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기 전에 다시 나는 책
습관은 야누스 같은 두 얼굴을 가졌다. 같은 습관도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좋아지기도, 나빠지기도 한다. 과학자들은 습관을 가리켜 ‘뇌가 휴식하기 위해 몸부림친 결과’라고 말한다. 워낙 동시에 일 처리를 많이 해야 하는 특성상 조금이라도 더 효율적인 가동이 필요했을 뇌는 익숙한 행동을 기계적인 패턴으로 변환시키는 '청킹(Chunking : 덩이짓기)' 작업을 진행한다. 우리가 가진 좋은 습관, 나쁜 습관, 모두 이 작업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초보 운전일 때 우린 그냥 운전하기만도 벅차다. 하지만 습관이 되면 어떤가. 운전하면서 음악도 듣고, 대화가 가능하며, 딴 생각까지 한다.
습관계의 거장, 찰스 두히그(Charles Duhigg)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삶은 습관으로 결정되는데, 동일한 신호와 보상을 제공하면서 강화하면, 반복되는 행동을 바꿀 수 있고, 나아가 습관까지 변한다고. 쉽게 말해 금연 중 니코틴에 대한 갈증을 느낄 때는 담배를 대신할 수 있는 대체 행동을 찾아내야 성공 확률이 높아지는 것과 이치가 같다.
러셀 폴드랙의 '습관 알고리즘'에 보면, 매력적이면서 탁월한 연기로 큰 호평을 받았던 세계적인 미국 배우 필립 시모어 호프먼의 일화가 나온다. 대학시절 약물과 알코올 중독에 빠진 적이 있었지만 약물 중독 프로그램에 열심히 참가했고, 20년 넘게 술과 약물에서 멀어진 삶을 살았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2013년 개인적인 문제로 중독이 재발했으며, 결국 헤로인, 코카인, 암페타민 등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하고 만다. 왜 우린 매번 단단히 결심을 하면서도 다이어트, 운동, 금주, 금연에 실패하게 되는 걸까?
우린 이 문제를 그동안 의지나 마음가짐 때문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러셀 포드랙은 습관이 단지 의지나 열정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사람의 심리와 뇌 시스템 작동이 맞물리면서 생기는 특별한 알고리즘 때문에 습관이 만들어지고 고착화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린 잘못된 방식으로 습관을 인식하고 습관과 맞서는 방법을 택해왔다. 그래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여지없이 재발하게 된다. 그러니까 잠시 잠깐이 아닌, 나쁜 습관을 이번 생에 원하는 습관으로 완전히 바꾸기 위해 애초에 강하게 부딪치거나 맞서서 될 일이 아니란 거다.
3년간 1000권, 독서 1만 시간 같은 대책 없는 강한 드라이브는 자칫 몸이 상하기 쉽고, 탈도 나기 쉽다. 그래서 애초에 강하게 맞부딪치는 것보다 조금씩 자신의 현 상황에 맞춰 페이스를 조절하라고 강조하는 거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3년 1천권 독서 프로젝트의 성패는 제일 처음 읽는 10권과 다음에 읽는 50권에 의해 결정된다. 이 초기의 책을 얼마나 잘 그리고 제대로 읽어 습관을 자연스럽게 들이느냐가 관건이다. 먼저 쉬운 책부터, 무조건 ‘재미있는’을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서 습관은 없애거나 사라지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대체 행동 없이 기존 습관을 바꾸려는 시도는 성공 확률이 무척 낮다고 했다. 그러니까 엄밀히 따지면, 나쁜 습관을 없애고, 새 습관을 만든다는 것은 잘못된 말이다. 새로운 삶의 성패는 나쁜 습관을 대체할 새 습관을 얼마나 제대로 그리고 빨리 찾는가에 달려 있다. 나는 아래 설명하는 6가지 독서 습관 만들기로 3년간 1천 권의 독서 프로젝트를 무난히 성공했고, 탄탄한 독서 습관까지 만들었다. 난 여러분도 그리 되리라 믿는다.
모처럼 얻게 된 흔하지 않은 기회이니 가만히 자신의 일상을 되돌아보자. 우린 생각보다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했단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일상을 한 달 혹은 일주일, 하루, 다시 시간과 30분 단위로 쪼개 일과표를 만들어 보고, 중요한 부분은 10분 단위로 쪼갠다. 첫 번째 단계인 일상 습관 점검의 목적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우리가 일상을 어떤 습관으로 사는지 정리하고, 이를 눈에 보이도록 가시화하는데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린 모종의 깨달음을 얻게 된다.
가만히 우리의 일상 습관을 30분에서 10분 단위로 적어보면, 내가 너무 안이하게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괴감이 들 때가 있다. 나름 바쁘고 열심히 산다고 했는데 하루 중 가치 있거나 의미 있는 일로 보내는 시간이 별로 없었단 사실도 깨닫게 된다.
정리된 일과표에서 없어져도 무방한, 지금 내 삶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 것부터 차례대로 추려낸다. 가치가 꼭 객관적일 필요는 없다. 주관적으로 생각해서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것들을 포함한다.
내가 가르치는 습관법의 핵심은 ‘대체’다. 그러니까 새롭게 책 읽을 시간을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다. 신이 아닌 이상 똑같이 주어진 하루 24시간을 내 맘대로 25, 26 시간으로 늘려 쓸 순 없다. 새로 만들려고 하지 말고, 솎아낸 나쁜 습관들을 독서 습관으로 바꿔주자. 당장 불필요한 것, 가치에 비해 과하게 쓰이고 있는 것들부터 우선적으로 바꾼다.
실례로, 출근 시간을 기록해 보니 운전하면서 하루 버려지는 시간이 무려 하루 작게는 45분부터 많게는 2시간 가까이나 됐다. 분명 아깝게 버려지는 시간이 맞았다. 아무리 간절해도 운전하며 책을 읽을 순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유튜브 강의 영상을 듣거나 오디오 북을 듣는 것이었다. 최근 시장 수요가 커져 다양한 오디오와 영상 콘텐츠가 많아진 것도 이런 결정에 한 몫 했다.
대체된 습관이 아무런 문제없이 좋은 습관으로 바로 자리를 잡으면 정말 좋지만 대체 작업을 수행 하다 보면, 습관의 거부 반응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남을 알 수 있다. 여기에도 나름 요령이 있다. 거부 반응이 심한 습관 대체는 나중으로 미루고, 별 거부감 없이 대체되는 습관들 먼저 집중 강화하는 전략이다. 목표는 강화된 습관이 기존 나쁜 습관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거부감이 적은 습관이 먼저 강화한 되고, 이어 거부 반응이 심한 순서대로 대체 습관이 옮겨 가면서 길들여지는 것이다.
대체 습관을 강화하고 나면, 다음은 대체가 아닌 애초에 없던 시간을 만들어 쓰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미라클 모닝‘이다. 실례로 나는 죽어도 아침형 인간이 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루 목표량을 다 해치우고 나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늘 밤늦게까지 일 하다가 잠들기 일쑤였고, 아침은 늘 허겁지겁 간신히 출근 시간을 맞췄다. 그러다가 우연히 미라클 모닝을 만나 시작했고, 그 때부터 내 삶은 크게 바뀌었다.
나는 이제 새벽 3시 반에서 4시 사이에 일어나 1시간 이상 책을 읽는다. 이어 글쓰기 1시간 반, 운동 40분을 한 뒤 출근 준비를 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오늘로써 1070일 동안 이어 온 일이다. 그렇게 하면 보통 출근 시간을 8시라고 가정했을 때 난 없던 시간을 4시간 반 정도 더 벌어서 쓸 수 있다. 하루 4시간 반씩 1주일이면 31.5시간, 한달이면 126시간을 더 만들어 쓰는 셈이다. 따라서, 난 만든 시간만큼 앞서 가는 사람들을 따라 잡을 수 있고, 같은 선상에 있다면, 경쟁자보다 해당 시간만큼 앞설 수 있게 된다. 내가 없던 시간 만들어 쓰기를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다.
없던 시간 만들어 쓰기도 분명 한계는 있다. 시간을 무한정 만들 순 없으니까. 그럼 거기서 끝일까? 아니다. 하나 더 남은 마지막 노하우는 시간을 압축해 쓰는 방법이다. 핵심은 ‘몰입‘이다. 그렇다고 속독이나 이상한(?) 독서법을 배우라는 것은 아니다. ‘몰입’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평상시 책 읽기보다 조금 더 집중해서 읽고, 주어진 시간엔 최대한 잡념을 버린다는 마음 자세면 충분하다. 나는 깨달음 없이 넘어가는 책 장만큼 무의미한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생각없이 활자만 쫓는 초점 없는 눈동자만큼 덧없는 것도 없다. 몰입하고 집중하면 시간이란 녀석은 압축되어 고순도(高純度)의 보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