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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은 이렇게 보냈습니다

by 조기은퇴러

1. 드디어 재택근무 해봤다


올해는 못해보는구나 했는데, 나 빼고 다하는 것 같았던 재택근무를 드디어 해 보았다. 팀장님도 나를 보낼 마음은 없었던 것 같은데 마침 재택근무 시작하는 날부터 휴가를 쓰게 되어 휴가 가는 김에 재택근무도 하고 와라 하고 보내준 것 같다.


재택근무의 제일 좋은 점은 당연하지만 회사를 안 가는 것이다!
출근하기 위해 30분 일찍 일어나서 씻고 화장하고 옷 입을 필요 없다. 출근시간 5분 전 일어나 컴퓨터 켜고 커피 한 잔 하는 그 맛이란. 시시때때로 일 시키는 사람이 없어 내 스케줄대로 내 일하면 되고, 전화도 거의 안 오고. 조용하다. 너무 좋다.


하지만 확실히 집중은 안 된다. 마우스도 없이 작은 노트북 화면 하나로 엑셀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쉽지 않다. 스마트폰으로 할 건 또 얼마나 많은지. 난 스마트폰 의존도가 꽤 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백수가 되면 스마트폰만 붙잡고 있을 것 같다. 카톡부터 평소엔 잘하지 않던 트위터, 인스타그램, 의미 없는 웹서핑까지 모든 게 너무 재미있다. 다행히 처리해야 할 업무가 많지 않아서 (사실 연말이라 거의 없다.) 이럴 수 있는 것 같다.


이제 재택근무도 2주 차에 접어들어 집구석에 박혀 있던 잉여인간에서 지각 있는 현대인으로 진화하고 있다. 책도 읽고, 삼프로도 틀어놓고, 점심시간엔 한 시간 산책도 하고 오고. 은퇴 후의 삶을 미리 체험해 보고 있는 느낌이다. 그런데 아무리 재택근무가 회사근무보단 좋지만 재택만 하고 싶다. 노동의 대가 없는 노동을 하고 싶다. 그러려면 재테크 열심히 하고, 제2의 삶을 계획해야지. 투자의지 뿜뿜이다.


2. 은 ETF, 이제야 매도


어느새 코스피가 2800을 돌파했다. 해외 ETF 중심으로 투자를 하다 보니 코스피 수익률만 보면 한숨이 나온다. 박스권에서 놀던 아이라 무시했는데, 이건 뭐 거의 두 달만에 500포인트가 상승했다. 이런 게 미친 거다. 코스피고 비트코인이고 부동산이고 자산이란 자산은 모두 상승하고 있다. 이런 장에 뛰어들지 않는 것도 문제다.

20년 전 삼성전자를 발견할 만한 눈은 나에게 없는 것 같고, 열심히 저축한 종잣돈으로 시장만큼의 수익률만 내도 목표자산은 모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미친 장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지만.) 그런 의미로 오늘 8월에 샀던 은 ETF는 손해보지 않는 선에서 얼른 매도했다. 이번 달 입금금액 합쳐서 S&P ETF를 매수할 예정이다.

은 ETF의 교훈: 매수할 때는 목표 수익률, 목표 보유기간을 세우고 목표에 맞게 기계처럼 매도하기


3. 회사: 평가, 승진, 조직개편


12월은 중순까지 업무도 많았지만 고과도 나왔고 승진도 했고 조직개편+인사발령도 있었고 이래저래 정신이 없었다. 조직개편의 불확실성을 견디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내가 원하지 않는 팀에 갈 수도 있다는 그 불안감이란.


승진도 하게 됐는데 연봉 인상 없는 승진이라 크게 기쁘지도 않았다. 다행히 했구나 라는 안도감 정도만 있었다. 이 와중에 정규직은 노조 협상으로 앉은자리에서 연봉이 2%올랐다기에 급 허탈해졌다. 내가 갖지 못한 것에 집중하다 보니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급 우울해졌지만, 그것들이 지금 내가 가진 것을 위한 비용이었다는 생각에 다시 멘탈을 잡게 됐다. 첫 직장을 그만두면서 상상도 못 했던 것들을 얻었는데도 여전히 갖지 못한 것들 때문에 괴로워하다니. 정말 사람 욕심은 끝이 없다.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현재에 충실하자.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것을 만날 때 무력감이 커진다. 일 잘하고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다른 팀으로 쫓겨나듯 발령 나는 것을 보며 씁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첫 직장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동료들은 그분이 발령날 것이라는 걸 아는데, 그 분만 모르는 상황은 참 엿같고 미안하다. 이런 일을 겪지 않으려면 업무 능력이 있어야 하고, 언제든 가볍게 퇴사할 수 있는 돈이 있어야 된다. 다시 투자의욕 뿜뿜


4. 돈은 안 쓰는 것이다.


옛날 김생민이 ‘돈은 안 쓰는 것이다’라고 했을 때 그게 뭔 소리냐 했는데, 요즘은 그게 무슨 말인지 단전 깊은 곳부터 너무 잘 알겠다. 요즘 갖고 싶은 게 없다. 갖고 싶은게 없으니 돈은 안 쓰는게 디폴트다. 교통비, 통신비 등 고정비 외엔 도무지 돈 쓸 곳이 없다. 내가 갖고 싶은 게 있긴 하겠지.. 뭘까.. 꾸역꾸역 적어봤는데(서울 아파트, 경제적 자유 빼고) , 꼴랑 세 개가 나왔다. (갖고 싶은게 이렇게 적은건 처음이야)


만두카 요가매트
무스탕
다이슨 드라이기


근데 또 그렇게 사고 싶지도 않은 거다. 다이슨 드라이기는 내년에 생길 것 같고 나머지 두 개는 일단 킵하기로 했다. 재택근무로 매일 잠옷만 입고 있는 덕도 큰 것 같긴 한데. 요즘은 정말 하다못해 먹고 싶은 것도 없다. 와 나 21년엔 더 부자 될 것 같다.


5. 2020년 참 잘한 일 & 2021년은 어떻게 보낼 것인가

*2020년에 잘한 일


코로나 안걸림


비루한 영어능력으로 업무 성과냄 (언젠간 써먹는다)

파이썬 수강 및 레벨업

계약 및 연봉협상 완료

승진


절약하고 투자하며 재테크라는걸 시작함

재테크 책 나름 다독

브런치 시작

요가 꾸준히 잘 다님



*2021년 목표


매일 아침? 저녁? 10분 영어공부 하기

계획한 업무목표 달성


자산 1억 늘리기
저축하기: 월급의 72% + 모든 성과급
브런치 글 2주에 1개 쓰기


독서 일주일 1권
요가 일주일 3번
여유 갖기, 가진 것 나누기, 인자하고 조금은 다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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