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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론 Jul 09. 2023

3주 차 마지막 드로잉 꽃배달

위로로 시작해 행복으로 마무리된 3주


마음이라는 게 종이 뒤집듯 휙휙 바뀌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내 속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2주 동안 드로잉 꽃배달로 부단히도 노력했지만 여전히 나는 체한 듯이 막힌 감정을 가라앉히질 못했다. 어쩔 줄 몰라하는 내 마음을 위해 나는 한 주 더 셀프 드로잉 꽃배달을 이어갔다.




월요일 <해바라기> -일편단심, 기다림


일요일 새벽에 그린 해바라기. 요즘 꽃그림을 자주 그리는 걸 보고 친구가 해바라기밭 사진을 보내주었다. 나를 떠올리며 나에게 줄 사진을 찍는 친구의 마음이 귀하다.

해바라기에는 <일편단심> 또는 <기다림>이란 꽃말이 있다. 왠지 일편단심보다 기다림이 더 단호하지 않아 마음이 간다.





화요일 <수레국화> -행복


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다. '행복'이라는 꽃말을 지닌 이 꽃은 푸른빛이 인상적인 꽃이다. 처음 이 꽃을 알게 되었을 때 감탄했다.


나의 닉네임인 '케이론'은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켄타우로스 중  뛰어진 인물로 영웅들의 스승이었다. 술 취한 제자 헤라클레스의 독화살에 맞아 불사의 몸이었던 케이론도 견딜 수 없어 죽음을 택했고 제우스는 그를 하늘의 <사수자리> 별로 만들어 주었다고 하는 신화가 있다.   우연히도 내 별자리도 사수자리이다. 그리고 케이론이 죽은 자리에 피어난 꽃이 수레국화라는 전설이 있다. 그 연결에 소름 돋기도 했다. 나에게는 과잉의미가 부여된 꽃이다.


그래, 힘든 화요일이지만 오늘도 행복하길.





수요일 <칼라> -당신은 나의 행운입니다


조금 바쁘게 출근한 날이어서 오일콘테로 담백하게 그렸다. 부케로도 많이 쓰이는 카라(calla)다. 꽃말이 다양하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꽃말을 골랐다.

'당신은 나의 행운입니다.'

주변에 이런 귀인이 많다면 더할 나위 좋겠지만 우선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





목요일 <무스카리> -변화, 기다림


오늘은 <신선한 변화>, <기다림>이라는 꽃말을 가진 무스카리를 그렸다. 사실 무스카리는 흔하게 보지 못했던 꽃이었던 것 같다. 그림을 그리면서 보니 동글동글 블루베리 닮은 작은 꽃들의 집합으로 참 귀엽다. 푸른빛도 신비롭고.


요즘 나는 '변화'라는 키워드에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 당장이 아니라 앞으로 어떤 방향의 길을 가야 하는지 여러 생각이 많다. 그리고 그 변화를 향해 무리하지 않고 시나브로 가기 위해 작게 작게 노력하려고 한다.




금요일 <우선, 멈춤> 아침 풍경


유일하게 오늘은 꽃배달이 아니다. 어쩌면 직장인에게 일주일의 마무리인 오늘, 어떤 위로받는 꽃을 그릴까 생각하면서 출근했다. 그러다 잠깐 신호등에 걸려 차를 멈추었는데 눈앞에 보이는 이른 아침의 하늘 속 풍경, 그 순간이 마음에 딱 와닿았다.


일주일 정신없이 살았구나, 멈추고 나서야 생각났다.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그와 함께 지쳐가는 나 자신도 보인다.


그래서 오늘 아침 보았던 하늘과 빨강 신호등을 그렸다. 주말 동안 잠시라도 멈추고 하늘도 보고 산도 보고 멍하니 넷플릭스도 보고 그저 멍하게 있어 봐야지. 그래야 다시 정신없이 초록으로 달려가는 한 주를 다시 보낼 수 있지 않겠지.




토요일 마지막 <종합선물세트 꽃다발>


사실 어느 분의 부탁으로 그린 꽃다발이다. 꽃다발 속에 희망도 담고 사랑도 담고 응원도 담고 행복도 담고 위로도 담는다. 내 온 마음을 담아 그린 꽃다발을 보는 분들마다 삶의 위안과 희망을 보셨으면 좋겠다.




이렇게 3주간의 드로잉 꽃배달을 마쳤다. 습관이 자리 잡는 데도 3주가 걸린다고 했던가. 깊은 감정이 바뀌는데도 그 시간이 필요했었나 보다. 얼굴표정도 많이 편안해졌다. 사실 바뀐 상황은 없다. 그저 내 마음이 바뀌었을 뿐이다.

나 스스로에게도 위안이었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이제 그림으로 끌어올려진 에너지로 다시 사람을 사랑하고 그리고 삶을 이어나가야지.

다시 나아가야지.




<드로잉 꽃배달 기간(6월 19일~7월 7일)에 그렸던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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