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하지만 순수한 아이들의 성장 일기
내가 특히 좋아하는 아이들은 공부보다는 ‘나눔’을 실천할 줄 아는 친구들이다. 초콜릿, 사탕, 과자 등을 가져와서 같은 반 친구들과 나에게까지 나눠 주는 아이들을 보면 따뜻함과 대견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군것질을 하지 않은 나로서 그들이 주는 것을 먹지 않을 수 없다. 그중 가장 기억 남는 아이는 내게 수업 시간마다 ‘껌’을 주는 아이였다.
중학교 2학년 수업이었다. 2시간 연강이라 중간에 10분 정도 쉬는 시간이 있었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용호는 주머니에서 껌을 꺼낸다.
‘선생님, 껌 드실래요?’
‘어, 내가 좋아하는 쥬시후레쉬 껌이네.’
‘드세요.’
‘고마워.’
그것이 첫 시작이었다. 그리고는 매 수업 시간마다 내게 ‘쥬시후레시 껌’을 건넸다. 심지어 어느 날은 껌 한 통 전체를 주기까지 했다.
‘용돈도 부족할 텐데 이거 내가 받아도 되겠어?’
‘괜찮아요. 샘이 좋아하는 껌이잖아요.’
나를 생각해 주는 그 아이의 마음이 너무 고마워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내 가방은 점점 껌으로 차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쉬는 시간이 끝나도 용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용호는 왜 안 들어오니?’
‘쨉 하다 걸렸어요.’
‘뭐? 쨉? 쨉이 뭔데?’
‘껌 훔치다가 슈퍼 아저씨한테 걸렸다고요.’
'쨉'은 아이들 사이에서 쓰는 '도둑질'의 은어였다. 용호가 내게 준 껌들은 학원 앞 슈퍼마켓에서 훔쳤던 것이었다. 그 슈퍼는 나도 평소에 자주 이용하던 곳이었다. 당황스러웠다. 그 껌들이 훔친 것들이라니! 나 때문에 더 많은 껌을 훔친 건 아닐까? 하는 그 아이의 도둑질에 내가 일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곧장 달려갔다. 용호가 사장님한테 혼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선생님이 왜 죄송해요? 이놈이 혼나야지.’
‘제가 학원에서 제대로 교육을 시켰어야 했는데....’
'이런 일 많아요. 아이들이 크면서 뭐 그럴 수도 있죠.'
다행히도 사장님은 용호를 용서해 주셨다. 그렇게 용호를 데리고 교실로 다시 왔다.
‘너희들 중 도둑질해 본 적 있는 사람?’
서로 눈치를 보던 아이들이 하나 둘 손을 들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 수는 10명 중 7명. 주로 초등학교 시절 호기심으로 문방구, 슈퍼에서 갖고 싶은 학용품과 과자가 압도적이었다.
‘그러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
수업이 끝나고 용호를 불러 이야기들 들었다. 호기심과 동시에 두려움에서 시작된 ‘쨉’ 질이 처음에 성공하자 두려움은 사라지고 점점 과감해져 갔다고.
‘용호야 넌 나눌 줄 아는 마음이 따뜻한 아이야. 하지만 남의 것을 훔치는 일은 정말 나쁜 짓이야. 다시는 나쁜 짓 하지 말자.’
‘알겠습니다.’
그날 용호가 슈퍼 사장님에게 ‘쨉’ 질이 걸린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마음씨 넓은 사장님 덕에 용호는 크게 혼나지 않았고, 자기가 저지른 일이 충분히 잘못된 행동임을 반성할 수 있었다.
다음날, 교실에 들어온 용호에게 나는 껌 한 박스를 선물로 줬다. 용호가 ‘씩’ 웃었고, 껌 한 통을 뜯더니 친구들에게 나눠줬다.
Tip 아이의 첫 도둑질:
혼내지 마시고, 큰마음으로 품어주세요. 그 따뜻함이 아이의 나쁜 생각을 녹여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