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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픈손가락 Oct 09. 2022

미라클 모닝은 정작 일어나는 게 중요한 게 아냐!

깨어나지 않았으면 몰랐을 새벽

사흘만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첫째 날은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보겠다.

둘째 날은 밤이 아침으로 변하는 기적을 보리라.

셋째 날은 사람들이 오가는 평범한 거리를 보고 싶다.

단언컨대, 본다는 것은 가장 큰 축복이다.


사흘만 세상을 볼 수 있다면 - 헬렌 켈러 1905년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헬렌 켈러는 1880년 6월에 부유한 가정의 딸로 태어났다. 하지만 행복도 잠시 생후 19개월 때 뇌척수막염 때문에 시청각장애인이 된다. 시각, 청각, 거기에 언어장애까지 3가지의 아픔을 동시에 갖게 된 것이다. 정상적인 교육이 될 리 없었을 터, 대여섯 살까지도 그저 물건을 던지거나 사람을 할퀴고 때리는 정도의 의사 표시가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아픔을 가진 부모에게 볼티모어의 유명한 안과 의사가 장님을 눈뜨게 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갔다. 하지만 시신경이 남김없이 죽은 후라 치료는 불가능했고, 대신 교육은 가능하단 말을 듣는다. 그리고 장애인 문제에 관심이 많던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 박사를 소개 받는다. 그렇게 추천받은 "퍼킨스 맹인 학교"에서 추천받은 가정교사가 바로 그 유명한 앤 설리번이다.


장애를 안은 데다가 응석받이로 자란 헬렌 켈러에게 앤 설리번은 극도의 인내심, 진심 어린 사랑, 정성으로 글을 가르치려 한다. 손바닥에 글씨를 쓰는 방식으로 세상과 단절된 헬렌 켈러에게 언어를 가르치려 한다. 'water'라는 단어 의미를 알려 주려고 한 다음 에피소드가 아주 유명하다.


"점심을 먹고 우리는 우물가로 갔다. 거기서 나는 한 손으로 펌프질을 하며, 다른 한 손으로는 헬렌의 손을 잡아 펌프 입구에 손을 갖다 대도록 했다. 그리고 난 다음 헬렌의 손바닥에 w-a-t-e-r라는 글자를 써주었다. 헬렌은 손바닥 위 물의 차가운 느낌과 써준 water라는 단어가 연관되어 있음을 알았는지 불현듯 모든 동작을 멈추었다. 헬렌은 땅에 뿌리라도 박힌 듯 한참을 가만히 서 있었다. 그러고는 드디어 내 손바닥 위에 water라는 단어를 여러 번 반복해서 썼다.


그러더니 갑자기 웅크리고 앉아 땅을 만지작거리며 그 이름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다음에는 펌프와 울타리의 이름을 물었고, 마지막으로 나를 만지더니 나의 이름을 물었다. 나는 아이에게 '앤 설리번'이라는 내 이름을 써주며, 나도 모르게 울컥 솟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이전에도 설리번 선생은 여러 번 컵에 담긴 물을 헬렌에게 설명하려고 무진장 애를 썼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헬렌은 관심을 갖지 않았다. 심지어 짜증까지 냈다. 컵과 물을 별개로 구분하기 힘들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물가에서 물의 차가운 촉감을 체험했을 때 비로소 헬렌은 water라는 '사물'과 water라는 '글자' 간 어떤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포기하지 않은 기다림의 끝, 그 날은 헬렌 켈러에게는 실로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water라는 사물과 글자 간 어떤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연이어 봇물 터지듯 땅이며, 펌프, 울타리 그리고 자신에게 사랑을 주는 앤 설리번을 나타내는 '글자'가 궁금해졌다.


깨달음(awakening)이란 그렇게 찾아오는 것이다. 마치 전혀 해낼 수 없을 것 같은, 불가능으로 느껴졌다가 문득 그렇게 말이다. 이 이야기에서 참 교훈을 제대로 보지 못한 사람은 또 다른 시각 장애인을 우물가로 데려가 펌프에 손을 갖다 대게 하고 w-a-t-e-r만 반복해서 손에 써주기만 할 거다. 핵심은 그게 아닌데. 여기선 깨달음을 얻기 전까지 인내심을 전제로 한 숱한 시도와 기다림이 있었단 사실이 바로 핵심이다.


미라클 모닝이 무엇인지 깨닫기 전까지 나도 헬렌 켈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아무것도 볼 수 없었고, 들을 수 없었다. 앤 설리번 선생님 같은 멘토만 있었어도 조금 더 빠를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움이 남지만 다행히 포기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지속할 수 있었다. 천만다행이다.


헬렌 켈러에게 새 세상을 열어 준 것은 앤 설리번 선생님이 손바닥에 써주는 어떤 것과 촉감으로 느끼는 사물이 서로 연결됐다는 사실에 대한 깨달음이다. 그러니까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행위를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는 어떤 무엇과 연결시키지 못하면 그건 그냥 한낱 귀찮고 짜증 나는 하나의 몸짓에 불과해진다. 난 그간의 깨달음 중 이게 가장 존귀하고, 소중하다.


미라클 모닝에서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그 행위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일어나서 뭘 하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새 삶을 위한 자기 계발과 연결시켜야 한다. 기적은 바로 그곳에서 일어난다. 오늘 애써 이런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요즘 미라클 모닝 열풍에 휩쓸려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이들이 많이 보여서다. 앤 설리번 같은 제대로 된 선생님이 그립다. 진정한 선생은 없고 장사꾼만 가득하니 마음이 무겁다.


당나라 유학길에 오르던 원효 대사는 산에서 날이 저물어 동굴로 들어가 잠이 들었다. 다 알다시피 밤중에 목이 말라 참 달게 마셨던 물이 아침에 일어나 보니 해골에 담긴 물이었다. 잠결에 마셨던 물은 그리 달게 느껴졌는데 아침에 일어나 그 물이 해골에 담긴 것을 보고 토할 듯 역겨워졌다.


그때 무릎을 탁, 원효 대사는 결국 세상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일체유심조", 모든 것은 다 마음이 지어내는 일이란 말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가르침이 아니라 여러분의 마음가짐이다.


미라클 모닝이라는 그러니까 새벽 기상이라는 일어남에 큰 의미를 두지 마라. 그 행위는 단순히 새 삶을 위한 자기 계발에 필요한 조건일 뿐이다. 밤보다 정신 맑은 아침이 자기 계발에 더할 나위 없이 좋으니 이상적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 글을 통해 깨달았다면, 오늘부터는 일어나서 뭘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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