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사람들 일대기 4편
남편은 행방을 알 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세 아들을 바라보며 눈물을 삼켰다. 그는 이제 가녀린 두 어깨에 삶의 무게를 모두 짊어져야 했다. 절망할 시간조차 없었다. 슬픔을 꾹꾹 눌러 삼키고 도시로 가서 공장 일을 시작했다. 공장의 차가운 시멘트 바닥과 밤마다 들리는 기계 돌아가는 소리는 그의 가슴을 더 쓸쓸하게 했다. 하루의 긴 노동이 끝나고 기숙사 끝방 한구석에서 몸을 누일 때마다 그는 가만히 눈을 감고선, 집에 두고 온 아이들을 떠올렸다. 자식들을 두고 떠나온 아픈 마음을 달랠 길이 없었다. 늦은 밤 공장 옥상에 올라 저 멀리 반짝이는 도시의 불빛을 보며 흘린 눈물이 옷소매에 얼마나 깊이 스며들었을까.
세상에는 그런 가난도 존재한다. 밥 한 끼를 먹고 다음 끼니를 걱정하며, 자식의 얼굴을 보고 싶어도, 몇 푼의 차비가 없어 공장 기숙사의 차가운 바닥에 앉아 마음만 태우던 가난이. 그는 악착같이 일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미싱을 돌렸고, 손가락 끝이 갈라지고 허리가 휘어도 쉬지 않았다. 첫 월급을 받아 쥐고 가장 먼저 어린 막둥이를 데리러 갔을 때였다. 막둥이는 부르튼 손을 붙잡고 “엄마, 왜 이제 왔어? 열 밤만 자면 온다면서. 다시는 가지 마”라며 울먹였다. 그는 아들의 손을 꽉 잡고 아무 말 없이 한참을 울었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그는 남겨둔 첫째와 둘째를 떠올렸다. 그 애들은 이 하루하루를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행여나 제 남동생이 애들더러 짐덩이라며 눈치나 주지는 않을까. 시간이 지나 마침내 작은 방 한 칸을 마련했을 때에, 다음으로 큰 아들을 데려왔다. 예전엔 창고였던 그 방에는 앉은뱅이 책상 두 개와 단출한 옷장 하나, 그리고 소반 하나 달랑 있었다. 네 사람이 나란히 누우면 딱 알맞을 정도로 아담한 크기였다. 벽지는 시간의 흐름을 따라 노랗게 바랬지만. 아이는 좁은 방을 둘러보며 투덜거렸다. “엄마, 왜 이렇게 방이 좁아요?” 철없는 말에 그는 다음엔 더 넓은 곳으로 가자며 까칠까칠한 장남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공장의 사정이 나빠져 둘째를 데려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침내 그 애를 데리러 갔던 날, 산은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지 못하고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아니예요. 이모가 잘해주셔서 지낼 만 했어요.” 그는 품 안에 작고 여윈 아들의 손을 잡고 집으로 가는 길 내내 미안하다며 조용히 속삭였다. 산은 말없이 어머니의 손을 꼭 잡았다.
드디어 가족이 한자리에 모였다. 고단한 하루 끝, 잠에 든 그의 이마에 깊게 팬 주름마다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늦은 밤, 홀로 공장 옥상에 올라 집집마다 반짝이는 불빛을 바라보던 지난 날들이 꿈처럼 아득했다. 그러나 그의 어깨 위로 스며드는 달빛은 이제 예전처럼 차갑지 않았다. 그가 지킨 가족은 이제 단단한 뿌리를 내리고 뻗어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