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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픈손가락 Aug 30. 2022

초보 독서가를 위한 책 고르기 조언

더 늦기 전에 다시 나는 책

출판 업계는 지난 2021년을 2020년에 이어 의미 있는 양적 성장을 이룩한 해로 평가한다. 코로나로 인한 ‘집콕 생활’이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본의 아니게 갇혀 지내야 하는 상황이 도서 판매량을 끌어 올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유는 그 뿐이 아니다. 출판의 장벽이 낮아지고, 누구나 손쉽게 책을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도 크게 한몫 했다.


최근 들어 책 쓰는 과정을 통해 자기 계발과 심리 치료를 병행하고, 이를 기획 단계부터 도와주는 1인 출판사들이 많이 생겼다. 당연히 책을 쓴 작가의 숫자도 늘었다. 그렇다고 국내 출판 시장 상황이 좋아졌다는 말은 아니다. 문턱이 낮아져 출판량은 늘었지만 다양성은 오히려 낮아졌다. 어떨 땐 “책을 읽는 독자보다 작가가 더 많은 거 아냐?”라는 우스갯 소리까지 한다. 그래도 과거에 비해 읽을거리가 많아진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과거 출판 문턱이 높았을 땐 베스트 셀러라고 하면 판매 부수가 굉장했다. 그땐 아무나 작가라는 명함을 내밀기도 힘들었을 때니까 출판사도 ‘이 정도는 돼야 그래도’라는 일종의 암묵적인 작가의 기준이 있었다. 하지만 출판 문턱이 많이 낮아지면서 양상이 많이 달라졌다. 출간 양이 늘어난 대신 책 당 판매되는 부수는 준 것이다. 작가 입장에선 불리한 양상의 시장이고, 독자의 입장에선 읽을 거리가 많아졌으니 바람직한 시장이다. 가장 맘에 드는 변화는 비록 고급 지식은 아니라도 실생활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아주 실용적이고 쓸 만한 지식, 경험들이 많아졌다는 거다. 그럼 이런 상황에서 독서를 처음 하려는 사람들은 어떤 책을 골라 읽어야 할까? 


■ 처음 책 이렇게 골라 보세요.


최근 출판 업계는 말 그대로 전쟁터다. 책 판매량이 늘긴 했지만 도서 출간량 역시 늘어 경쟁은 오히려 심해졌다. 여기에 ‘자기 계발 작가 되기’ 붐까지 불고 있으니 여기저기서 볼멘 소리들이 터져 나온다. 슬프지만 이제 작가들은 경쟁자가 늘어난 상황에서 정체된 시장의 독자 선택까지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미 온 오프라인 서점 베스트 셀러 코너는 광고비를 수백에서 수천 쓸 수 있는 대형 출판사들이 장악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오래된 독서가들은 나름 선택 기준과 노하우가 있으니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초보 독서가는? 상황이 이럴진대 무작정 온라인 서점의 알고리즘 추천 책이나 베스트 셀러 코너를 그대로 믿을 순 없지 않은가. 경험 없는 초보 독자들의 좋은 책 찾기만 더 힘들어졌다.


진짜 심각한 문제는 자신과 맞지 않는 책을 사고, 그 책에 질려 버렸을 때 발생한다. 어렵게 책을 한번 읽어보자고 마음 먹었는데, 열정을 제대로 불살라 보기도 전에 포기라니, 피어 오르려는 불씨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인생을 뒤흔들 책, 가슴을 후벼 파는 책, 평생 곁에 두고 삶의 길을 묻고 싶은 책을 만날 수 있을까?


컴퓨터를 한 대 산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컴퓨터에 대해선 ‘컴’자도 모른다. CPU가 뭔지, 램이 뭔지, Nvme는 또 뭔 소린지 도통 감이 오질 않는다. 무턱대고 좋은 거란 말만 믿고 용도에 맞지 않는 것을 사면 이내 이것저것 업그레이드를 해야 한다. 이런 일은 비단 컴퓨터 살 때만 일어나지 않는다.


처음부터 쉬웠던 것은 아니다. 제대로 된 정보가 없었으니 남들과 똑 같은 실수를 했다. 그저 좋다는 책,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사람들의 추천만을 믿고, 무턱대고 읽었다. 결과가 어땠을까? 책을 읽기는 하는데 도통 뭔소린지 모르겠고, 남는 것도 없었다. 다행히 순간 오기가 생겼다. ‘네가 죽든 내가 죽든 한 번 해보자’. 그래서 정말 죽기 살기로 책을 읽었다. 그대로 따라하라는 것도 아니고, 어쭙잖은 책 고르는 방법으로 생색을 내려는 것도 아니다. 다만 나와 같은 일을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오기로 책과 싸움을 걸면서 내가 써먹었던 방법이다. 의외로 간단하다. 일단 서점에 간다. 그리고 책을 구입한다. 규칙은 첫째, 너무 두껍지 않은 책을 고른다. 너무 얇으면 독서 습관을 들이기 힘들고, 너무 두꺼우면 완독하기에 버겁다. 200페이지 전후의 책이 적당하다. 둘째, 평소 관심이 있는 카테고리를 최대 5가지 선택하고, 해당 카테고리에서 눈길 가는 책 5권을 골라서 읽는다. 이때 나만의 노하우가 있는데, 주로 작은 서점 대신 큰 서점을 간다. 그러면 확률 상 선택과 다양성의 폭이 넓어질 뿐 아니라 일종의 암시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난 마치 커다란 지성의 세계로 들어간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큰 서점이 좋은 점 또 하나가 있다. 바로 북 큐레이터가 추천하는 책 진열대다. 자본주의에 찌든 알고리즘 추천보다 훨씬 좋다. 추천에서 사람 냄새가 난 달까. 오프라인 대형 서점에 직접 가기 어렵다면 온라인으로도 방법이 있다. 검색엔진에서 ‘큐레이터 추천’ 혹은 ‘북 큐레이터’를 검색한다. 그럼 많진 않지만 블로거들이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찍은 북 큐레이터 추천 정보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중에서 5권 정도를 비슷한 카테고리 안에서 고른다.


처음으로 읽을 첫 5권이 결정됐다면 이제 부담감을 내려 놓고 읽기 시작한다. 완독의 압박감도 내려 놓자. 기억할 건 이 5권이 앞으로 우리의 독서 방향을 잡아 줄 중요한 가이드가 된다는 점이다. ‘자기 계발서’를 고른 경우, 먼저 내 필요를 떠올려 본다. 조언이나 충고가 필요한 건지 아니면 위로가 필요한 건지, 다른 사람의 지혜나 경험이 필요한 건지 살핀다. 우린 그 과정에서 암담한 지금의 처지를 벗어나려는 동기를 찾을 수 있다. 책을 가만히 읽으면서 작가의 경험과 노하우를 배우거나 진심어린 작가의 위로를 받는데 집중한다.


① 5권의 책 중에서 원한다는 느낌이 온 카테고리가 있나요?

있다면 해당 카테고리를 1~2개 정도로 정하고, 향후 해당 카테고리 내에서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책을 골라 읽습니다.


② 카테고리 내에서 책을 골라 읽는 3가지 기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그러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기준 삼아 책을 고릅니다. 


③ 첫 5권을 읽었는데도 원하는 카테고리가 없다면?

다시 한번 첫 5권을 훑어 읽어보고 마찬가지라면, 제시한 과정을 한 번 더 반복해줍니다. 단, 반복은 3회가 넘어가면 무의미하다.


■ 내가 책을 고르는 세 가지 방법


누가 나와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준다면, 닥치는 대로, 무턱대고, 끌리는 대로 원 없이 책 읽고, 글 쓰고 싶다. 하지만 시간은 한정되어 있고, 매년 새로운 책 수만 권이 나온다. 주제 넘지만 독서법 강의를 하다 보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요?’와 ‘어떤 책이 좋은 책인가요?’ 두 가지다. 다음은 그런 연유도 답처럼 만든 나만의 좋은 책 찾는 세 가지 방법이다.


첫 번째, 서문부터 먼저 챙겨 읽는다. 이건 분명 호불호가 있다. 주관적 소견이지만 서문엔 책에 담긴 저자의 주장과 생각이 농축되어 있다. 그간의 경험으로 읽고 나서 좋았던 책은 대부분 서문도 좋았다. 짧으면 한 페이지 남짓이고, 길면 대 여섯 페이지쯤 된다. 서문을 읽어 보면, 저자가 왜 이 책을 썼고, 해당 주제에 관한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다음은 차례를 읽는다. 책을 쓰면서 경험해보니 책에 있어 차례란 일종의 설계도와 같아서 사실 책 쓰는 과정에서 목차를 완성했다면 작업의 절반은 성공한 것으로 본다. 설계도가 엉성한 건물은 제대로 서 있을 수도 없다. 무엇보다 차례는 한번 훑어 보는데 1분도 걸리지 않는다. 설계도를 읽을 수 있는 눈썰미를 갖췄다면 책이 얼마나 탄탄하게 쓰였는지 차례로 금방 알아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차례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을 골라 페이지를 열어 본다. 읽었는데 시작하는 주장부터 설득하는 과정, 깔끔한 정리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머리에 쏙쏙 넣어주는 필력이면 합격이다. 실용서나 에세이와 달리 소설은 조금 다른데 차례가 자극적이거나 극적인 변화를 암시하는 곳을 찾아 읽는다. 여기서 극을 전개해 나가는 작가의 문체에서 힘이 느껴지면 그 책을 고르는 편이다.

책을 잘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읽고 스스로 변하려는 마음 냄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책을 읽고 스스로를 되돌아봐 진짜로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뭔지 깨달아야 한다. 그걸 깨달았다면 아마 내 짐작으론 벌써 서점으로 뛰어가고 있을 거다.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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