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발칙하지만 순수한 아이들의 성장 일기

by always봄

‘전문가’란 어떤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그 분야에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고 국어사전은 말한다. 25년이란 시간을 학원 강사라는 직업에 종사하면서 나름 전문가라고 생각해 왔지만, 최근에도 수업을 끝내고 드는 뭔가 개운치 못함에 전문가로서 나는 아직 멀었구나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나는 언제 이 직업에서 가장 빛났던가? 전문가로 인정받았던 순간은 언제였던가?


초, 중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에서 5년을 보내고,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수업하기 위해 옮긴 학원, 첫 수업이 고3이었다. 하지만 처음이라는 설렘보다는 두려움에 밤새 뒤척였다. 내 옷장 속의 유일한 정장을 차려입고, 물광을 내 앞 코가 반짝이는 구두를 신고, 두려움을 위장한 위풍당당한 자세로 문을 열고 들어간 강의실에는 4명의 건장한 사내아이들이 앉아있었다. 시커먼 얼굴에 웃음기 싹 뺀 무표정한 아이들이 신입사원 면접관처럼 내 앞에 앉아 매의 눈으로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칠판에 이름을 쓰는데 분필이 부러졌다. 다시 시도했지만 또다시 부러졌다. 긴장감에 평소보다 손에 많은 힘이 들어갔던 것이다. 말로 이름을 소개하고 수업을 시작했다. 2시간을 쉬지도 않고 쭉 달렸다. 수업을 끝내고 아이들이 교실을 떠난 후에도 긴장이 풀리지 않았다. 어떻게 수업을 했는지, 아이들 표정은 어땠는지, 수업 중에 실수를 한 것은 없는지, 도통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최악이었다.


모든 수업을 마치고 기진맥진한 상태로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문자 메시지 알림이 왔다.


‘선생님 오늘 수업 감동이었어요. 강세준.’


고3 무리 중 한 명이었다. 그 메시지에 피로가 싹 달아났다. 너무나도 고마웠다. 초보 고등부 강사에게 그 아이의 메시지는 감동이었다. 힘이 났다.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도 있지 않는가.


그다음 수업, 교실에 들어서자 그들은 환한 표정으로 나를 맞이했다. 그리고 교탁 위에는 ‘박카스’ 한 병이 있었다.


‘이게 뭐야?’


‘그거 드시고 힘내시라고요.’


TV 속 광고처럼 그들이 나를 응원하고 위로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수업 준비는 더 오랜 시간 공들여 철저하게 했고, 강의는 목소리를 한 톤 더 올려서 열정적으로, 그로 인해 수업이 끝난 직후에는 온몸의 에너지가 소진되어 허기를 느꼈다. 세준이의 칭찬 한 마디가 초짜 고등부 강사를 나름 괜찮은 강사로 탈바꿈시켰다.


하지만 지금 나의 모습은 그때와 같은가? 그렇지 않다. 어느새 열정은 사라지고 축적된 지식만으로 기계적으로 수업을 채워나가고 있는 건 아닐까? 다시 아이들에게 칭찬을 받고 싶다.


‘칭찬은 언제나 목마르다.’


늘 아이들에게 칭찬을 줘야 하는 위치의 강사인 나는 오늘도 내일도 아이들에게 칭찬이라는 ‘밥’을 배불리 먹고 싶다. 하지만 그전에 수업에 대한 열정에 먼저 불을 붙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Tip 어른들도 아이들에게 칭찬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아이를 칭찬하세요. 그리고 칭찬해 달라고 칭얼대세요. 누워서 절 받기지만 아이가 마지못해 하는 칭찬에도 우리의 하루는 행복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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