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나지 않았으면 몰랐을 새벽
아침에 깨어나는 것이 좋다고 했지 쉽다고 말하진 않았다. 그리고 어렵다고 말한 적은 있지만 불가능 하다고 말한 적은 없다. 아침이 어려운 이유는 모두 다 다르다. 깨어난 아침이 상쾌하지 못하고 괴롭다면, 엉뚱한 해결책에 몰두하지 말고 그 원인부터 꼼꼼히 따져 보자.
처음엔 아침이 힘든 이유가 저혈압 같은 신체적 이상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원인은 정작 학교나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퇴직은 가까워졌는데 해 놓은 건 없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신의 미래가 불투명하니 그나마 있던 자존감마저 바닥을 친다. 스트레스의 주된 원인이다. 이런 것들은 모두 가벼운 아침을 방해하는 적이다.
쉽게 일어나지 못하는 증상은 하나지만 원인은 제 각각이다. 이유도 천차만별, 구체적인 것까지 똑 같은 사람은 아직 보질 못했다. 이렇게 근본적인 원인을 기준으로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유형을 구분해 보면 다음과 같다.
수면 부족형 : 이유야 어찌 됐든 수면 시간이 부족한 사람이다. 단순한 물리적 시간을 말하는 게 아니다. 하루에 쌓인 피로를 풀어 다음 날 활동할 수 있도록 몸을 회복하는데 필요한 상대적인 개념의 시간이 부족한 유형이다.
나쁜 생활습관형 : 생체 시계와 관련된 수면 리듬이 깨지고 흐트러져 쉽게 잠들지 못하며, 이 상태가 다음 날로 이어져 늘 멍하고,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는 사람이 여기에 속한다.
이외에도 아침이 힘든 유형은 밤중에 푹 잠들지 못하고, 이유 없이 몇 번씩 자꾸 눈이 떠지는 예민한 긴장형, 눈은 떴지만 이불을 벗어나지 못하는 의지 박약형, 수면 무호흡증이 있어 잠을 자고 나도 늘 몸이 피곤한 질식 수면형, 지나치게 잠을 많이 자는 과수면형이 있다.
대표적인 유형 두 가지 중 수면 부족형은 보통 일반 기업에 다니는 의욕적인 직장인인 경우가 많다. 이들은 이른 아침 7시부터 소속 부서의 이른 회의로 하루를 시작한다. 격무에 치여 금세 하루가 다 지나가지만 급여가 꽤 좋은 편이라 꾹 참고 견딘다. 그래서 또 해야 하는 업무도 많고, 버스 끊기기 전까지 매일 야근을 밥 먹듯 해야 한다.
모름지기 이 일정에 맞추려면 아침 5시 반에는 일어나야 한다. 6시엔 집을 나서야 어떻게 든 아침 회의 시간에 늦지 않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루를 어찌 보냈는지도 모르게 지내면 자정 가까운 시간에 겨우 회사를 나와 새벽 2시쯤 잠자리에 드는 날이 부지기수다.
결국 업무 시간 꾸벅꾸벅 조는 지경에 이른다. 이를 좋게 볼 상사는 없다. 부하 직원이 야근을 많이 했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건 또 다른 문제라 여긴다. 그렇게 견디다 견디다 더 일어나기 힘들고, 잠을 자도 피곤이 가시지 않는 만성이 돼서야 병원을 찾게 된다. 진단명은 당연히 수면부족!
수면 시간을 돈처럼 절약하거나 저축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애석하게도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주어진 유일한 방법은 자신에게 맞는 적정 수면 시간을 확보하고 이를 꾸준히 지켜가는 것뿐이다. 필요한 수면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굉장히 짧은 잠을 자도 덜 피곤한 사람(숏 슬리퍼 : Short Sleeper)이 있고,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만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사람도 있다. 아무리 체력이 좋은 사람도 매일 세 시간밖에 못 잔다면 우리 몸은 절대 견디지 못한다.
수면이 부족해지면 몸의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다. 몸에서 열이 나기 시작하고, 무기력 해지며, 이상 증상이 생긴다. 이어 정신적 문제까지 찾아온다. 바로 초기 우울증이다. 평소 별 다른 이유 없이 갑자기 우울해지고, 일에 집중을 못하는 일이 생긴다면, 수면 부족에서 오는 초기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그저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채찍질을 해대선 안 된다. 늦기 전에 과도한 업무를 줄이고 필요한 수면 시간을 서둘러 확보해야 한다.
특히 미라클 모닝을 하는 사람 중에 이런 사람들이 많다.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욕심만 잔뜩 나 아무런 준비 없이 혹은 생각 없이 극단적으로 자는 시간을 줄인다. 그럼 피곤은 어김없이 쌓이고, 몸 상태가 안 좋아진다. 뜨끔한 분들 많을 거다. "에이~ 평일 낮에 조금 느끼는 수면 부족? 주말에 푹 자면 되지, 뭐가 걱정이야"라는 분들 의외로 많다.
하지만 명심! 잠은 절대 한꺼번에 보충되지 않는다. 48시간을 깨어 있다가 12시간 내리 잠을 잔다고 해결되지 않는다. 절대! 48시간과 수면한 12시간을 합쳐 이걸 이틀로 나누니 하루 수면 시간을 여섯 시간씩 확보했다는 계산법은 잠에선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방식의 수면법은 자신이 가진 고유의 수면 리듬을 깨트려 쌓이면 쌓일수록 컨디션만 더 악화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휴일에 잠을 많이 자 둔다고 수면 부족이 보충되지 않는다. 미리 잠을 좀 자두면 바빠질 다음 주 야근이 좀 편해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은 잘못됐다. 이런 습관이 계속되면, 과수면형 그러니까 수면시간만 길 뿐 수면의 질은 더 나빠지는 악순환만 반복된다.
일본 구루메 대학의 정신 신경학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가 불면 인식률(스스로 불면이라 자각하는 정도)은 휴일과 평일 기상 시간 사이 차이가 ① 2시간 이내인 경우는 25.9 퍼센트, ② 2~3시간 이내인 경우는 29.4 퍼센트 ③ 3시간 이상인 경우는 33.3 퍼센트라고 한다. 그러니까 휴일과 평일, 잠자는 시간 차이가 클수록 오히려 잠의 품질은 더 나빠진다. 결국 휴일이라고 평일보다 더 많은 잠을 자면 불면증을 혹독하게 겪을 확률만 높아지는 셈이다. 무엇보다 좋은 잠에는 리듬이 가장 중요하다. 시간,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 꾸준하게 자신만의 수면 리듬을 찾아야 한다.
사람들이 말하는 안 좋은 습관이란 습관은 죄다 가지고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이번에 부장으로 승진한 K씨, 직책을 달자 갑자기 삶의 의욕이 넘쳤다. 부장이란 직책으로부터 오는 책임감, 지금까지 해왔던 것 이상으로 뭔가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생겼다.
뭔가를 책임지는 직책이다 보니 거래처와 술자리도 늘었다. 과거엔 접대를 해야 하는 위치라서 억지로 술을 마셨다지만 이젠 그럴 위치도 아닌데 이제는 몸에 밴 듯 매일 가볍게 라도 술을 마신다. 기분 좋아서 한 잔, 속상한 일이 있어서 한 잔, 아무 일도 없는 날은 편하게 한 잔.
'적당한 음주가 수면을 돕는다'는 근거 없는 말을 믿고서 실제로 많은 분들이 잠을 자고 싶을 때 가벼운 음주를 한다. 애석하게도 잠자기 전에 마시는 술은 오히려 쾌적한 수면을 절대적으로 방해한다. 맥주 반 잔 정도라면 잠드는데 적당하단 말? 거짓말이다. 일단 스스로 잠들지 못하고, 무언가에 의지해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생각 자체부터 잘못됐다. 무엇을 위해 어떤 것에 의지하면, 우린 반드시 그것에 중독되고 만다.
아침을 힘들게 하는 대표적인 나쁜 습관 중 하나가 아시다시피 바로 술이다. 술을 마시면 우리 몸은 오랫동안 몽롱한 느낌이 계속된다. 소화기관에서 흡수되고 남은 알코올 그 일부가 '상행성 망양체부활계'라는 부위에 영향을 미쳐서 그렇다. 망양체부활계는 뇌를 각성, 그러니까 깨우는 역할을 하는데, 그걸 억제하기 때문에 자꾸 졸리게 되는 거다.
망상체(망양체) 활성화 시스템? 이게 뭘까? 망상체(망양체)는 연수의 하부에서 중뇌의 상위까지 뇌간의 중심부에 있는 구조물이다. 많은 신경들이 서로 연결되어 망을 이루고 있으며 수면, 각성, 주의, 근긴장도, 운동, 생명 유지에 필요한 반사 작용을 담당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망상체 활성화 시스템은 뇌간 내의 신경핵과 섬유 전도로들이 복잡한 그물망을 형성하여 감각 정보의 유입에 대뇌를 각성시킨다. 이 시스템은 의식이 깨어 있게 만들고, 잠자는 동안엔 억눌려 있다.
결론적으로 술 마시고 나면 졸리다. 그럼 좋은 거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른다. 아쉽지만 아니다. 술을 마시면 잠은 잘 올지 모르지만, 수면의 질은 굉장히 떨어진다. 알코올이 잠들기 쉽게 해주는 건 맞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깊은 잠, 그러니까 비램수면 3, 4단계의 양질의 수면 시간을 방해한다.
알코올의 부작용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알코올 섭취량이 늘면 깊은 잠뿐 아니라 얕은 잠(램수면)까지 극단적으로 억제한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양질의 좋은 수면이란 숙면 단계인 비램수면 3, 4단계만 계속된다고 좋은 게 아니란 거다. 얕은 잠 단계인 램수면과 균형 있게 나타나야 한다. 음주는 이런 균형을 무너트리고, 좋게 흘러가는 수면 리듬을 바꿔 버린다.
술이 좋은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 또 하나는 이뇨작용이다. 잠자는 중에 소변이 마려워 깨면? 당연히 수면 리듬이 망가진다. 이게 끝이 아니다. 잠들기 위해 술을 계속 마시면, 우리 몸은 내성을 쌓는다. 알코올 내성이 쌓이면, 음주량은 계속 늘어나고, 의존성 때문에 또 술을 마시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러다 심해지면 잠은 고사하고, ‘알코올 의존증’이란 엉뚱한 병까지 얻는다.
알코올 외에 카페인이나 니코틴도 수면의 질을 낮추는 물질이다. 특히 저녁 식사 후 카페인 섭취는 잠에 좋지 않다. 카페인은 잠을 얕아지게 만든다. 나도 이전에 늦게까지 일 하다 커피를 마시고, 잠들지 못해 고생한 경험이 많다. 이건 니코틴도 마찬가지다.
미라클 모닝을 진짜 사랑하게 된 후 난 술까지 끊었다. 창의적인 도전을 위해 난 새벽 시간이 필요했고, 그 시간을 확보하고 싶어 좋은 양질의 잠이 또 필요해 졌다. 좋은 잠을 자면, 그만큼 덜 자도 하루 컨디션에 방해받지 않았다. 난 이른 아침에 좋은 글을 많이 쓰고 싶은데, 양질의 잠을 자면 그 아침이 부담스럽지 않아지니 당연히 끊게 됐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필요한 습관을 꾸준하게 만들려면, 가능한 외부의 힘을 빌리지 않는 게 좋다. 이건 잠을 위한 음주 습관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