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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 우표

지붕 아래의 시간

by 신서안

우표 수집을 핑계 삼아

지붕을 수집합니다.

경복궁의 기와,

명동성당의 첨탑


종이에 찍힌 건물들은

정적 속에 서 있습니다.

말하지 않지만 말이 많습니다.

지나간 왕조의 권위,

종소리 따라 걷던 낮은 기도까지.


오늘은 궁궐을 모았습니다.

주황색 기와 아래

임금님 발자국도 따라가 보고,

단청에 숨어든 구름도 발견했습니다.


성당은 조금 다릅니다.

빛이 먼저 말을 겁니다.

스테인드글라스 너머에서

무언가 여전히 깃들어 있습니다.

작은 창이지만

안쪽은 넓고 깊습니다.


기념은 지나간 것이라지만,

기억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을

꺼내어 놓습니다.


붙이지 않습니다.

붙인다는 것은

보낸다는 뜻이니까요.

보낼 수 없습니다.

이 작고 조용한 세계는

안에만 머뭅니다.


가끔은 우표가

여권보다 더 멀리

데려다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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