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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는 글

by 신서안

그것은 아주 긴 장마였을 뿐이라고

이렇게 적기로 한다.


그해 겨울부터 너는 매일 고열을 앓았고

이마를 짚어줄 사람 하나 없는 방 안에서

숨을 쉴 때마다 차오르는 검은 물을 퍼내느라

손톱이 다 닳아 있었다


아침마다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나는 일이

얼마나 숨이 막혔는지, 또

무너지는 천장을 어깨로 받치며

어떤 마음으로 둑을 쌓아 올렸는지도


너의 뼈는 부러진 게 아니라 삭아 내렸다

그토록 오래 젖어 있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눅눅한 악몽

홀로 맞선 내파(內破)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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