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전 필독
다른 지역 임장을 수개월 동안 쉬는 날 시간을 내어 돌아다녔다. 우리에게 꼭 맞는 것을 구하지는 못했지만 상권과 입지에 따른 대략적인 평당 시세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부분이 중요한 이유는 해당 상권에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업종의 고정비를 산출해 낼 수 있었고 근무하는 직원의 수, 유동인구 파악으로 그 상권에서 사업성이 있는 것인지, 고초를 겪고 있는지 가늠해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전체적인 시세를 파악하고 기록을 해둠으로써 상권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권리금, 특히 상권이 좋은 경우 '바닥 권리금'이 형성되어 있는데 매물을 계속 보면서 상권 대비 적정한지에 대한 가늠자가 되는 기준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권리금이 공식처럼 메인길은 평당 얼마에, 주변 길은 얼마 이렇게 공식처럼 돼 있지 않다. 요즘 물건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각종 채널별로 가격이 천차만별이듯이 권리금은 오죽하겠는가.
나는 이 상가에 지금 들어가서 장사를 하고 싶은데 권리금을 상대방이 절대 깎을 생각이 없다면 있는 그대로의 금액을 다 주고 들어가든지 상대방이 급해질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아니면 그 금액이 터무니없다면 그 주변 상가가 매물로 나올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일단 기존 매장이 있는 사람의 경우 다음 매장을 물색할 때 자신의 매장을 기준점으로 새로 임차하려는 상가의 가치평가를 할 수가 있다. 이 경우 진짜 누가 쫓아오지 않는 한 안정적으로 자신의 매장을 운영하면서 계속 기회를 엿볼 수가 있다. 그래서 잘 나가는 식당, 상점들이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사업을 잘 꾸리면 어느새 그 주변 상가를 추가로 임대하여 공간을 늘리다가 결국 그 건물을 매입까지 하기도 한다.
이게 바로 때를 기다리며 자신의 '업'에 대해 즐거움을 가지고 행복한 경영을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선물이자 당연한 결과물일 것이다.
반대로 회사를 퇴사하는 등 창업을 결심하고 첫 매장을 연다고 하면 기준점을 잡을 수 있는 것이 없다. 그저 내 눈으로 보는 것들과 각종 정보들을 취합하여 예측하고 예단을 통해 결정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많이 보고 많이 듣고 가능한 많이 공부하여야 한다. 그러나 공부만 하다가 한 해 두 해 세월을 보내선 안된다. 결정을 해야 할 순간에 그 누구보다 빠르게 결정하고 추진해야 한다.
나중에 '아~ 그때 내가 저기에 저거 하려 했는데..'
'와 내가 이미 생각했던 건데'
이런 말 해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 결국 시장에 자신을 알리고 선보여서 그 평가를 받아야만 어떤 것이든 결과를 거머쥐게 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나 역시 처음 매장을 낼 땐 임장 한번 가서 보고 느낌이 와서 그냥 바로 권리금도 주고 계약을 완료했다.
처음 장사를 결심하고 상가를 볼 때 대체 뭘 생각하고 봐야 할지 모르겠다면 매물 볼 때 팁을 전해드리겠다.
1. 나만의 기준을 정하라.
내가 하고자 하는 매장의 그림이 완벽하게 나와있어야 한다. 작은 평수를 하여 고정비를 줄일지 넓은 평수로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매장을 만들지 기준을 잡아라. 그러려면 내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매장을 열고 어떤 손님을 만나고 어떤 상품을 무슨 방법으로 판매를 할지 모두 그림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며 이것을 다른 사람에게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문서화가 가능해야 한다.
기준이 없다면, 권리금 상황에 맞게.. 그냥 주어진 평수에 맞게.. 그냥 주어진 대로.. 현재 형편대로 할 수밖에 없다. 당신의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그저 주어진대로만 하고 싶은가? 그 누구도 그렇게 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내가 원하는 그림대로 나오려면 돈이 많이 필요한데 어떡하나요? 라고 물을지도 모르지만 그럼 그 답은 너무나도 간단하다. 지금 계획에 맞춰서 진행하고 향후 몇 년 뒤에 (반드시 목표일자를 정할 것) 얼마만큼 벌어서 (금액도 반드시 확정할 것) 크게 하겠다는 그림을 그리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작게 차려도 반드시 크게 될 것이며 목표를 정하지 않는다면 크게 차려도 그 뒤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따라서 상가도 권리금, 임차료, 관리비를 얼마 선까진 내가 감당 가능한지 생각하고 매물을 알아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중에 가진 투자금은 얼마 되지 않으면서 자꾸 눈만 높아지게 되니 주의해야 한다. 특히 월세가 아무리 높아도 이 정도 유동인구면 사람이 구름 떼처럼 몰려와서 금방 월세는 뺀다는 착각 같은 생각을 주의해야 한다.
2. 매물은 현재 장사를 하는 곳을 알아 볼 것. (빈 상가를 유의하라)
나는 미신을 믿진 않지만 에너지와 기운은 믿는다. 즉, 안 좋은 기운을 가지고 있는 곳은 새로운 가게가 들어서도 좀처럼 그 기운을 이겨내지 못하고 계속 쓰러지고 망하기를 반복한다. 나는 이것은 분명히 그곳엔 좋지 않은 기운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나는 심령술사도 아니고 엉뚱한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당신의 가게가 안쪽에 틀어박혀 있어서 외부에서 '가시성'이 나오지 않아 장사를 하는지도 모를 정도라든지, 이곳에 가게가 있었어? 정도의 생각을 하게 되는 매장들이 분명히 있다.
그런 기운을 바꿔내려면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사람들이 한 발 좋은 느낌으로 가게를 들어오게 하기 위한 엄청난 노력과 정성이 깃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공실인 곳은 나는 장사 고수가 아니라면 피하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잠시 공실이 있었다면 무슨 이유 때문인지? 정확하게 확인을 해봐야 한다.
물론 공실인 경우 바닥 권리금이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을 잘 활용하여 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한 방법 일 수가 있음은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1. 브랜딩이 이미 돼있는 경우, 2. 프랜차이즈를 하는 경우처럼 사람들이 내가 오픈을 하면 이미 알아서 알고 찾아오는 경우 말이다.)
3. 준비 없이 다른 사람 말만 믿지 말 것.
당신에게 매물을 넘기려는 사람은 당연히 좋은 이야기만 한다. 지금 매장에 사람이 없어도 '비 오니까 그렇고 오늘은 평일이라 그렇고.. 등등' 각종 이유를 들어가며 원래는 다르다는 말을 잘 걸러들어야 한다. 권리금은 중고거래 플랫폼 KREAM처럼 최근 등락 시세를 보여주는 곳이 아니다. 그렇게 시세를 보여주는 곳들도 막상 자전거래로 가격을 뻥튀기해놓고 다른 사람이 들어오면 그대로 물건을 넘기지 않던가? 하물며 '부동산은 오죽할까' 라는 생각을 해봐야 한다. 철저히 정보가 비대칭적으로 흐르는 것이 부동산 시장이며 권리금에 대한 것이다.
마치 지금 안 하면 당장이라도 다른 사람이 또 보고 갔다며 말을 흘리며 계약을 유도하는 것에 흔들릴 것인지 중심을 잡고 내가 내 기준에 맞춰 행동할 것인지는 오직 나의 생각과 결정에 달린 일임을 알아야 한다.
며칠 지나고 나서 또 부동산 실장은 연락이 온다. "사장님, 어떻게 좀 생각해 보셨어요~? 다른 데서 연락이 와서 말이죠." 왜 이런 연락을 할까? 가만 생각을 해보면 답이 나온다.
다른 사람을 믿기보다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어떻게? 책을 보고 현장을 나가고 자료를 찾아보고 정리하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사람의 생각은 똑같다. 사는 사람은 최대한 싸게 좋은 매물을 구하고 싶고, 파는 사람은 최대한 비싸게 포장하여 빨리 계약을 성사시키고 싶어 한다. 입장이 바뀌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자신 역시 권리금에 자신이 투자한 비용을 더하여 (감가상각 적용도 없이 말이다.) 다음 임차인에겐 더 많은 권리금을 제시하는 것이 현실이지 않나? 그런데 그것이 가능하려면 거꾸로 내가 이 업장을 아주 잘 꾸려왔거나 내가 있는 상권 일대가 더욱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거나 해야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점점 쇠락하는 상권이라면 그것 또한 쉽지 않은 일이다.
이렇게 한 치 앞을 모르는 상황에서 매 순간 선택을 해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늘 신중하면서도 결단력 있는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것은 말장난이 아니라 어떤 일을 하든 어떤 결정을 한든 'Balance(균형)'가 중요함을 말씀드리며 이 글을 마친다.