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수영랠리를 하고 나면 숨 고르기를 위해 잠시 걷는 시간이 있다. 오늘은 우연히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일을 합니다"라고 말해 나를 충격에 빠지게 했던 동기분과 나란히 걷게 되었고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에게 물었다.
"제가 한 달 내내 궁금했던 게 있는데요.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무슨 일을 하세요?"
예상치 못한 질문이 당황스러우면서도 웃겼는지 잠깐 멈칫하다 그가 말했다.
"하하하, 코엑스 같은 곳에서 전시회 부스 디자인하고 설계하는 일을 합니다. 그래서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긴 하는데 퇴근 후에 집에서 일할 때도 많아요."
드디어 그의 정체를 밝혀냈다. 늦게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는 그의 직업은 전시회 디자이너! 엄밀히 따지면 사무실을 일찍 나설 뿐, 퇴근이 빠르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역시나 세상에 조금 일하고 많이 돈을 버는 직업은 없음을 상기한다. 점심시간에 잠깐 들른 한강에서 낮 12시에 조깅하는 사람을 보거나, 평일 연차를 내고 간 낮시간 백화점에 사람들이 그득한 걸 보면 어떤 사람들이길래 저렇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걸까란 생각이 드는데, 그럴 때면 이렇게 생각하고는 한다.
'밤에 일하는 사람들이군. 주말에 일하는 사람들이야.'
물론 내가 모르는 세상에 사는 누군가는 정말 자원이 넘쳐나 노동 없이도 살 수 있을지 모르나 그것은 말 그대로 그사세이다.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이니 크게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 팔자로 따지면 무직 신분이긴 하지만 하고 싶은 걸 다하며 하하 호호하는 지금의 내 팔자가 가장 상팔자일 것이다. 6개월 한정이긴 하지만.
몇 바퀴 수영을 더 돈 뒤 그도 나에게 무슨 일을 하냐고 물었다. 일을 쉬고 있다고 하니 대학생 아니었어요?라는 말이 돌아왔다. 웃음을 감추지 못하며 우와 정말 그렇게 보여요?라고 하며 웃으니 "립서비스였습니다"란 답이 돌아왔다. 급히 실망했지만 친해졌으니 나오는 장난인 것 같아 실소했다. 같은 세상 사람임을 알게 되어 친근감이 느껴진건가 싶기도 하고. 기회를 봐 나도 꼭 한번 장난을 가득 담은 립서비스를 하리라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