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을 안 가져오다
강제로 사물의 소리를 듣다
외출할 땐 늘 빠지지 않고 챙기는 것들이 있다
핸드폰&이어폰
블루투스로 바꾸고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하다
선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던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기차역에 차를 두고
기차를 타기 위해 내리며
오른쪽 패딩 주머니에서 블루투스 이어폰을
꺼내기 위해 손을 넣은 순간
`비었다`
난감했다 출퇴근 시간이 긴 나로서는
이어폰이 하는 역할은 절대적이기 때문이었다
축구 유튜브로 아시안컵 후토크 얘기도
찾아봐야 하고
웃긴 예능도 보면서 나의 엔도르핀 수치를
높여놔야 하고
찬양과 말씀을 들으면서 잠깐의 수면 전
나의 영혼을 정화시켜야 하는 그런 존재인데..
그러다 문득 겨울왕국이 되어버린 강원도 원주의 기차역에서 강제적으로 들려오는 소리들이 있었다
`사각사각`
`뿌드덕뿌드덕`
`슈읍슈읍`
눈 밟는 소리
순간 내 귀가 그동안 다양한 소리들을 차단한 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소리들만 들어왔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신선했다!!!
기특하게도 챙겨 온 노트북을 꺼내서
청량리역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글을 쓴다
내 귀는 주위의 작은 소리들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우선 제일 많이 들리는 소리는
`카톡`이다
아이폰이 처음 나오고 구입해서 처음
핸드폰을 켜었을 때가 생각난다
단지 핸드폰을 켜서 중요정보와 업데이트만을 진행했는데 뭔가 알림이 계속 울린다
`뭔가 잘못됐나?`
걱정은 이내 감탄으로 바뀌었다
`핸드폰 바꿨네?`
`아이폰 우와 축하해`
`잘 사냐?`
등등
왜 잡스가 그토록 칭송을 받았는지 그리고 카카오톡이란 회사가 순식간에 우리나라를
잡아먹었는지 이해가 되는 부분이었다
지금 들리는 소리는
여성승무원분이
`승차권 좀 확인하겠습니다`이다
늘 들려왔던 소리들일 텐데 난 그동안 이어폰을 통해 나에게 들려오는 소리를 통제하고 있었다
물론 좀 아까 큰소리라 통화를 하고 영상통화까지 했던 뒷자리의 승객분 때문에 잠시 귀를 닫고 싶었지만 다행히 짧게 끝내셨다
오늘은 출근길이 좀 새롭게 느껴진다
물론 이제 카톡 카톡 하는 소리가 귀에 거슬리기 시작했지만(왜 진동으로 안 해놓으시는지.. ;;;;)
기차의 안내방송과 작게 켜진 티브이뉴스 소리 사람들의 작은 움직임과 잔기침소리
나이 들수록 아날로그가 그리워진다는데
오늘은 그런 듯 싶다
강제적으로 들려오는 소리들 중 마지막으로
나의 타이핑 소리가 들린다
늘 귀를 막고 타이핑을 치던 때와
지금은 참 느낌이 다르다
창밖 겨울왕국의 경치와 나의 타이핑 소리와 사람들의 잔기침소리 등등
오늘은 작고 소소하지만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은 느낌이 든다
이제 졸린다 자야지
근데 5분 후 도착이네 ;;;;;;;;;
그래도 소소한 소음들의 주는 작은 행복을 느꼈다
이제 돈 벌러 가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