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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이어파파 Sep 25. 2023

맛집이 '맛'있어서 맛집일까요?

우리는 무엇인가 맛있는 식당을 찾을 때 반드시 인터넷에 검색을 해봅니다.

Sleep tight '-' 님의 블로그 게시글 중 설렁탕 사진 참조


부산 돼지국밥 맛집, 춘천막국수 맛집, 해장국 맛집, 중국집 맛집 등등 말이죠. 우리는 그놈의 맛집 찾아 삼매경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검색하고 찾아보고 떠나게 되죠. 특히 새로운 장소에 가면 더욱더 그런 기질이 발휘됩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실패하고 싶어 하지 않아 합니다. 게다가 내가 가진 자원 중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자원인 '돈'을 내고 음식을 사 먹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맛집이.. 실제로 음식을 맛있게 해서 맛집일까요?




1.

 맛은 일반적으로 혀에서 느껴지는 미각에 의해서 우리의 뇌를 자극하고 이것이 맛있다 맛없다를 알려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뇌에서 전달받는 신호의 비율을 보면 여러 감각기관 중 당연히 시각이 압도적입니다. 시각87%, 청각7%, 촉각3%, 후각2%, 미각1%의 비율로 뇌에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죠.


미각 1% 보이시나요? 절대 혀로 맛있다 맛없다를 논할 수가 없습니다. 1%일 뿐입니다. 심지어 코를 막고 음식을 먹으면 이게 양파인지 사과인지 조차 맛을 구분할 수 없으니 말 다한 것입니다.


위의 감각기관의 정보대로 라면 '우리는 음식을 눈으로 먹습니다.'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식당에 들어오도록 각종 육즙이 떨어지는 고기 사진, 연기가 펄펄 나는 메인 요리 사진으로 인간의 무의식을 자극하는 것도 모두 이러한 이유입니다.



2.

그렇다고 음식점이 시각에만 몰빵 하여 신경 쓴다면 모든 것이 해결될까요? 사실 우리는 어떤 곳에 가면 그곳에 걸맞은 모습들을 상상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설렁탕 맛집인 경우 입구부터 펄펄 끓는 가마솥에 장작을 태워가며 음식을 하는 모습, 회전초밥 집에 갔는데 전 직원이 '이랏샤이마세이!' 라고 외치며 역동적이면서 신선한 횟감들이 빙글빙글 도는 초밥들의 향연들, 족발 전문점에서 푹 고와 삶아서 나온 족발을 썰고 있는 사장님을 볼 때 등등 우리가 군침 돌도록 만드는 그런 분위기가 있는 것이죠.


네, 그렇습니다. 분위기를 만들어 주세요. 한식은 한식답게, 일식은 일식답게, 분식은 분식답게, 양식은 양식답게 말이죠.


이 분위기만 맞추는 센스만 있어도 어느 정도 먹고 들어갑니다. 왜냐하면 '이런 분위기를 맞출 수 있을 정도의 사장님이라면 맛은 어느 정도 보장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게 우리의 무의식에서 일어나는 과정들인 것입니다.




3.

요리를 잘한다고 맛집이 될까요? 사실 요리를 잘하는 집은 천지삐깔입니다. 그런데 그 요리를 우리 집이 맛있게 잘하니 우리 집에 와서 먹어보세요. 아주 맛있어요. 라고 대중들에게 효과적으로 알려서 찾아오게 만드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핵심은 내가 요리를 잘하는 것은 알겠는데 사람들이 내 가게에 와서 먹어야 하는 이유를 알려줘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재료로 들어가는 미역이 어디서 왔고 소금을 어디서 쓰고 이런 스토리를 하나하나 엮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이 관심도 없을 만한 것들을 막 자기 얘기에 취해서 나열해 봤자입니다. 빈수레는 요란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고객이 지불하는 것보다 더 큰 가치를 제공하는 것, 더 큰 가치를 받았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 거기 가면! 가격도 싼데 뭐도 나오고 밥도 솥밥이고 후식으로 뭐도 줘!

 - 거기 가면! 가격은 비싸지만 손님들 데리고 가기 좋아. 별도 룸공간도 있는데 음식도 괜찮아!

 

자기 자신만의 특색을 더욱 강화하고 사람들에게 마음껏 알리세요. 따라서 자기 매장의 '타깃 페르소나'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모든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대상'을 한정시키고 그에 맞는 서비스 구성, 인테리어, 메뉴, 가격 설정을 하고 그에 맞게 전략을 짜십시오.




유명하다고 해서 갔던 맛집들에서 맛있다는 경험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찾길래 갔더니 사실 동네에 있는 내가 아는 그 집보다 못한 경우도 정말 허다합니다. 심지어 맛있다하여 줄서서 받아온 '김밥'을 먹었는데 아무런 특색조차 없는 곳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줄을 섭니다.


 - 맛집의 요건의 제 1 조건은 당연히 음식의 퀄리티, 즉 맛입니다. 이건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여기 삼겹살과 저쪽 집 삼겹살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느 곳은 손님들로 붐비고 어떤 곳은 파리만 날립니다. 실제로 맛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외식업의 수준이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왜냐하면 다들 창업전에 음식 레시피 개발에는 엄청나게 많은 공을 들이기도 하고 각종 정보들이 많이 공개 돼 있는 시대에 살기 때문입니다.


한 발 더 나아가는 맛집을 만드는 길은 사장님이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하는 요리사에서 벗어나 음식점 경영자의 마인드로 하나하나 세심하게 신경 쓰는 것. 인간의 심리를 파악하고 모든 긍정 요소를 업장 스타일에 맞게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 - 이런 디테일의 완성이 맛집을 만들어 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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