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면접에서 떨어졌던 회사에서 같은 포지션을 대상으로 채용공고를 다시 한번 올렸다. 내가 지원하기 두 달 전에도 채용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아마 세 번째 채용을 진행하는 듯하다. 요새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구인에 대한 눈이 높아져 같은 포지션에 대해 사이클을 여러 번 돌리며 채용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들었는데 저 회사도 그런 의사결정을 했나 보다. 새로 올라온 공고의 JD를 보니 우대사항에 '부동산 세법 전문가 우대'라고 쓰여있었다. 그 문장을 보고 왜 서류를 합격했는지, 왜 2차 면접에서 떨여졌는지도 알았다. 첫 번째 이유는 세무학과를 졸업해서, 두 번째는 세무학과 전공공부를 안 했다고 해서.
경력직 면접인데 대학시절의 휴학여부, 업계 선택 이유, 전공수업 내용, 교환학생 시절의 전공 여부 등을 너무 꼬치꼬치 물어봐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솔직히 있는 그대로 다 대답했는데 세무에 대한 니즈가 있는 회사였던 것이다. 기존 JD에서는 없던 부분이라 아차 싶었다. 한편으로는 세무학과 졸업생은 부동산 세법을 잘 알 것이라 생각하는 건 너무 1차원적인 생각이지 않나란 생각도 든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대학 학부 전공으로 그 사람의 전문성을 판단하는 것일까. 오히려 면접에서 그 부분을 질문하고 답변하는 과정으로 그 전문성을 판단하는 게 맞지 않을까.
금요일 저녁 수영이 끝나고 휴대폰을 열어보니 리멤버에서 채용 제안이 와있었다. 스페인 출발 날 면접을 보기로 해놓고 무산돼버린 회사다. 거기도 똑같은 케이스인가 보다. 이미 해당 채용 사이클이 끝나고도 남는 시간인데 같은 포지션에서 다시 사람을 뽑는다. 채용공고도 올려놓았고 이렇게 인사팀에서 친히 제안도 주고 있다. 크게 고민하지 않고 제안을 수락했다. 지난번 면접 누락 이력을 알아보고 제안을 준 건지는 모르겠지만.
회사에서는 뽑을 사람이 없다 하고, 구직하는 입장에서는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다는 세상이다. J와 나는 항상 이야기한다. 회사에 다니는 건 연애를 하는 것과 같다고. 겉핥기인 소개팅과 채용과정만 주구 장창 해서는 상대가 어떤지 알기가 어렵다. 조건을 이리 저래 재고 따지다 정식입사를 시켜보면, 또 연애해 보면 꽝인 경우가 너무나 많다. 폭탄을 피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이겠지만 이상형에 대한 너무 많은 조건이 있다보면 오히려 만남에 제약이 된다. 그리고 그건 회사와 구직자 사이에서도 적용된다. 완벽을 기대하며 거르고 거르는 과정이 소중한 인연을 깨트리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구직은 힘들다. 연애가 이만큼 어렵지는 않았음에 감사해야 하는 건가란 생각이 드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