아이를 보고 있자면, 어른의 스승이 맞는 것 같다. 아이처럼 온전히 즐기기는 어른에게 쉽지 않다.

아이의 순간처럼, 나도 조금은 덜 힘들게, 활짝 웃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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