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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론 Jul 07. 2023

통증

나에게 보내는 실존의 신호

몇 달 전부터 오른쪽 어깨가 아팠다. 병원에서 mri까지 찍어보고 어깨충돌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많이 쓰지 말라는 의사의 말과 함께. 하지만 생활이 뭐 그렇던가. 여러 날 치료를 받았지만 바쁜 일정으로 꾸준히 받지 못하였고 그 통증은 잡히지 않았다.


몇 달 뒤, 여전히 어깨는 아팠다. 욱신욱신. 쿡쿡. 악소리 날 정도로 심하진 않지만 은근히 근육을 건드리는 기분 나쁜 느낌은 숙면을 방해한다. 잠결에 오른쪽으로 돌아눕다가 통증에 잠이 깨곤 했다. 팔을 뒤로 돌리기도 힘들었다. 더 심해진 것이다. 다시 병원에 가보았더니 회전근개손상이란다. 많이 쓰지 말라는 의사의 말과 함께.


어깨 통증은 생각지 못했을 일상의 행동들을 의식으로 끌어올렸다. 옷을 갈아입을 때, 머리를 감기 위해서 어깨 위로 팔을 올릴 때, 버스를 타고 내리려고 버튼을 누르려고 팔을 돌릴 때 그리고 수업하기 위해 칠판에 글씨를 쓰려고 팔을 들어 올릴 때조차. 찌릿한 통증에 헉한다. 그러면서 그 순간의 팔동작이 크게 느껴진다. 팔이 이렇게 들어 올려질 때 통증이 오는구나. 이렇게 각도를 틀 때 통증이 오는구나. 통증이 없었다면 기억조차 못할 그저 무의식의 행동이었을 터였다. 통증은 행동 하나하나마다 나에게 그 실존감을 크게 느끼도록 한다.


생각해 보니 예전에 새끼손가락을 다쳤을 때도 그랬다. 엄지나 집게손가락에 비해 새끼손가락의 역할이 뭐가 있을깨 했는데 생각보다 불편한 점이 많았다. 글씨를 쓸 때도 그림을 그릴 때도 새끼손가락은 그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통증이 없었다면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지점이었다.


어깨는 여전히 아프지만 그와 동시에 내 몸이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쉬라고 반복되는 의사 말에 의도적으로 아끼고 덜 사용했다. 그랬더니 조금 나아지긴 했다. 아파서 불편한 점도 있지만 그만큼 내 몸을 돌아보라는 신호로서 통증은 충분히 역할을 다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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