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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호 Sep 15. 2020

오해1: 경제적자유를 얻으면 무엇이든 살 수 있나요?

먹고사니즘으로부터의 자유

오해 1: 경제적 자유를 얻으면 원하는 것은 뭐든 살 수 있는 자유가 생기나요?

* 이 글은 <경제적 자유에 대한 오해 세 가지> 시리즈 1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경제적 자유의 목표는 '뭐든지 살 수 있는 자유'를 뜻하는 것이 아니며,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주 5일 근무제로부터의 자유, 하고 싶지 않은 노동으로부터의 자유를 말한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소중한 자원은 '시간'이다. 그런데 그 시간을 마음대로 쓰는 것은 쉽지 않다. 내가 원하지 않은 일을 하며 반갑지 않은 사람들과 직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 많은 사람들에게 당연한 그 명제를 뒤엎는 힘이 바로 '경제적 자유'다.


우리의 일상을 생각해 보자. 우리는 매일 아침 포근한 침대의 유혹을 떨치기 힘들지만, 그 달콤함을 제대로 느낄 새도 없이 나 자신을 다그치곤 한다. 졸린 몸을 깨워 어찌어찌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지하철이나 버스에 몸을 싣고 어디론가 향한다. 종일 마스크를 끼고 일하느라 답답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 근무하고 집에 오면 피곤해 티비 리모컨만 만지작 거리게 되고, 금방 또 자야 하는 시간이다. 재택근무를 한다고 해도 집에서 아이들과 부대끼다 보면 업무에 집중하기란 너무 힘들다.





진짜 부자는 누구일까?


질문을 하나 해보자. 여기 A와 B라는 사람이 있다.


A는 연봉 8천 만원을 받는 대기업 직장인입니다. 부동산에도 관심이 많아 몇 년 전에 대출을 최대한 당겨 강남3구에 집도 구입했습니다. 주변 이웃들의 수준에 맞추어 가구도 비싼 것으로 맞추고, 외식도 자주 하다 보니 월급으로는 카드값과 대출 이자 내기가 빠듯합니다. 최근 집 가격이 많이 올라서 기분은 좋지만, 지금 사는 집보다 더 신축으로 이사 가고 싶어 하는 아내의 꿈을 이뤄주기엔 주변 집값도 모두 올라서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회사에서 A씨는 실적을 내야 한다는 상사의 압박에 매번 격무와 야근에 시달립니다. 대출 이자 때문에라도 회사에서 잘리면 안 된다는 마음에 가끔 몸이 여기저기 쑤시지만 제대로 병원 정밀검사를 받을 여유조차 없습니다.


B는 작년에 조기은퇴를 선언하고, 강원도 해변가의 작은 도시로 이사 왔습니다. 강남 아파트를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재산이지만, 꾸준히 노력해서 미국과 한국 주식자산에 골고루 장기 투자했습니다. 현재 가족의 매달 생활비를 낼 정도로 충분한 배당 이자를 받고 있어서 과소비를 하긴 어렵더라도 생활에 부족함은 없습니다. 아내는 하고 싶었던 프로 요가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고, B씨는 평소 해보고 싶었던 서핑을 배우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제주도에 살아 보고 싶어서 강원도 집을 장기임대로 빌려주고, 제주도에서 연세를 내고 1년간 지내다 왔습니다. 현재 제주도에 머물렀던 생활을 책으로 쓰고 있고, 내년에는 아내와 함께 태국 치앙마이에 1년간 살다 올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A를 부러워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A는 삶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기가 힘들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시간을 온전한 시간을 가질 수가 없다는 점이다. A에게 그나마 삶에서 위안이 되는 것은 일 년에 한두 번 있는 동창회에서의 시간뿐일지도 모르겠다. 그곳에서는 A의 강남3구에서 사는 삶을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고 많으며, 어떻게 그 아파트를 샀는지 조금만 팁이라도 알려주면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 많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실상 A는 정년까지 퇴직을 하기까지 버티고 버티는 삶을 살아야 한다. 계속되는 생활비의 압박과 대출이자를 제대로 내지 못하면 자신의 가장 큰 자산인 강남3구의 삶을 버텨낼 수 없으니 말이다. 따라서 회사에서 주는 짧은 휴가 때만 겨우 시간을 내서 조금 쉬다 오는 것이 전부이다. 아내가 제주도에서 한 달 살다가 오고 싶다고 하면 꿈같은 소리 한다고 할 수밖에 없다.


반면 B는 어떤가? 자신이 평소 하고 싶었던 모든 일들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읽고 싶었던 책도 마음껏 읽을 수 있고, 평소에 관심 있었던 여러 도시를 넘나들며 살아보는 삶을 살아 보고 있다. 어떤 친구는 부럽다고도 하고, 어떤 친구는 그렇게 놀기만 하는 것에 대해서 그 나이에 백수가 뭐냐고 한 마디 하지만, B는 개의치 않을 수 있다. 왜냐하면 자신이 평소에 해 보고 싶었던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지내는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하기 때문이다.




Photo by Jared Rice on Unsplash

경제적 자유가 있다면 누구도 대신 살아주지 않는 나만의 삶을 살 수 있다.


경제적 자유와 파이어족의 철학은 기존의 세대보다는 MZ세대와 더 가깝다. 과거에 40~60대들이 직장에서 성공하고, 과거에 얼마나 잘 나갔던 사람인지 자신의 아들 결혼식에 몇 명이 참석했는지가 자신의 성공과 관련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Y세대와 Z세대로 대표되는 MZ세대(밀레니얼Millenial - Z세대) 세대에게는 그런 세속적인 성공은 큰 의미가 없다. 하루하루 자신이 자유로운 삶을 면서 자신만의 관심에 맞추어진 개인화된 성취를 이루고 싶어 한다. 이전 세대가 사회의 줄 세우기에서 어떻게든 앞쪽에 서기 위해 발버둥 쳤다면, MZ세대는 남과 다른 자신만의 취향의 세계에서의 성취를 중요시한다. 오히려 그들은 남들과는 다른 작은 결혼식을 하고, 전 세계에서 어느 도시가 나와 가장 궁합이 맞는지 탐험하며, 브랜드는 없어도 몸에 딱 맞는 맞춤 옷을 입고 일상을 보내길 원한다.


사실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파이어족의 삶의 자유는 그런 수평적인 자유를 꿈꾸는 것에 가깝다. 누가 더 재산을 더 모으고, 더 비싼 아파트에 사는 가는 파이어족의 가치관에 부합하지 않는다. 누군가 화려한 스포츠카를 타고, 호텔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것을 경제적 자유라고 한다면, 그 사람을 경계하라. 그 사람은 경제적 자유를 말하는 게 아니라, '경제적 자유'라는 단어용해서 자신의 속물적인 세상을 뽐내고 싶은 우물 안 개구리일 가능성이 높으니.




영화 '알라딘'에서 무한한 힘을 가진 지니가 그토록 원하던 것은 다름 아닌 자유였다. From 방구석1열 캡쳐


경제적 자유는 도깨비방망이는 아니지만 월급노예의 삶을 해방시킨다 


경제적 자유는 내가 원하는 것이면 뭐든지 살 수 있게 해주는 그런 도깨비방망이나 '알라딘'의 램프의 지니같은 마법이 아니다. 그런 무절제한 소비의 욕망는 채울 수도 없고, 채우려고 할수록 깨진 항아리처럼 금방 공허해질 것이다. 로또 1등을 맞고도 몇 년 만에 파산을 맞이한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무절제한 욕망의 끝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스포츠카와 같다.  


<진짜 부자 가짜 부자>의 사경인[1]은 말한다. 진정한 부자는 자신의 시간을 자신의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이다. 내가 주인이 아닌 직장에서 일하는 것은 결국 나의 꿈이 아닌 '타인의 꿈'을 이뤄주는 데 내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어차피 그 누구도 나의 삶을 살아주지 않는다면, 사무실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 대신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경험들로 나의 삶을 채우는 게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이것이 내가 '진짜'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이유다.


[1] 누가 진짜 부자이고, 누가 가짜 부자인가? (f.사경인) [투자는 책과함께 #61]


<경제적 자유에 대한 오해 세 가지> 두 번째 이야기

<경제적 자유에 대한 오해 세 가지> 세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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